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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해성목사의 지구촌 사랑나누기
한신대학교 신학사, 목회학 석사, 목회학박사, 미국 맥코믹신학대학 교환교수. 1992년부터 중국동포와 외국인노동자들의 노동상담을 하고 있으며 <외국인노동자의 집/중국동포의 집>, <지구촌사랑나눔>, <외국인노동자전용의원>, <다문화복지센터> 대표, 연합단체 <외국인노동운동협의회> 공동대표. 저서로 <목사님, 저는 한국이 슬퍼요> 등 다수, ‘뉴스위크’선정 '2005를 빛낼 인물들 10인'. 서울신문 101주년기념 <한국을 움직이는 101인>.‘복음과 상황’이 주목한 100인의 그리스도인> 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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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실패한 목사입니다

글쓴이 : 김해성 날짜 : 2012-07-13 (금) 11:48:52

지난 3월 말, 퇴근 무렵의 저녁이었습니다.

충남 아산에서 중국동포 환자가 찾아 왔습니다.

얼굴과 머리는 풍선처럼 퉁퉁 부은 상태였습니다.

불에 탄 피부는 너덜거렸고 싸맨 붕대는 진물에 젖었습니다.

민주화를 위해 분신했던 이들이 치료도중 패혈증으로 사망했던

그때의 경험으로 살펴보니 이대로 두면 죽을 것만 같았습니다.

 

화상 환자인 김씨는 마흔 살의 알코올 중독자입니다.

김씨가 술 문제로 자동차 부품공장에서 쫓겨났습니다.

일자리를 잃은 김씨는 일정한 직업 없이 떠돌았습니다.

무료급식소를 전전하면서 노숙생활을 하며 지냈던 것입니다.


 

그날도 술에 취한 김씨는 충남 아산의 한 폐가에 들어갔습니다.

추위를 달래려고 모닥불을 피우면서 잠을 청했습니다.

그만 잠이 들었는데 온통 불길에 휩싸였던 것입니다.

다행히도 주민들의 신속한 신고로 소방차가 출동해

화재는 진압됐고 김씨는 생명을 건질 수 있었습니다.


 

구급대원들은 김씨를 인근 병원 응급실로 옮겼습니다.

경찰의 신원조회를 통해 이주노동자라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그리고 민간단체인 아산외국인노동자센터에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아산센터가 나서서 응급실 비용을 부담했지만 어찌할 방도가 없어서

진물이 줄줄 흐르는 김씨를 저희에게 데려와서 도움을 청했던 것입니다.

  

방도(方途)가 없기는 저희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저희 외국인노동자전용의원은 의원급이고 화상치료실도 없습니다.

그렇다고 다른 큰 병원으로 보내는 것도 그리 쉬운 일이 아닙니다.

병원비가 없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다시 데려가라고 할 수도 없고.

의사는 환자를 화상 전문병원으로 옮기지 않으면 큰 일이 난다고 합니다.

우리나라 최고 화상전문 치료병원인 한강성심병원 응급실에 데려갔습니다.

이렇게 해서 김씨는 저희들이 책임져야 할 환자가 되었습니다.

 

한 달 넘게 입원하면서 병원비가 천 만 원이 넘어갔습니다.

의료보험도 없어서 병원비 해결에 골머리를 앓아야 했습니다.

이리 저리 뛰는 동안에 김씨는 감사는커녕 요구가 많아졌습니다.

병원 밥맛이 없다! 외부 음식을 먹고 싶다며 돈을 달라는 것입니다.

자신이 필요로 하는 이것저것을 사오라고, 가져오라고 요구했습니다.

게다가 입원 동안에 체류기간이 만료되면서 불법체류자가 되었습니다.

김씨의 체류기간을 연장해보려고 서울출입국사무소를 찾아갔지만

절도전과가 있어서 연장해줄 수 없다는 답을 안고 돌아왔습니다.

김씨는 편의점에서 술을 훔치다 잡혀서 절도범이 됐던 것입니다.


 

김씨에 대한 치료가 끝나가면서 퇴원 이후의 문제가 고민됐습니다.

병원비는 한림화상재단과 희년의료공제회 도움으로 겨우 해결했습니다.

알코올 중독자의 경우는 90%이상이 재발되는 것을 경험했기 때문에

김씨를 쉼터에 받아들이는 것을 법인의 여러 책임자들이 반대했습니다.

저 또한 염려했습니다. 하지만 김씨는 통원치료를 받아야 하는 환자였습니다.

그래서 김씨의 모든 책임을 제가 지겠다면서 쉼터에서 생활하도록 설득했습니다.

김씨에겐 금연과 금주, 공동체 질서를 깨면 즉시 退所(퇴소)라고 단단히 강조했습니다.

 

얼마 동안은 잠잠했습니다.

통원치료도 잘 받았습니다.

그런데 오래가지는 않았습니다.

몸이 어느 정도 호전되자 일자리를 구했습니다.

호주머니에 돈이 생기자 술을 사서 마시기 시작했습니다.

일도 나가지 않고 대낮부터 술에 취해 대로변에서 뒹굴었습니다.

쉼터에 들어와 행패를 부리는 등 紛亂(분란)의 주인공이 계속 됐습니다.

쉼터 담당자들은 쉼터가 엉망이 됐다면서 저를 몹시 원망했습니다.


 

저는 그의 생명만이 아니라 영혼도 살리고 싶었습니다.

불쌍한 영혼을 감싸면서 치료를 시키며 살리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도저히 더 이상 감당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고 말았습니다.

김씨를 책망하자 그는 살기 띤 눈빛으로 저희를 째려보는데 그 모습을

보면서 방화까지 우려됐습니다. 저희들의 요청으로 경찰에 연행된

김씨는 끝내, 지난 6월 말에 중국으로 강제 추방되고 말았습니다.

이주민들과 다문화가정을 돕는 목회자로 20년 넘게 살아왔는데,

그들의 권익을 위해 苦草(고초)를 감당했던 제가 이주민을 추방시켰습니다.

 

한 영혼을 끝내 건지지 못하고

쫒아 보내고 만 저는 실패한 목사입니다.

도움을 구하기 위해 저희를 찾아온 모든 나그네들을

무조건 받아들여서 먹이고 재우려고 했던 제 목회 철학이

이렇게 허물어졌습니다. 앞으로도 실패를 더할지 모릅니다.

그래도 이 길을 가야하기에 부끄러운 고백으로 편지를 마칩니다.

김해성 목사 올림

http://g4w.net/m3_0.ph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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