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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해성목사의 지구촌 사랑나누기
한신대학교 신학사, 목회학 석사, 목회학박사, 미국 맥코믹신학대학 교환교수. 1992년부터 중국동포와 외국인노동자들의 노동상담을 하고 있으며 <외국인노동자의 집/중국동포의 집>, <지구촌사랑나눔>, <외국인노동자전용의원>, <다문화복지센터> 대표, 연합단체 <외국인노동운동협의회> 공동대표. 저서로 <목사님, 저는 한국이 슬퍼요> 등 다수, ‘뉴스위크’선정 '2005를 빛낼 인물들 10인'. 서울신문 101주년기념 <한국을 움직이는 101인>.‘복음과 상황’이 주목한 100인의 그리스도인> 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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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난의 현장을 떠나지 못하는 이유

글쓴이 : 김해성 날짜 : 2011-11-07 (월) 13:51:08

 

사람이 죽으면 사나흘 머물다 반드시 떠나야 합니다.

가족과의 이별이 슬프지만 그 나라로 떠나야 합니다.

그런데 50일이 지나도록 떠나지 못하는 망자(亡者)가 있습니다.


영등포구 소재 한 사우나에서 화덕공으로 일하던 중국동포 故 김용철(54세)씨.

김씨는 지난 9월 12일 추석날 아침에 세상을 떠났습니다.

쌓아놓은 장작더미 위의 포장을 벗기다가 지하 계단으로 추락한 것입니다.

병원 응급실로 황급히 옮겨 치료를 했지만 사흘 만에 숨지고 말았습니다.

김씨의 유족들이 저에게 찾아와 도움을 청하였습니다.

사우나 주인의 외면으로 보상은 커녕, 장례도 치르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유가족들과 함께 사업주를 만나러 갔지만 그림자도 볼 수 없었습니다.

대리인이라는 사람이 나와서 추락사망이 아닐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부검 결과 추락사망이라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이 사실을 가지고 사업주를 만나러 갔지만 코빼기도 보지 못했습니다.

대리인은 이번에 "우리가 무슨 과실이 있는지 적어 내라"는 것입니다.

'산재처리만 하면 되지 무슨 위자료냐?'고 도리어 큰소리를 쳤습니다.

사람이 죽었는데 산재로 처리하고 끝내라는 것입니다.

부하 직원이 죽었는데도 안면몰수 하겠다는 것입니다.

한국 사람이 사망했다면 과연 이렇게 할 수 있을까요?

남편 잃은 여인의 절규(絶叫)는 저에게 찔림이었습니다.

아버지 잃은 딸의 눈물이 저에게 흘러들었습니다.

그 절규와 눈물을 차마 못 본 척 외면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 유족과 망자를 위해 경찰서에 직접 가서 집회신고를 했습니다.

"중국동포 살려내라!", "사업주는 사죄하라!"

목이 터져라 외쳤지만 해결은 아직 요원(遙遠)해 보입니다.


법인 사무실로 복귀하자마자 잔소리를 들었습니다.

현장 문제는 이제 실무자에게 맡기라고 합니다.

법인 대표이니 이젠 대표답게 행동하라고 충고합니다.

규모가 커졌으니 조직 관리에 몰두하라고 합니다.

후원기관과 인사 관리로 재정에 힘쓰라고 합니다.


세상은 너무 많이 변했습니다.

저의 위치와 책임도 달라졌습니다.

교회 지하실에서 조그만 상담소를 시작했을 때는 가벼웠습니다.

그 시절엔 임대비와 월급 걱정이 없었기에 굶는 것도 행복했습니다.

그런데 지구촌사랑나눔은 이제 직원만 해도 수 십 명입니다.

월말이 되면 운영비와 직원 급여 문제로 쩔쩔 맵니다.

능력도 없으면서 왜 일을 크게 벌렸냐고 나무라는 분들도 있습니다.

굳이 변명하자면 이주민들의 울부짖음을 외면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그 결과 쉼터와 급식소, 상담센터와 복지센터, 병원과 학교가 만들어졌습니다.


 

20년 넘게 무리한 탓인지 몸 여기저기서 삐걱 소리가 납니다.

청년시절에 앓은 간질환이 20년 넘도록 친구처럼 붙어 다닙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당뇨까지 생겨 끼니때마다 약을 먹어야 합니다.

아침부터 혈당을 재고 기록을 하라고 하지만 겨를이 없어서 포기했습니다.

올 초에는 구안와사(안면신경마비)까지 찾아와 입이 틀어지기도 했습니다.

그런 와중에 발생한 전세대란으로 저희 가족은 또 이삿짐을 싸야했습니다.

나이 쉰이 넘도록 집 한 칸 마련하지 못한 부끄러운 가장입니다.

가시밭 사역을 응원해주는 아내와 두 딸을 보면 면목이 없습니다.


저의 초라한 행색을 보신 분들마다

격려와 위로의 말씀을 해주십니다.

정기적으로 운동을 하라고 합니다.

일하는 방식을 좀 바꾸라고 합니다.

이제 좀 쉬면서하라고 채근합니다.


저는 별로 할 말이 없을 때마다

"명심하겠습니다!"라고 대답하곤 합니다.

속으론 '죽으면 다 썩어질 삭신이 아니겠느냐!'고

겉으론 "영원히 쉴 날도 올 텐데요"라고 답해봅니다.


가리봉의 기적을 믿고서 찾아오는 사람들!

생사를 다투는 절박한 사건과 병에 걸린 사람들!

주야와 요일도 구분 없이 저를 기다리는 사람들!

이들을 외면한다면 저의 존재 이유는 사라질 것 같습니다.


저는 이주민의 아픔과 눈물 속에서 희망을 발견합니다.

그것이 고난과 눈물의 현장을 떠나지 못하는 이유입니다.


 

 

http://blog.daum.net/yjb0802/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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