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 선정되었음.”
프로듀서인 성표씨와 희곡작가 선욱현작가님으로부터 동시에 온 메시지였다. 동숭동 마로니에 공원옆에 위치한 대학로의 꽃 ‘아르코 예술극장’ 소극장에서 2002년 한국문예진흥원 3천만원 지원 선정작품이었던 연극 ‘의자는 잘못없다’의 뉴욕공연이 확정된 것이다.
대한민국 국민가요 ‘아침이슬’을 작사 작곡한 김민기 연출님의 ‘지하철 1호선’이나 연극계의 대부 연출가 박근형(현 한국종합예술 대학교) 교수님의 ‘청춘예찬’ 처럼 좋은 작품들은 관객의 호응을 얻어 여기저기에서 러브콜을 받아 보통 한 작품으로 10년까지도 앵콜과 연장공연을 하게 된다. ‘의자는 잘못없다’ 역시 지금까지 관객들의 사랑받고 동숭동 대학로에서, 지방에서, 각 대학교에서까지 10년간 올려지고 있는 좋은 작품이다.
▲ 한선덕선생님. 극단 '새벽' 대표이자 연출과 연기력이 탄탄한 배우이시기도 하다.
이 작품은 나의 대학로공연 첫 주연작품이기도 하다. 특별할수밖에 없는게 당시 ‘아르코 예술극장’ 에서의 2주공연을 위해 반년이란 시간을 피땀흘리며 연습했기때문이다. 이 작품은 모든게 돈으로 환산되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사람됨이 어떤 존재인가에 맞추어져 있기보다 무엇을 소유했느냐에 판단되고 있음을 풍자한다. 그속에서 한개의 의자를 둘러싼 등장인물들의 갈등관계와 소유욕의 끝에서 그 뿌리를 찾아, 우리의 모습을 다시 한번 돌아보게 한다.
▲ 동숭동 대학로의 꽃 아르코예술극장,선정된 작품에 한해 공연이 올려진다.
극중 의자를 자신의 분신(分身)처럼 여기며, 자폐증있는 버림받은 미대지망생 문선미역이 쉽지만은 안았다. 화술 지적으로 연습때 엄하기로 유명한 김태수(연세대 전기공학과, 연희극회,극단 완자무늬대표, 현 한국연극협회 이사) 연출님과 작업하는동안 연습실에 갈때면 ‘도살장에 끌려가는 기분’이 들 정도로 역할에서 벗어나고 싶었던 적도 여러번 있었다. 그래서 한동안 엄격해던 김태수선생님을 미워했던적도 있었다.
▲ 내게 연극이 무엇인지 일깨워주시고,'의자는 잘못없다' 문선미역을 추천해주신 연극계의 대부 박근형연출님
뉴욕에서 한국에 계신 선배님과 통화를 했을때 안부를 여쭸다.
" 김태수선생님, 요즘도 엄하세요? 여전하시죠~? ^^:; ''
" 선생님 1년전에 위암수술 하셔서 예전같지 안으셔...그래도 많이 건강해지셨어."
왠지모를 죄책감에, 전화통화후 선생님을 위해 잠시나마 기도를 드렸다...
나에게 연극이 무엇인지를 일깨워 주셨던 연극 ‘청춘예찬’ 의 연출가이신 박근형 교수님은 작품을 통해 나를 1년간을 지켜 보셨던 모양이다. 어느날 북한산에 오르시면서 김태수선생님께 “선생님, 성아, ‘의자는 잘못없다’ 대본하나 주세요” 이렇게 말한마디 하셨는데, 김태수선생님이 그후 내가 출연했던 “청춘예찬” 공연을 보러 오셨고, 그렇게 캐스팅이 되어버렸다.
▲ '의자는 잘못없다' 작가이자 배우, 연출, 한국희곡작가협회 상임이사,서울연극협회 이사,극단필통대표,대학로와 영화 드라마를 종횡무진 누비는 치열한 연극인 선욱현선배님.- 영화 '오늘' 중에-
연습하는 동안 마음속으로는 “저.. 정말 죄송한데요..자신이 없습니다…제가 실력있는 선배들께 폐 끼치는것 같고 ..작품비중에 반해 저의 한계를 느꼈어요…” 몇번이고 말씀드리고 싶었지만, 존경하는 박근형 연출님께서 추천을 해주셨기에 더 열심히 해야한다는 책임감을 갖고 다시 마음을 다졌다.
그 무렵 얼굴에 생전 없었던 여드름이 달아올랐고, 피부과 치료까지 받는 바람에, 김태수선생님께서 극단식구들과 함께 낚시여행으로 잠시 휴식을 취할수 있는 시간을 주셨던 기억이 난다.
▲ 2002년 초연이후로 현재까지 10년간 앵콜공연이 되고 있는 '의자는 잘못없다' 관련 자료들.
선배님들과 선욱현 작가님, 연출님의 배려로 6개월의 연습을 마치고 2주간의 공연을 무사히 마칠수 있었고, 이후 ‘관객이 뽑은 다시보고 싶은 연극’ 에 선정되어졌다. 그런데 이런 추억을 갖고 있던 이 소중한 작품이 뉴욕에서 다시 공연되는 것이다.
▲ 맨하튼 라마마극장에서 공연당시 뉴욕타임즈가 극찬한 '하멸태자 햄릿'의 공연기획자 홍성표씨. 이번 공연의 기획자이자 프로듀서이다. 이외에도 연세대 독문과와 연우무대 극단출신 이영세선배님이 무대감독을 맡는다.
“선배님, 대학로 공연 초연때 영상..뉴욕으로 하나만 보내주실래요?”
초심을 잃고 싶지 않아 10년전의 내모습을 영상으로 뉴욕에서 처음 받아본후 혼자 웃고, 울고..가슴떨림과 설레임으로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 초심을 잃고 싶지 않아 10년전의 팜플렛을 다시 꺼내들었다.
‘무식하리만치 열심히 했었구나..그때만큼 잘할수 있을까?., 뉴욕에서 공연이 올려지면 미국관객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벌써부터 관객반응이 궁금해진다.
연기를 하게 될 작품속 선미가 소외된 인물이다 보니 뉴욕공연이 확정되었을때 뉴욕밀알선교단 장애인들이 나도 모르게 가장 먼저 초대하고 싶은 관객으로 떠올랐다.
뉴욕에서는 영화와 광고작업 이후로 첫 공연이 되는지라 '글로벌웹진' 뉴스로의 필진분들, 뉴아라봉 봉사자선생님들 그리고 유학생활 하는동안 도움을 주셨던 지인들을 꼭 초대하고 싶다.
▲ 나의 최연소 팬이었던 선아. 공연을 마치고 나의 연기를 따라하는 앙증맞은 아이였다.
당초 8월에 할수있으면 좋을것 같아 공연날짜를 계획하고 있었는데, 한국에서도 오셔야하는 여러가지 상황들로 내년 봄으로 날짜가 정해지게 되었다. 나의 목표는 한국관객뿐만 아니라 외국관객들에게도 작품을 통해 한국문화를 전하고, 감동을 드리는 것이다.
공연날까지 시간 여유가 조금 있고 뉴욕에서 올려지는 만큼 연말까지는 외국어에 더 매진을 할 계획이다. 공연끝나는 날까지 모든 영광 하나님께 올리고 싶다. 조금씩 역할에 빠지기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