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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주의 마음의 편지
김은주는 10세때 어린 동생 "세 마리" 를 데리고 뉴욕땅에 먼저 오신 부모님과 상봉하러 "억지로" 이민을 왔다. 수원 꼬마 대장부가 이태리계/독일계 이민자가 많이 사는 이국땅에서 성장해 초/중/대에서 20년 동안 교직생활을 했다. 늘 개혁하고, 창작하고, 발전하고, 실천적인 삶을 추구하며 편지를 통해 생의 활력을 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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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간장으로 미역국 끓여주는 유대인 남편

글쓴이 : 김은주 날짜 : 2011-12-15 (목) 04:50:59

은주에게,

얼마전 네 ‘절친’의 아들 ‘바 미츠바(BAR MITZVAH)’에 참석했지...유대인들의 자녀가 성년으로 접어드는 상징적인 의식, 여기 미국의 ‘스위트 식스틴 파티(Sweet Sixteen Birthday Party), Confirmation, 등등의 종교와 문화적인 행사(Rites of Passage)이지.

네 친구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미국에 와서 사회생활 하다가 다른 이들보다 좀 늦게(2년) 미국 대학에 입학했고 공부보다 영어를 빨리 배워야겠다는 결심으로 (고등학교 졸업하고 와서 1년만에 영어를 원어민처럼 하는 사람도 드물지) 영어를 쟁취한 친구...그 친구와 친구의 남편 Steve 이야기를 해볼께.

 

Steve 는 네 대학 동창이기도 하지.(수재라 너보다 1년 먼저 졸업했지. 덕분에 1년 선배가 됐어) 그리고 네 친구는 졸업 후 연애 결혼을 해서 아주 멋있는 머슴아 둘 낳고 잘 살고 있지. 그중 막내, DANIEL 의 BAR MITZVAH 에 네 쌍둥이 딸들을 데리고 참석 했지.

 

Steve 는 전형적인 유대인도 아니지. 이태리에서 태어나 이태리 문화와 언어는 물론, 또다른 종교와 문화(유대인 문화)를 가진 아주 특별한 사람이지. 그리고 네 친구를 만나기 전 부터 늘 음식하는 것, 그리고 연구하는 것을 좋아했던 친구지.

결혼후에도 부엌살림은 Steve 가 도맡아서 하지. 네 친구는 정말 부엌에 들어가면 안 되는 완전 "NO 살림꾼" 할머님께서 늘 공주님, 금단지처럼 모셔서 살림보다, 늘어놓는 일..아니면 쇼핑하는 일을 아주 잘 하는 사람이지.

친구가 DANIEL 을 출산했을때, Steve가 전화해 미역국 어떻게 끓이냐고 물어본것 생각나지? 조선 간장을 넣어야 제 맛이 난다고 하니까, 널더러 조선 간장가지고 빨리 오라고 했지, 타판지 브리지(Tappan Zee Bridge) 를 건너서 웨스트체스터(Westchester) 에 있는 답스페리(Dobbs Ferry) 까지 헐레벌떡 달려가 조선 간장을 넣고 미역국을 끓여준게 바로 엊그제 같은데...벌써 우리 애기 DANIEL 이 13살이 되다니...

 

그리고 이번에 세상은 참으로 좁고도, 아름답고 또 진정한 GLOBAL SOCIETY 로 변해 가야 한다는 것을 새삼스럽게 느끼고...조선간장으로 한국인 부인에게 미역국을 끓여주는 유대인 남자도 이 세상에 존재한다는 것을 발견했을때...가슴 벅차고 인간냄새...조선간장같은 사람냄새가 나는 경험을 마음적인 후각(嗅覺)으로 경험을 했지.

  

넌 대학 시절, 늘 친구랑 눈 오는 날이면, 아주 센티멘탈(sentimental) 하게 함께 누워 밤 하늘을 쳐다보고, 하얗게 내리는 눈의 신비와 설레임을 못 이겨 밤샘하면서 인생에 담긴 대화를 나누곤 했지. 눈물 콧물 찍찍 짜면서...그땐 무슨 감정이 그렇게 풍부했을까? 지금도 그 순간들을 생각하면...절로 가슴이 포근해지면서 묘한 미소가 만들어져.

 

그리고 넌 그때부터 괴로울 때나, 슬플 때나, 게으름 피고 싶을 때나, 서로의 남편들이 미워서 도망가고 싶을 때나, 사는게 재미 없을 때나, 신이 날 때나...그 친구랑 눈내리는 빙햄튼(BINGHAMTON) 대학의 창가를 내다보면서...인생의 길을 함께 걸어가고 있지.

설명도 필요없고 그냥...너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친구...잘난척도 하지 않고 파자마 바람으로 친구를 맞이하는 너..짜장면 먹고 싶다고 훌쩍 Tappan Zee Bridge 를 건너와...“집에 왔으니까 짜장 짬뽕 먹자!” 하는 친구...참으로 우리는 못말리는 개구쟁이같은 친구로 남아있지.

 

대학때 눈 내리는 밤이면 (빙햄턴은 왜 그렇게 눈이 많이 내렸는지) 이런저런 이야기 하면서 음식도 해 먹어가면서 삶과 인생과 가족과 친구들과 학업과 앞날을 걱정하면서, 또 현실을 비관하며 함께 울기도 하고 웃기도 하고, 그런데 친구는 늦잠을 잘 자서 수업도 빼 먹으면서 늘 A만 받는 괴물..또 그런 괴물과 결혼을 했고...

넌 주위에 그런 사람들이 득실득실해. 친구 남편이 술집 입구를 지키는 기도(bouncer)처럼 자신을 통과해야 널 만날수 있다고 gate keeper 도 되었었지? 그래서 늘 너랑 친구는 과거를 더듬어 가면서 할 이야기가 너무나 많고 아직도 만나면 소녀처럼 깔깔대고 웃는 철부지 아줌마들이 되어있지.

 


그렇게 감성에 매달려 울고 웃던 대학시절이 엊그제 같은데...벌써 대학 졸업 한지 25년이 넘었구나. “아이쿠” 아까운 세월! 언제 그렇게 훌쩍 지나가 버렸을까?

은주야...넌 늘 마늘처럼 사람을 사귀고 고추같은 친구가 되지? 여기 미국에서는 생마늘을 먹는 사람들은 아마 한국인 (maybe Italian) 밖에 없을것 같아. 어떤 한인들은 마늘 냄새 난다고 김치도 냉장고에 넣지 않고...차에 가져 다니지도 않고 오직 ‘미국냄새’ 만으로 후각을 장식하는 사람들도 있지.

하지만...넌 무슨 ‘똥배짱’ 인지...교실에서도 마늘 냄새나는 김치찌개도 데워먹고...대학교때는 청국장을 기숙사 방에서 먹다가 쏟아서...온 기숙사에 비상이 걸렸었지-무슨 썩은 냄새가 진동한다면서 RA(Residence Assistance) 가 네 방에 와서 난리를 친 것 생각나니? 너도 참 못 말리는 trouble-maker 야.

그런데...왠 마늘?...얼마전 뉴욕한국학교에 가서 어느 선생님께서 마늘장아치를 손수 담그셔서 학교의 기금으로 기부하셔서...네가 좋아하는 마늘장아치 두 종류와 고추를 사 가지고 왔지. 친구아들 BAR MITZVAH 가기 전 김치와 참기름을 넣고 (들기름이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싹싹 비벼..네 쌍둥이 딸 그리고 남편과 마늘장아치와 고추와 침을 흘리면서 네 고향 어머니의 음식을 먹었지?

아...생각만 해도 군침이 도는 마늘 장아치, 김치비빔밥 그리고 고추 장아치...조선 간장으로 끓인 미역국...이 음식의 맛을 모르는 불쌍한 ‘이방인들’ 네 남편의 말대로...“those poor bastards who don't know the taste of 김치, 마늘, 제육복음, 된장....” 너도 오늘은 네 남편의 말에 동의할거야. 정말 불쌍한 사람들...마늘의 맛을 모르다니...

네 친구 수진이는 유대인 친구와 연애해 남자 집의 반대를 물리치고 결혼에 GOAL-IN 해 아주 잘 생긴 아들 둘을 낳고 아름다운 Westchester Dobbs Ferry 에다 신혼살림을 차렸어. 지금은 옆 동네로 이사가서 잘 살고 있지. 정말 많은 환란과 고통속에서도 민들레처럼 솟아나는 삶의 의지가 강력한 친구이지. 넌 얼마나 감사하니? 이런 친구가 네 곁에 있다는게...

 

은주야...인생이 무엇이니? 이렇게 정든 사람들과 함께 먹고, 이야기하고, 또 함께 삶을 고민하면서 ..진정 ‘조선간장’ 같은 친구로 인해 행복하고 기분좋고, 갈 때 있고, 쉴 때 있고 언제 어디서나 찾을 수 있는 친구가 있다는게...진정한 행복 아닐까?

서로의 고민을 덜어주면서, 서로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걱정해 주는게...진정한 친구이고 인생살이가 아니겠니? 이 아름다운 인생...너무 짧은 인생..마늘처럼 고추처럼 조선간장처럼 살다가 고요히 가고 싶은 세상이다.

친구 남편, Steve, '마늘 doctor' 에 관해선 나중에 또 이야기 하자. 지금은 수업 준비를 해야 하고...네 딸이 옆에서 풀칠을 하면서 학교 project 에 열중하고 있어서...엄마가 38년 전에 밤새 숙제하는 널 도와주신것 처럼 너도 딸 공장 project 를 도와주어야 하지 않겠니? 이젠 그만 멈추고..너의 현실로 돌아가자꾸나.

EAST HARLEM 의 에 해 뜨는 모습을 기다리면서...

은주가 은주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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