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토요일엔 일이 있어서 오랜만에 구(舊)아르바트거리를 나갔습니다. 거리에는 남녀노소 많은 사람들로 가득차 있었습니다. 저는 봄날씨로 따뜻하고 토요일이고 해서 많은 사람들이 산책을 나왔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거리 곳곳에서 남녀젊은이들이 파랑색 옷을 입고 무슨 깃발을 들고 여러명씩 무리를 지어서 많이들 다니더군요. 저는 러시아의 무슨 축일인가 하고 궁금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중에 한명을 붙잡고 오늘이 무슨 기념일이냐 라고 물었더니 마침 그날이 아일랜드의 성인(聖人) 패트릭을 기념하는 날이더군요.
마음속으로 러시아에서 이젠 성 페트릭데이 까지 기념하나? 싶었습니다. 러시아의 문화적 포용성은 때론 놀라울 정도입니다. 러시아에 살면서 그런 부분들에 놀랄 때가 자주 있었습니다.
예전에 중국 지도자 모택동이 중국을 큰 술독에 비유한 적이 있었습니다.
“중국은 큰 술독이다. 술독 근처를 지나가던 큰 뱀들이 술 냄새를 맡고 술독에 올라와 술맛을 보다가 술에 취해 그만 술독에 빠지게 된다. 그러면 그 뱀은 술독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술독에서 익사해 그대로 용해되어 오히려 술맛을 좋게 만들곤 한다. 그렇듯이 중국도 역사상 찬란한 문명을 일구어 왔다. 그러면 항상 주변 이민족들이 중국이 가진 문명과 부를 탐내어 침략해 왔다. 하지만 나중에 보면 중국과 중국문명은 살아남는다. 그리고 오히려 이민족들의 문명까지도 받아들여 자기것으로 만들어 내어 중국문명은 더욱 더 풍성해 지고는 했다. 하지만 정작 침략해 들어왔던 이민족들은 중국에 동화되어 온데 간데 없이 사라져 버리곤 했다...”
중국에 못지 않은 대국 러시아도 마찬가지로 역사상 동서양 국가들에게 많은 침략을 받고 교류도 하였습니다. 그리고 그런 과정들을 잘 활용해 적극적으로 동서양의 문명과 문화를 받아들여서 오늘의 러시아의 모습을 갖추게 된 것이 아닌가 싶었습니다.
맨 처음 사진은 반인반수(半人半獸)의 복장을 한 예쁜 아가씨가 눈에 들어와서 양해를 구하고 휴대폰으로 촬영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