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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해성목사의 지구촌 사랑나누기
한신대학교 신학사, 목회학 석사, 목회학박사, 미국 맥코믹신학대학 교환교수. 1992년부터 중국동포와 외국인노동자들의 노동상담을 하고 있으며 <외국인노동자의 집/중국동포의 집>, <지구촌사랑나눔>, <외국인노동자전용의원>, <다문화복지센터> 대표, 연합단체 <외국인노동운동협의회> 공동대표. 저서로 <목사님, 저는 한국이 슬퍼요> 등 다수, ‘뉴스위크’선정 '2005를 빛낼 인물들 10인'. 서울신문 101주년기념 <한국을 움직이는 101인>.‘복음과 상황’이 주목한 100인의 그리스도인> 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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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노부부의 봄나들이

글쓴이 : 김해성 날짜 : 2013-05-28 (화) 04:30:44

 

민들레, 미나리, 두릅나물, 쪽파….

 

중국동포 노부부가 봄나물을 잔뜩 캐왔습니다.

제 건강이 안 좋다는 이야기를 누구에게 들었는지

한 소쿠리가 넘는 야생 민들레까지 챙겨오셨습니다.

 

푸릇푸릇한 색감과 진한 향기가 사무실에 퍼집니다.

"목사님이 숱한 인구를 거느리고, 먹이고, 재우고, 치료해주시느라

아주 고생이 많으신데 성의껏 대접하고 싶어도 돈이 없으니 이렇게라도…."

봄나물을 왜 갖고 오셨는지 여쭈었더니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노부부의 소박한 정성에 가슴이 찡했습니다.

벼랑 끝에 내몰린 외국인노동자와 다문화가정의

억울하고 힘겨운 사정을 해결하기 위해 이리저리 뛰느라,

쉼터와 급식소를 찾아오는 나그네들의 생계를 위해 뛰느라

몸과 마음이 지치고 찌들었는데 모처럼 마음이 환해졌습니다.

 


 

아내 오금순(66세)씨는 한국에 온지 10년

남편 이명선(68세)씨는 한국에 온지 5년째

아내는 식당에서, 남편은 건축현장에서 일을 하십니다.

 

충남 당진에서 살고 있는 이들 부부는 짬이 나면

산과 들을 다니면서 야생 나물을 손수 캐서 가져옵니다.

 

봄나물을 잔뜩 담은 마대자루를 이고지고

시골버스를 타고 당진버스터미널에 내려서

서울행 고속버스를 타고, 터미널에 내려서

지하철을 타고 구로디지털단지 역에 내려서

마을버스를 타고 저를 찾아오면 꼬박 반나절이 걸립니다.

 

"목사님을 만나면 마음이 기뻐요.

비가 오고 힘들었지만 나물을 캤어요.

목사님이 맛있게 잡숫도록 계속 가져오고 싶어요."

 

저에게 쏟아주시는 마음과 정성이 고맙지만

노부부에게 수고를 계속 끼칠 순 없었습니다.

벌써 10차례 가까이 봄나물을 가져왔으니 말입니다.

 

그래서 성의를 충분히 받았으니 그만 하시라고 당부했지만

노부부는 고집을 꺾지 않으시고 봄나물을 계속 캐 오십니다.

저에게 도움 받은 신세를 어떻게든 갚고 싶다고만 하십니다.

 

그렇다고 이들 노부부의 형편이 좋은 것은 아닙니다.

흑룡강에서 온 노부부는 건강도 처지도 아주 딱합니다.

슬하에 2남1녀를 두었는데 둘째아들이 정신질환을 앓고 있답니다.

 

둘째 며느리가 한국에 돈 벌러 왔다가 한국 남자와 눈이 맞아서

둘째아들을 버리고 떠나는 사건을 겪으면서 아들이 그렇게 됐답니다.

칠순을 앞둔 노부부의 소망은 죽기 전에 아들의 병을 고쳐주는 것입니다.

 


 

- 여수출입국방화사건!

- 이천냉동화재사건!

- 논현동 고시원 방화 살인사건 등

 

20년 넘는 세월 동안에 숱한 이주민을 만났습니다.

20년 넘는 세월 동안에 숱한 사건들을 겪었습니다.

 

울고 불며 도움을 청하는 이주민들을 부여안고 참 많이 울었습니다.

벼랑에 몰린 약자를 짓밟는 이들에 맞서 맨몸을 던지며 싸웠습니다.

이주민의 아픔을 안고 물불 가리지 않고 싸웠더니 악명이 높아졌습니다.

그 덕분에 제가 나서면 기업이나 기관에서 상당한 보상액을 제시합니다.

 

저의 역할은 피해자와 유족들이 정당한 보상을 받도록 돕는 것까지입니다.

힘겨운 협상을 통해 보상이 이루어지면 유족들은 나타나지 않습니다.

제 마음이 아픈 것은 저에게 인사치레를 하지 않은 것이 아니라

보상금을 서로 차지하기 위해 싸우는 유족 간의 다툼입니다.

 

억울하게 죽은 이주민의 목숨 값이,

억울하게 죽은 다문화 이웃의 목숨 값이

갯값으로 취급되던 보상 관행을 바꾸긴 했지만

돈 앞에서 무너진 가족들의 욕망까지는 어찌 할 수 없었습니다.

다만 보상금 지급 이후에는 관여하지 않은 덕분에

어떤 유혹도, 잡음도 없었던 것은 아주 다행입니다.

 

노부부가 캐 오신 봄나물,

인정의 향기를 맡으면서 이런 생각을 해봅니다.

 

사람에게서도 봄나물처럼 향기가 나면 얼마나 좋을까?

산과 들에 피는 봄나물처럼 사람들도 푸르면 얼마나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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