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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해성목사의 지구촌 사랑나누기
한신대학교 신학사, 목회학 석사, 목회학박사, 미국 맥코믹신학대학 교환교수. 1992년부터 중국동포와 외국인노동자들의 노동상담을 하고 있으며 <외국인노동자의 집/중국동포의 집>, <지구촌사랑나눔>, <외국인노동자전용의원>, <다문화복지센터> 대표, 연합단체 <외국인노동운동협의회> 공동대표. 저서로 <목사님, 저는 한국이 슬퍼요> 등 다수, ‘뉴스위크’선정 '2005를 빛낼 인물들 10인'. 서울신문 101주년기념 <한국을 움직이는 101인>.‘복음과 상황’이 주목한 100인의 그리스도인> 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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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화 두켤레와 장난감 강아지

글쓴이 : 김해성 날짜 : 2012-02-17 (금) 08:35:37

성남에서 활동하던 초창기 시절의 이야기입니다.

한국 사람들이 외국 사람이 분명하다며 한 남자를 데리고 왔습니다.

경기도 이천의 길거리에 쓰러져 있었다는 것입니다.

경찰이 보호를 거부하면서 저희 센터를 알려주었다는 것입니다.

 

그 외국인의 외모는 한국 사람과 그다지 차이가 없었습니다.

무료쉼터에 거주하는 몽골 사람들에게 보여주었더니 대뜸 몽골 사람이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아니나 다를까 그 사람이 몽골말을 쏟아 놓기 시작했습니다.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그 사람을 쉼터에 머물도록 하였습니다.

쉼터에 머물게 된 그 사람은 말문이 터지자 쉴 새 없이 말을 쏟아 놓는데

저뿐만이 아니라 몽골 사람들도 알아듣지 못하겠다는 것입니다.

아무런 뜻도, 의미도 없는 몽골말을 늘어놓고 있기 때문입니다.

 

www.en.wikipedia.org

그런데 심각한 문제는 밤에 일어났습니다.

한숨도 자지 않고 밤을 지새우며 중얼거리는 것입니다.

같은 방에서 자는 이들이 불안에 떨었습니다.

며칠이 지나서야 정신이상자라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불상사라도 벌어질까 싶어 밤마다 지키는 일은 고역(苦役)이었습니다.

몽골로 출국을 시키려고 했지만 여권은 물론 돈도 없는 빈털터리였습니다.

몽골어 통역을 통해 대화를 시도했지만 자기 이야기만 늘어놓는 것입니다.

이름과 고향은 물론 그 어떤 신상정보도 모른 채 오리무중(五里霧中)이었습니다.

몽골대사관에 문의를 했지만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답변뿐이었습니다.

 

계속 데리고 살 수도 없고, 보낼 수 있는 방법도 없어 난처했습니다.

어쩔 수 없어서 경찰에 불법체류자 신고를 하기로 했습니다.

신고 받고 출동한 경찰관들도 난색을 표했습니다.

데려가지 않겠다는 것에 대해 우리도 난색을 표했습니다.

살다보니 외국인을 보호해야 할 우리가 신고하는 꼴이 되었습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가지 않겠다는 그 친구의 등을 떠밀었습니다.

 

www.en.wikipedia.org

며칠 후, 그가 머물던 자리에 남겨진 물건을 발견했습니다.

검은 비닐봉투 안에 겹겹이 쌓여 있는 물건입니다.

몇 겹을 풀었을까?

상표도 떼지 않은 4~5세용 빨간 여자아이 운동화가 나왔습니다.

그리고 신어 보지도 않은 성인용 예쁜 여자 운동화도 나왔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장난감 강아지 한 마리가 뛰어 나왔습니다.

건전지 넣어 스위치를 켜니 빙글빙글 돌아가면서 짖어대는 강아지였습니다.

 

어린 딸과 부인을 위해 장만한 선물로 보였습니다.

한국에서 일하며 온전한 정신에서 마지막으로 준비했던 선물이 아니었을까요?

그처럼 행려병자(行旅病者)로 떠돌면서도 놓치지 않은 물건이었을 텐데… 아차 싶었습니다.

선물을 돌려주려고 출입국사무소에 전화를 하니 이미 출국을 해 버렸습니다.

난감하지만 별 뾰족한 수가 없었습니다.

 

어린 딸과 부인에게 선물을 하고 싶었을 그 마음을 생각하면 마음이 아파옵니다.

더 우려되는 것은 가족을 만나기나 했을까 하는 것입니다.

만일 가족을 만났다고 해도 걱정스럽기만 합니다.

선물도 하나 없이 맨 손으로 돌아 온 이상해진 아빠를 맞는 어린 딸의 모습···.

큰돈 벌어 오겠다고 떠났다가 초췌한 모습으로 돌아 온

병든 남편을 맞이한 그 부인의 심경이 어땠을까요.

 

몽골사람들은 한국을 '솔롱거스'라고 말을 합니다.

'무지개의 나라'라는 뜻이지요.

같은 몽골 반점 때문인지, 아니면 우리를 한때 속국으로 지배해서인지는 몰라도

우리들을 형제로 인식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무지개와 같은 꿈은 사라져 버렸습니다.

그 가족들에게 한국은 비극의 나라일 것입니다.

어떻게 이들을 위로할 수 있을까요?

이 소중한 물건들을 어떻게 돌려줄 수 있을까요?

아빠가 사 두었던 예쁜 운동화와 장난감 강아지를 받아 들고 기뻐할

그 어린 딸의 초롱초롱한 눈망울을 꼭 보고 싶었습니다.

 

그 사건 몇 개월 뒤에 저와 함께 일하는 몽골 직원이 몽골을 가게 되었습니다.

혹시나 그 가족들을 찾을까 싶어 놓고 간 물건을 챙기도록 했습니다.

만나게 되면 전달하라고 다른 선물도 마련했습니다.

몽골 신문에 그 가족을 찾는 사연을 대문짝만하게 실었습니다.

안타깝게도 그 몽골 사람과 가족들을 찾지 못했습니다.

 

마음에서 떠나지 않는 '비극의 코리안드림'은 너무 많습니다.

그 중에서도 몽골 사람의 운동화 두 켤레와 장난감 강아지는

너무 가슴 아픈 사연이어서 슬픈 기억으로 새겨져 있습니다.

몽골의 대초원이 그 사람과 가족의 아픔을 낫게 해주었으면 좋겠습니다.

 

- 다문화 희망세상을 꿈꾸는 김해성 목사 올림

<http://g4w.net/m3_0.ph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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