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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을 그리는 무대

글쓴이 : 김기화 날짜 : 2013-07-13 (토) 23:24:55

많은 소음(騷音)들 속에 살아가는 우리에게 정적(靜寂)은 때로 불편하다. 그러나 그것은 우리를 한 곳에 집중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

 

내가 며칠 전 찾아갔던 안무가(按舞家) 유희라님의 공연도 정적과 어둠 속에서 시작되었다. 어둠과 고요함이 조금은 불편해 질 때 쯤, 내 시야는 어두움에 적응(適應)했고 눈 앞의 무용수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여섯 명의 무용수들은 객석 가까이에서 관객을 등지고 서있었고 조용히 객석에서 멀어져 가고 있었다. 어두움과 정적 속에 들리는 것은 무용수들이 내는 들릴까 말까한 발자국 소리였다.

 

 

  

Photo by Ji Ye Kim

 

개인적으로 화려한 음악 소리보다는 무용수들의 숨소리, 마찰(摩擦)하며 생기는 소리, 몸이 공기를 가르는 소리 등 미세한 소리를 더 좋아하는 편이다. 인위적이지 않고 인간의 몸이 내는 자연의 소리이기 때문이다. 미세하게 들려오는 무용수들의 움직임 소리는 소극장내 관객들의 모든 감각(感覺)을 일깨우기 충분했다.

 

그것도 잠시, 이내 무용수들은 달리기 시작했다.

우리가 고요함을 깨고 세상 속에서 앞 뒤 따지지 않고 달리듯이, 무용수들은 작은 공연장 안을 내달렸다. 그리고 여기저기서 줄들을 가지고 나왔고 하나의 줄을 가지고 여러 무용수들이 여러 형태의 모양을 만들어내기도 하고 각자 하나의 줄을 가지고 자신만이 낼 수 있는 개성적인 모양들을 만들기도 했다.

 

여기에서 무용 감상의 묘미는 시작된다.

 

 


 

Photo by Ji Ye Kim

 

무용공연이나 시, 미술작품들은 명확한 해석(解釋)이 제시되지 않는다. 그래서 작품을 받아들이는 사람들의 심리나 상태에 따라서 한 작품으로 부터 여러가지 해석이 나올 수 있다. 따라서 무용작품을 볼 때 팜플렛에 나와있는 안무가의 의도나 작품의 내용을 전달하는 핵심 문구를 잘 살펴보면 작품을 감상하는데 어느 정도 도움이 된다.

 

내가 찾은 공연의 제목은 “Almost There…”.

한국말로 하면 “거의 다왔는데…”라는 의미로 해석 된다. 유독 안무가 유희라님의 작품에서는 선(line)의 사용이 눈에 띄는데, 이번 공연에서는 탄력성 있는 줄을 통해 공연의 주제와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기발하게 표현해 내었다. 안무가로서도 뛰어나지만 조형적인 관점에 뛰어난 감각을 가진 안무가라고 생각된다.


   

Photo by Ji Ye Kim

 

무대 위에 기하학적으로 펼쳐진 줄의 모습들은 인상적으로 다가왔다. 그리고 그 줄은 사회 속에서 우리가 살아가는 이유 중의 큰 부분의 하나인 목표, 꿈, 그리고 이상으로서 받아들여졌다.

 

처음에 무용수들에 의해 이끌려 나온 줄들은 손에 쥐어져 있으나 쉽사리 놓쳐지고, 가끔은 닿으려 해도 닿을 수 없었다. 그리고 한 명이 줄을 쥐고 있으면 그 줄의 형태는 일자의 모습 밖에 보일 수 없었지만, 여러 명이 하나의 줄을 잡았을 때에는 다양한 형태로 변화 될 수 있었다. 옛말에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라는 말이 있다. 나의 꿈을, 나의 이상을 나 혼자 지키고 일구어 나갈 때에는 한 면 밖에 볼 수 없지만 여러 사람이 공통된 이상을 가지고 협력하여 추진해 나갈 때, 더욱 풍성하고 안정적으로 꿈을 실현해 나갈 수 있다는 것을 무대위의 그 모습들을 통해서 느낄 수 있었다.


  

Photo by Ji Ye Kim

 

또 다른 하나 이 작품을 통해 보고 느낄 수 있었던 것은, ‘줄은 언제나 그 자리에 있다’라는 것이다. 다른 말로 하면 ‘이상과 꿈은 언제나 그 자리에 있다’ 라는 뜻이다. 무용수들의 움직임을 계속해서 보다보니, 어지럽게 널려있는 줄들을 움직이는 것은 언제나 무용수들이었다. 줄은 그저 무용수들이 당기는대로, 움직이는대로 이동하며 모양을 만들 뿐 한자리에, 그 모양 그대로 있었다.

 

그렇다. 나의 꿈은 언제나 그 자리에 내가 세워놓은 곳에, 혹은 누군가 만들어 놓은 길의 한 끝자락에 정체(停滯)해 있다. 꿈을 향한 길목에서 나와 많은 사람들이 함께 협력하여 걸어가기도 하고 서로 엉키기도 하며 포기하고 잠시 서 있기도 한다. 무대 위에 안무가가 그려놓은 그림 위에 서있는 ‘우리’를 보았다. 한 시간 가량 몸으로 그려낸 작품 속에서 젊은 시기에 가장 많이 마주할 법한, 우리 인생의 한 단편을 보았다.


   

Photo by Ji Ye Kim

 

안무가의 의도(意圖)와 다를 수도, 어쩌면 맞을 수도 있다. 그러나 그런 것은 중요하지 않다. 작품안에 메시지가 있었으며, 관객의 내면과 마주하거나 맞닿았다는 것이 중요하다.

 

한 무용수가 여러 개의 줄 한 틈사이로 들어갔다 나오기를 망설였다. 그 작은 틈이 편해 질 때 쯤, 다른 무용수가 그 틈을 비집고 들어왔다. 허무하리만큼 쉽사리 그 자리를 차지했다. 그러나 쉽게 가진만큼 그 자리를 유지하는 것이 쉽지만은 않아 보였다. 스스로 그 틈바구니에 끼어 고통스러워 했지만 처음에 그 틈에 들어갔었던 무용수와 다른 무용수들이 그 줄들을 벌려 줌으로서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었다. 그리고는 서로가 서로를 위해 길을 내어주기도 하고 함께 그 길을 가기도 하며 어느 것에 구애(拘礙)받지 않고 자신만의 형태를 만들며 조화(調和)로움을 보여주었다.


 

Photo by Ji Ye Kim

 

 

줄이 가진 탄성을 이용한 안무는 인생의 굴곡(屈曲)을 표현하는 아주 좋은 예가 되었다. 고무줄의 탄성(彈性)이 내 시야에서 익숙해져 갈 때쯤, 무대를 채우고 있던 줄들이 끊어지고 한쪽 구석에 안타깝게도 늘어져버렸다. 그 때부터 무용수들은 처음과 같이 걷기 시작했다. 그러나 처음과는 조금 다른 모습이었다. 고무가 탄성을 잃은 것처럼, 무용수들도 중력(重力)에 제한을 받지 않는 듯 우주에서 걸어다니듯, 아주 고요하고 감정없는 걸음들이었다. 그리곤 무대를 비추던 조명도 하나 둘씩 꺼져갔다.

 

무중력의 무용수들의 움직임이 안타까움으로 변하는 순간이었다. 마치 우리가 처음 가졌던 이상과 꿈들을 잊어버리고 반복되는 생활 속에 무감각해지고 습관과 같은 삶을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잠시 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생각도 잠시였다. 그 무중력 상태의 모습들은 세상 속에 넘어졌던 자신들을 바로 세우고, 다시 ‘희망(希望)으로 가는 삶의 여정(旅程)’으로도 해석 될 수 있었다.

 

자극적인 요소들로 작품을 이슈화 하는 것에 목적을 둔 예술들이 즐비한 이 시대에, 이와같이 예술이 제 3의 눈이 되어 사회 속의 ‘우리’를 들여다 볼 수 있는 작품들이 많이 나왔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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