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이 되면 풍성한 문화행사들이 뉴욕을 더욱 활기차게 만든다. 다민족 국가들이 모여 사는 도시인만큼, 각국을 대표하는 행사며 온 세계인을 하나로 만드는 다채로운 예술행사들을 도심의 곳곳에서 경험 할 수 있다.
보통 뮤직 페스티발들은 눈에 쉽게 띄는데, 시공간적 제약을 많이 받는 무용이나 필름 페스티발 등은 몇몇의 유명한 곳을 제외하고는 야외에서 찾아보기가 쉽지 않다. 그러나 조금만 더 관심을 기울여 보면 해질녁부터 상영되는 야외 필름 페스티발이나, 많은 사람들을 수용(受容)할 수 있는 큰 광장이나 도심의 주요 장소들 가운데에서 많은 댄스 페스티발을 찾아 볼 수 있다.
특히 무용 공연 같은 경우, 개인이 특별한 관심을 가지고 있지 않은 이상 직접 공연장을 찾아가 관람하는 경우가 적은데, 공공장소에서 부담없이 댄스 페스티발을 경험해 보는 것도 무용이라는 예술과 가까워 질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5, 6월에 펼쳐지는 쉴 새 없는 축제 속에서 다양한 예술가들도 만나고 그들로부터 새로운 사상과 문화를 경험할 수 있게 되기 때문에 페스티발을 한번 마치고 나면 예술가로서, 그리고 한 인간으로서 얻는 것도 풍성해진다.
무엇보다도 좋은 것은 많은 사람들이 함께 모여 공공의 문화를 즐길 수 있다는 것, 그 자체가 아닌가 생각된다. 사람들과 대화를 나눌 때에도 공통 관심사가 있으면 대화가 술술 풀리고, 대화가 끝나더라도 기분이 좋지 않은가. 페스티발을 하고 나면 정말 즐거운 대화를 하고 난 기분이 든다.
▲ Photo by Pyeunghun Baik
나는 경상도 출신이라, 어릴 적부터 ‘용건만 간단히’가 몸에 배어 있다. 지역색(地域色)을 떠나서 성격이 그럴 수도 있겠지만, 꼬마일 때도 친구로부터 전화가 오면 용건만 간단히 말하고 전화를 끊었다.
현재도 누군가가 “수다 떨자!” 하고 자리를 마련한다면 가만히 입 다물고 이야기를 들어주기만 하는데 한 시간은 거뜬히 앉아 있을 수 있다. 가끔 그런 생각을 한다. 입을 무겁게 하고 춤으로 더 많은 것을 표현하라고 이런 성격을 가졌나보다..하고 말이다.
그래서 나는 춤을 추는 것이 좋다. 은유적으로 나의 솔직한 마음을 드러낼 수 있고, 입으로 쉽게 뱉어버릴 말들도 가슴과 몸으로 한 번 더 생각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 Photo by Pyeunghun Baik
친구 중에, 자신의 남자친구가 “나는 네가 왜 무용을 하고 또 공연을 하는지 모르겠어. 왜 하는거야?” 라고 물어 보았다고 한다. 경제적으로 도움이 되는 것 같아 보이지도 않을 뿐더러 시간과 노력을 들인 만큼 인정받는 부분도 적고, 삶에 있어서 도움이 되는 것처럼 보이지 않는다고 말이다.
나도 가끔 내 자신에게 그런 질문을 했었다. ‘넌 왜 계속 춤을 추니…?’
▲ Photo by Pyeunghun Baik
앞서, 무용에 관심이 없는 사람들도 공공장소(public)에서 하는 댄스 페스티발에 가보라고 권유(勸誘)했다. 직접 체험 해보지 못하면 그 실제를 알 수 없는게 예술이다. 무대 가까이서 무용수들의 움직임과 그의 눈을 들여다보면, 연습실에서 흘린 그의 땀과 그 속에서 얻은 내적 성장과 아름다움을 읽어 낼 수 있을 것이다. 그런 것들이 보이기 시작하면 그저 눈으로 보이는 무용이 아닌 ‘진짜 감상’을 할 수 있게 된다고 믿는다.
▲ Photo by Pyeunghun Baik
나의 장점이자 단점인, ‘용건만 간단히’는 다른 사람들에게 세심한 관심을 기울이는데 단점이 될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이 하고 있는 그 ‘일’들에 대해서도 제대로 알지 못하는 단점이 된다. 그런데 나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나와 비슷한 단점들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사람들은 어떤 것에 대해 제대로 알지도 못 한 채 ‘나와는 안 맞는 것 같아. 나는 관심 없어. 그건 좀 별로야. 도대체 왜 하는 거야?’ 라고 말할 뿐, 알기 위해 제대로 된 노력을 하지 않는다. 눈 앞에 있는 이익을 위해서라면 밤새 공부를 해서라도 모르는 것을 알도록 하고 그것에 관심을 높이 사면서 말이다.
삶의 가치를 어디에 두느냐는 정말 중요하다. 대학을 졸업하고 다행히도 좋은 직장을 가진 내 친구들을 보면서 많은 것을 느꼈다. 고등학교 때는 좋은 대학 하나만 보고 살았고, 대학 때에는 좋은 직장 하나만 보고 달렸는데 그것을 성취하고 나니 ‘나는 왜 사는가?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문제에 다들 봉착(逢着)했다고 한다.
▲ Photo by Pyeunghun Baik
사회적 지위도 좋고, 넉넉한 살림살이로 안락한 삶을 누리는 것도 다 좋다. 그러나 ‘내 삶의 가치’는, ‘내 목표’는 어디에 있는지, ‘물질’에 있는지 아니면 ‘나와 우리’에 있는지를 잘 생각 해 볼 문제다.
‘물질’적 삶을 위해 예술 교육과정도 줄이고 있는 교육현실에서, 보잘 것 없어 보이는 저 예술이 내 삶에 어떤 변화를 가져다 줄 지에 대해서도 잘 생각해 볼 문제다.
▲ Photo by Pyeunghun Baik
“저는 무용을 취미로 하지 않습니다. 당신이 즐겁게 당신의 일을 하듯이 저에게 있어서 즐거운 일은 춤을 추는 것입니다. 저도 처음에는 그냥 즐겁게 춤만 추었습니다. 나를 위해서 춤을 추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매 시간, 매 초 나의 움직임에 대해 생각하고 나와 내 주변, 나아가서는 메마른 사회에 어떤 단비 같은 존재가 될 수 있을까를 연구합니다. 사회적 지위와 주변 사람들의 시선에 웅크리고 자아(自我)를 잃어가고 있는 많은 사람들에게 어떻게 하면 잃어버린 삶의 감동을 되찾아 줄까하고 연구합니다. 더 좋은 사회는 ‘나’만 생각해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나와 이웃’을 위하는 것에서 부터 시작 됩니다. 더 좋은 사회는 사람들의 머리로 부터 나오는 것이 아닙니다. 가슴으로 부터 나오는 것입니다. 가슴으로 부터 나오는 진짜를 만들어 내는 것이 나의 직업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