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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치김의 그림이 있는 풍경
대상의 움직임과 느낌을 순식간에 역동적으로 잡아내는 크로키는 카메라의 ‘스냅샵’과 비슷하다. 누드크로키라는 다소 생소한 분야를 뉴욕에서 십수년간 천착하며 작가의 붓끝을 거친 다양한 인종의 누드 모델만 1천명에 달한다. 크로키속에 담긴 진솔한 인간의 향기를 맡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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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들이 왜 미국까지 왔냐구요?"

꿈엔들 잊힐리야…4월16일의 비극
글쓴이 : 김치김 날짜 : 2015-03-22 (일) 22:2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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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아침 습관적으로 컴퓨터 앞에 앉았다. 밤새 일어난 일들을 주마간산(走馬看山) 식으로 훑어보는데 '입학 일주일 만에 엄마가 오늘 교실을 엎었음...ㄷㄷ 전학갈 듯. 도와줘'라는 제목 하나가 눈에 띄었다. 성격 급한 어느 중학생 엄마가 선생 멱살이라도 잡은 모양이라고 학교에서 마저도 폭력이 만연(蔓延)하는 세상에 살고 있음에 혀를 끌끌 차며 지나치려다가 수십만건의 조회수와 천명이 넘는 추천수에 끌려 자동적으로 열어보게 되었다.

 

편한 어투로 재미나게 또래에게 이야기 하듯이 자연스럽게 써내려간 글에는 엄마가 선생들을 향해 언성을 높이던 당시의 가감없는 상황과 엄마의 마음은 물론이고 학교에서 뻘쭘해진 자신의 입장과 어쩌면 전학을 가게 될지도 모른다는 복합적인 심경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문제의 발단은 수업중에 비상벨이 울리는 것에서 시작되었다. 선생은 학생들에게 '고장나서 그런것이니 아무도 교실 밖으로 나가지 말라'며 수업을 계속 진행 시켰음을 나중에 듣게된 학생의 엄마가 비상벨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고서 며칠 후 학교로 찾아갔다.

 

평소 큰소리 한번 안내고 치맛바람으로 비쳐질까봐 학교 방문조차 삼가하던 엄마의 방문은 아이에겐 사건이었다. 글 쓴 학생의 말마따나 엄마가 '빡쳐서' 선생들 앞에서 큰 소리를 낸것은 맞지만 성질이 더러워서도 아니고 무식해서도 아니란것은 끝까지 다 읽어보면 누구라도 알 수 있는 정황이었다.

 

제목과 달리 엄마는 교무실을 엎은것도 아니고 무식하게 선생의 멱살을 잡은것은 더더욱 아니었다. 다만 학교측의 무책임한 변명과 안일한 대응방식에 분노했을 뿐이었다. "설령 그게 고장난 비상벨이었을지도 벨이 울리면 고장인지 아닌지는 차치하고라도 일단은 아이들을 밖으로 대피시키고 봐야 하는것 아닌가' 라는 일침은 네티즌의 공분과 공감을 자아내기에 충분했으며 수많은 댓글들은 개념있는 엄마의 분노에 그리고 용기있는 행동에 박수를 보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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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16일 세월호가 침몰되어 가던 상황에서 만약, '학생들은 선실 밖으로 나오지 말고 모두 안에서 기다려달라'는 방송 대신 '사고로 배가 침몰되고 있으니 모두들 침착하게 선실 밖으로 빠져 나가라'는 제대로된 방송이 나왔더라면 삽시간에 수백명이 수장(水葬)되는 어처구니 없는 비극은 최소한으로 그쳤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수도없이 해보곤 했다. 사고 당시 선장과 선원 모두가 위험한 상황임을 간파하고 자신의 직무에 충실하게 대처 했더라면 아니,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양심'만 저버리지 않았더라도 그렇게 말도 안되는 방송으로 수많은 무고한 생명을 수장시키지는 않았을 것이다.

 

사고는 어쩔 수 없었다손 치자. 사고 직후 '전원 구조'라는 오보(誤報)가 나오지만 않았더라도 국민들은 사태에 좀 더 심각하게 주시하고 대응했을 것이며 수학여행을 떠난 수백명의 학생들을 그렇게나 많은 수의 주검으로 마주하게 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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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새끼 불에 타죽으면 당신들이 책임질거야?!!!!" 라는 절규와도 같은 아이 엄마의 외마디는 '안전불감증'이 만연한 우리 사회를 향한 준엄한 질책(叱責)이자 서늘한 일침(一鍼)으로 이해되었다. 옛말에 '뱀에 물린 사람은 새끼줄에도 놀라는 법이고, 자라보고 놀란 가슴은 솥뚜껑 보고 놀란다' 라는 말이 있다. 심지어는 '더위 먹은 소 달만 보아도 허덕인다'고 하고 '불에 놀란 강아지 반딧불만 봐도 끙끙거린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어떤 사건이나 사물에 심한 충격을 받으면 그와 조금만 비슷하거나 닮은 사물이나 상황에서 화들짝 놀래고 평소보다 겁을 먹기 마련이며 과한 반응을 보일 수 밖에 없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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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315. 지난 해 4월 이후 매달 한번씩 그랬왔듯이 세월호를 잊지않는 뉴욕, 뉴저지, 필리델피아, 커네티컷 멀리 워싱턴 디씨에서 온 어린 꼬마에서 부터 칠순 노인까지 동포 60여 명이 뉴욕 맨해튼 뉴욕 타임즈 본사 앞에서 집회를 가졌다. 뉴욕에서만 가진 12번째의 모임이었다. 모두가 두툼한 외투와 모자로 몸을 감쌌어도 맨해튼을 사정없이 훓고 지나가는 칼바람은 매섭기 그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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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달 있어온 집회였으나 이번 집회는 달랐다. 유족들의 입을 빌어서라도 진실을 알려야겠다는 사명감으로 온 이들은 김동혁군의 엄마 김성실 씨와 임경빈군의 엄마 전인숙 씨였다. 며칠전 금요일 맨해튼의 SVA 대학 강의실에서 어둠속에서 웃고 떠드는 아이들의 동영상을 보았다. 여객선이 침몰하는 순간에 선실안에서 촬영된 동영상들 속에는 끔찍한 상황을 전혀 감지하지 못한 학생들이 선실 밖으로 나오지 말라는 반복되는 안내 방송을 믿고 구명조끼를 착용한 뒤 살아서 남기는 마지막 메시지가 될 줄은 꿈에도 모른채 서로서로의 모습들이 담긴 모습을 편집없이 보여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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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아빠 사랑해 그런데 우리 예쁜 동생은 어떡하지? '라며 해맑게 말하던 동혁이 얼굴을 엄마는 차마 바라보지 못하고 오열(嗚咽)하고 있었다. "시신을 인양했던 당시에 수많은 아이들이 손에 스마트 폰이 들려져 있었어요. 그렇게 많은 아이들이 전화기를 꼭 쥔 채 나왔습니다. (침묵) 사람들이 묻습니다. , 외국까지 와서 하냐고. , 많은 분들이 의아해 했습니다. 어째서 이 이역만리 미국까지 왔냐고. 정보가 막히고 진실을 호도하는 상황에서 저희는 절망적이었고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나왔습니다" 라며 무겁게 입을 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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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유족은 첫번째도 두번째도 세번째도 어떻게, , 이런 사고가 일어났는지 정부와 해경은 침몰할 당시 에어포켓(Air Pocket)으로 생존 가능성이 있다는 72시간의 골든타임(Golden Time) 동안 단 한사람도 구출하지 않은 이유를 알아야겠습니다. 심지어는 구출을 돕는 어선들을 방해 했던 해경에게 물어야 할것들이 많습니다. 유족들의 바람은 단 한가지, 진실을 국민들에게 알려 달라는 것입니다."

 

"왜 언론에서는 전원구조라는 오보(誤報)를 검증없이 내보내서 안심시켰으며 왜 정부는 지상최대의 인력을 동원해서 구조하는 중이라고 거짓말로 유족들을 현혹(眩惑) 했습니까?"

 

"배를 탈출한 선장과 선원들이 유기죄와 방조죄는 인정하나 살인치사에 대해서는 무죄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배를 버리고 승객을 뒤로 하고 나왔을땐 배에 남아 있다가는 죽을 수도 있다는 것을 알았기에 탈출 한것 아닙니까? 그렇다면 당연히 살인죄(殺人罪)가 인정되어야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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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혁엄마와 경빈엄마는 계속 말을 이어 나갔다.

 

"우리가 상식적으로 이해하고 있는 국가는 국가와 국민의 안전이 제일 중요하고 우선시 되어야 한다고 배웠고 그렇게 믿고 있습니다. 선체를 온전하게 인양해서 진실을 밝히고 관련 책임자를 따져서 문책(問責)을 하고 나아가 처벌을 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재판이 진행중이라는 이유만을 들어 사고의 진실에 대해서는 함구(緘口)한 채 유족들에게 보상금만을 지원하겠다는 말만 되풀이 합니다. 국가는 없고 국민만 있습니다. 꽃다운 나이의 자식들을 잃은 부모로서 우리는 자식을 돈으로 교환 할 수 없습니다."

 

방청석의 미국인이 "사고 이후의 현재 상황과 해외에서 어떤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보느냐 "라고 물었을때는 이렇게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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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포와 해외언론의 지대한 관심과 진상규명을 위해 애써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불행하게도 기소권과 수사권이 빠진 특별법이 제정되었으나 그 법으로는 아무런 진실을 밝혀 낼 수 없습니다. 또한, 인터넷을 제외한 공영방송사 및 주요 언론이 진실을 외면하다보니 정보가 막혀 있을뿐만 아니라 소통 또한 되지 않고 있습니다. 정부와 언론을 향해 각자 할 수 있는 선에서 댓글로, 기사로, 편지로, 위로의 글로, 탄원서 등으로 작은 움직임이 모여서 큰 힘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시기를 기대합니다."

 

끝으로 경빈엄마는 "더는 이런 불행이 재현되지 않아서 자식들에게 물려 줄 미래가 부정적이지 않도록 304명의 죽음이 헛되지 않게 안전한 사회를 만드는데 쓰여질 수 있도록 해 도와주세요. 기자 및 언론인 여러분은 사명감을 가지고 사실에 근거하여 정확한 기사를 써 주세요"라며 소회와 당부 또한 잊지 않았다. 하지만 작금의 진실이 호도되고 왜곡되는 소통부재는 기자 개개인의 문제 이전에 중립성을 잃은 어용언론의 구조적인 문제에 기인한다는 방청석의 의견이 나오자 여기저기서 깊은 한숨소리만 새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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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YT 본사 앞에서 시작하여 두 시간 가량 진행된 집회와 행진은 날이 어둑해지면서 32가 코리아 타운을 끝으로 평화롭게 해산하였다. 망각탓이려나 아님, 잘못 길들여진 습관 탓인지 비극적인 사건이나 사고에 금세 무뎌지고 너무 빨리 잊는다. 사람들은 세월호 역시 시간이 지나면 잊힐거라고 한다. 하지만 세월(歲月)이 지나도 절대 잊혀질 수 없을뿐더러 두고두고 반면교사(反面敎師)로 삼아야 하는 것이 2014416일 발생한 '세월호 참사'이다.

 

1주기를 코 앞에 둔 날씨까지 추운 오늘. 타국에까지 와서 잘못된것을 바로잡기 위해서 2주 동안 미 전역을 돌며 진실을 알리기 위한 발품을 판 고 이재욱군과 고 최윤민 양의 어머니 홍영미씨와 박혜영씨, 고 김동혁군과 고 임경빈군의 어머니 김성실씨와 전인숙씨께 깊은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 한국의 유가족 분들께도 다시한번 심심(深心)한 위로의 말씀과 더불어 국민의 한사람으로서 죄스러움을 금할수 없음을 같이 전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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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동영상 말미에서 '(GO)발 뉴스'의 이상호 기자는 눈물을 삼키며 이렇게 힘주어 외치고 있었다. "진실은 침몰하지 않습니다. 우리에게 양심(良心)이라는 부력(浮力)이 있다면 말이죠"

 

답은 각자의 몫이겠지만 분노할 줄 아는 엄마를 둔 아이가 썼던 마지막 문장에는 우리에게 이렇게 묻고 있었다.

 

"너희들도 비상벨 울리면 뛰어나감? 아님 걍 잘못 울렸다고 앉아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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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로키 제목 'A Man Figure Croquis' 재활용 봉투 위에 나무 젓가락으로 그린 잉크 크로키. 2007. 2014년 세월호 이후 무사생환을 비는 마음으로 달기 시작했던 노란리본. 이젠 '절대로 잊지 않겠습니다'라는 다짐과 '진실을 꼭 밝혀 내겠습니다'는 결의도 담겨있다. 크로키의 노란색 배경으로 노란리본을 대신하고픈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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