음력설(Lunar New Year)을 위하여

올해는 여느 해와는 다르게 설날이 1월이었다. 오래된 한국문화를 사랑하고 한국에 딸이 있어 최근에는 한국을 1년에 3-4회 방문하는 NYPD Vincent의 초대로 지난 21일 토요일 퀸즈 플러싱 Lunar New Year Parade 행진을 KAOA(Korean American Officer Association)와 함께 하게 되었다.
매년 퍼레이드가 있는건 알고 있었지만 한번도 본 적도 없는 행사에 직접 태극기(太極旗) 휘날리며 행진을 하게 되어 설레는 마음이 먼저였다. 더군다나 한인 경관들과 함께 한다니 그 의미가 더 컸는지도 모른다.

한국에서 갖고는 왔지만 뉴욕살이 하면서 단 한번도 꺼내본적 없던 구김 가득한 한복을 꺼내 대충 주름을 펴고 유투브를 보며 옷고름 매는 법을 열심히 배워 차려 입었다. 플러싱 109 경찰서에서 한인경관 몇 명을 만나 인사를 나누었다. 단돈 1.000원에 태극기 다섯장이 든 한국기념품 팩을 가지고 온 것 역시 빈센트였다. 리더인 한인여성 경관의 딸도 예쁜 한복을 입고 등장해서 혼자라 민망했던 나에게 든든한 힘이 되었다.

중국인들이 워낙 많은 커뮤니티라 한복을 입은 사람들을 보기는 쉽지 않았다. 더군다나 태극기를 모두 손에 들고 행진을 했으니 환호하기 위해 구경나온 사람들의 호기심은 가득했다. 아직도 많은 대기업이나 개인이 'Chinese New Year' 라는 표현을 쓴다.

영국 박물관은 한국의 설날 행사로 Korean New Year를 사용했다가 중국 네티즌들의 테러로 바로 사과하고 다시 Chinese New Year 라고 내용을 바꿨다는 소식을 들으며 씁쓸함을 느꼈다. 이건 단순한 기 싸움이 아닌 중국뿐 아니라 음력설을 지내는 많은 아시아 국가들이 있기 때문에 한 나라가 아닌 Lunar라는 표현을 쓰는게 맞는데 중국인들의 생각은 다른거 같다.

심지어 행진을 같이 하려 대기한 우리 팀 뒤의 다른 경관들은 나의 한복을 보며 일본 전통의상이다 아니다로 대화를 이어가기도 하고 일요일 성당 미사에서는 중국계 신부님이 '차이니즈 뉴 이어'를 축하한다고 해서 마음이 불편했다. 일부러 다른 나라를 무시해서 하신 말씀은 아니고 자신에게 굳어진 표현이라 그랬을 것이라고 이해해본다. 그래서 더더욱 이번 행진 참여와 많지 않은 한인경관들의 자발적인 움직임은 중요한 'action'이 아닐까 생각이 든다.
현장의 정치인들도 대부분 중국계 미국인들이었다. 물론 그들은 한인경관들에게 친절하고 미국에 함께 사는 아시아인으로서 평등하게 활동하지만 배타적 관점을 고집한다면 플러싱 퍼레이드가 '차이니즈 뉴 이어' 행사로 보일 것이다.

하지만 그러한 논리라면 우리 역시 수천년간 내려온 한민족의 고유 명절인만큼 설날을 ‘코리안 뉴이어’라고 불러도 될 것이다. 결국 Lunar New Year는 동아시아 사람들이 오랜 역사속에 공유하는 관대하고 중립적인 표현인 것이다. 이번이 첫 참여였지만 앞으로는 많은 한인단체들이 Lunar New Year로 활발한 참여와 활동을 통해 설날 명칭을 바로 알리고 더불어 함께 하는 행복한 명절로 미국사회에 자리 잡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글로벌웹진 NEWSROH 칼럼 ‘Obi Lee’s NYHOTPOI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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