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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V.배의 코리안데이
남쪽으론 뉴욕 맨해탄을, 북쪽으론 팰리세이드 절벽에 쏟아지는 아침 햇살을 받으며 눈을 뜬다. 그리고 불타오르는 저녁 노을이 떨어지는 허드슨의 강변에 몸을 누인다. 돌아갈 고향이 없어 태극기를 보면 목이 메고 바람에 날리는 성조기를 보면 울먹해지는 나는 진정한 코리안-아메리칸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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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히 김샜어 It left the bad taste on my tongue

글쓴이 : 재이V.배 날짜 : 2011-10-29 (토) 04:50:39

가끔은 외계인이 아닌가 싶게, 남편 리차드는 거의 텔레비전 시청을 하지 않는다.  내가 TV를 켜고 있는 옆에서, 아무렇지 않게 책을 읽거나 컴퓨터를 한다.

그런데 며칠전 자신의 오피스에서 나와 점심을 같이 먹던중 황급히 아이폰을 집어 들었다. “집에 있는 TV에 프로그램 녹화하는걸 깜빡했어.” “복권 당첨번호라도 체크해? 뭐가 그리 중요해서 밥먹다가 TV녹화를 하게…”

내가 부탁한 공화당 대통령 후보 디베이트 프로그램 녹화를 까먹었나? 다시 뭐냐고 채근했으나, 묵묵부답... 나도 너무 이른 미국식 런치를 꾸역꾸역 입으로 가져가고 있었다.

조금 지나자 정말 복권이라도 당첨된듯 환한 얼굴로 말문을 열었다. “내가 이 프로그램을 집에 있는 T.V.에 다 녹화해놓았어. 내일 일찍 집에 들어갈테니 같이 보자구.” “알았어…” 나는 시큰둥 대답하곤 말을 이었다.

“요즘 TV에 볼게 뭐 있어? 매일 월스트리트에서 데모하는 사람들만 나오잖아. 교사조합에 들어있는 사람들까지 떼를 지어 나왔나봐. 아이들까지 데리고나와 슬리핑백속에서 먹고 자면서 데모들 하고 있어. 이 데모가 세계적으로 확산됐다며? 쯧쯧… 데모하는 사람만 불쌍하지…난 데모라면 너무 무서워. 내가 얘기했지? 우리나라 4.19 혁명났을때 말이야, 우리집을 지나가던 학생들이 들이닥쳤는데, 턱이 떨어져서 들어온 학생, 팔에 피가 줄줄 나는 학생, 다 몰려왔어. 그때 이 학생들을 우리 엄마가 다락에다 숨겨주고, 밥도 주고 그랬잖아. 데모 해봤자야, 권력가진 자들, 돈 많이 긁어 버는 악질들이 얼마나 무서운데… 눈 하나 깜짝 안하는 뻔뻔한 인간들인데… 하긴 얼굴 가죽이 두꺼우니까 이것저것 안가리고 저만 챙기지…우리랑, 차원이 틀려…”

입으로 줄창 음식을 씹으며, 쉬지 않고 주절대는 나를, 남편은 망연히 쳐다 보았다. 마치 신들린 사람보듯이. 조금 간격을 두더니 자기 스타일대로, 조용히, 그러나 명확하게 설명을 시작했다. 왜 프로그램을 녹화했고 우리가 이 프로그램을 꼭 보아야하는 그 중요성(?)에 대하여.

“이 쇼에서 지금 한국 팀이 매 주 이기고 있는데 만일 이번에도 이기면 톱을 달릴 찬스를 잡는거야. 한국아이들이 미국아이들 다 제치고 매번 톱을 향해 질주하고 있거든. 정말 한국아이들 대단한 아이들이야.”

마치 우리 자식들이 올림픽에 나가서 일등으로 달리고 있는양 남편은 흥분해 있었다. 나는 이 프로그램이 내 가슴을 조마조마하게 만드는 양키스 대 보스턴 레드삭스 게임같은 것일지도 몰라 전혀 보고 싶은 마음이 없었다. 허나, 이번 생일 날 카드도 보내지 않은 죄책감을 만회하는 의미에서 같이 보기로 했다. “그래, 미스터 일벌레.” 하지만 속으로 “흥, 일이 밀렸다고 하면서 일찍도 들어오겠다, 12시 땡 쳐야 올거면서…”

저녁 8시경, 정말 놀랍게도 남편은 집에 들어와 TV앞에 자리를 잡았다. “이 프로그램은 ‘The greatest food truck race cooking’ 이야. 뛰어난 요리사 세명이 한팀으로 짜여져 있어. 일곱팀의 세프들이 제각기 화려한 ‘이동 트럭’을 몰고 미국 유명 도시를 다니는데 주최자가 그 도시에 적합한 요리 종목을 선정하고 재료도 공급 해. 각 팀은 정해진 시간안에 요리를 만들어 음식을 파는거지. 매주 매상액이 가장 저조한 팀이 떨어지는데, 현재까지 한국팀(Kollilla K-BBQ)이 최고의 매상이야. 한국팀은 판매하는 장소도 잘 물색하고 손님들에게 변형된 코리안 음식을 자상하게 설명도 해주더라구. 최후의 승리 팀은 어마어마한 상금도 받고 주최측이 팀의 요리회사 홍보를 책임진다구.”

 

목사님이 신도에게 달변(達辯)으로 설교하듯 숨도 쉬지 않고 말을 했다. “아하, 오래전 미국 싸구려 리얼스테이터 타이쿤 ‘도날드 트럼프’가 시작해서 “You are fired” 라는 말을 만들어낸 리얼리티 쇼같은거구나?”

쇼의 막이 올랐다. 남편의 훌륭한(?) ‘설교’대로 호랑이 무늬 디자인을 한 트럭을 타고 ‘완벽한 영어’를 구사하는 의기양양한 이들의 모습이 보였다. Lee, Park, Song. 한국성씨를 가진 세 명의 청년.

‘아, 저 아이들이 매 도시를 다니며 승승장구하는구나.’ 쇼가 진행됨에 따라 왜 남편 리차드가 이 쇼를 보여주고 싶어하는지 알게 됐다. 평소 내가 야구장에서 “나는 국경을 초월해서 모든 사람들에게 동등한 응원을 해. 모국 선수가 있는 팀이라 해서 특별히 응원하는 것은 편협한 일이야” 라고 떠들어대는게 결국은 ‘뻥’이라는 것을 남편은 알고 있었다.

뉴욕에서 나고 자란 이 세 청년들이 트럭 앞에 모인 군중들을 향해 큰소리로 외친다. “오늘 요리는 김치 케쎄디아입니다. 두부와 야채에 고추장 소스를 넣은 타코요리입니다” 라고 말할때 마치 내가 그 트럭앞에서 ‘김치 케세디아’를 홍보해야 할 것같은 심정으로 TV속에 빠져들었다. 자랑스런 세 청년들이 최고의 매상액을 낼 때마다 나는 환성을 질렀다. ”이겨라, 대한민국!!”

 

드디어 오늘은 준결승의 날. 네 팀이 미시시피에서 경쟁하는 날이다. 주최자가 “바베큐 요리를 하라”고 지시했다. ‘코릴라 케이 비비큐 K-BBQ’ 한국청년들은. “바베큐하면 코리안”이라며 승자의 여유를 보이며 느긋해 했다.

그러나 막상 전문가들이 K-BBQ 맛을 본 후, “한국청년들이 만들어낸 바베큐에는 고추장이 너무 많이 첨가되어 있다”.고 지적했다. 순간, 나는 “심사위원이 너무 주관적인 평가를 한다” 고 억지를 부렸다. “미시시피 사람들은 사과 식초를 바베큐에 넣어 먹는 것을 더 좋아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통 돼지 바베큐’를 만드는 과정에서 지방색의 본질을 이해하는데 한국청년들의 맛이 떨어질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들기 시작했다. 한국 청년들이 여기서 자라 공부를 했어도 부모와 김치 먹고, 고추장 먹고 자란 사람들이니 미시시피 촌구석에서 무엇이 먹힐지 잘 모르는 것은 당연한 것 아냐?”. 불안은 현실로 나타났다.

음식을 심사하는 푸드 전문가(Food Critics) 들은 한국팀 요리에 대해 낮은 평가를 내렸고 “선두를 달리는 한국팀 코릴라는 오늘 처음으로 고전을 겪고 있습니다. 다른팀에게 한참 뒤지고 있습니다. 회복의 여지가 없어 보입니다”라고 TV 중계팀도 안타깝다는듯 전했다. 사람들의 반응도 시쿤둥했고 의기충천(意氣衝天)했던 세 청년은 식은땀을 흘리고 있었다. 마감 시간이 다가오자 코릴라 청년 요리사들은 실망 가득한 얼굴을 두손으로 가렸다.

날이 밝아왔다. 나는 “그저 이번 경쟁에서 한국팀이 탈락하는것만 모면하면 된다”고 손을 꼭 쥐었다. 마침내 굳은 얼굴을 한 아나운서가 화면에 크게 잡혔다. 성적 발표를 하려는 아나운서는 뜸을 들이더니 말을 시작했다.

“참으로 슬픈 일입니다. 어제 통계와 달리 판매 실적을 조작한 팀이 있습니다. 승리를 위하여 누군가 속임수를 쓴 것이 발견됐습니다.”. 순간 나와 남편의 눈이 동시에 마주쳤다. “한국팀일 것”이라는 예감에 우리 둘의 심장이 ‘덜컥” 내려갔다.

아나운서가 말을 이었다. “한국팀 코릴라팀은 어제 저녁 2,700 달러를 자신의 주머니에서 꺼내어, 음식을 팔아서 번 돈인양 합계에 더해 놓았습니다. 그들의 실적이 어찌했든 코릴라팀은 속임수를 썼기때문에 더 이상 경쟁을 할 수 없습니다”하며 단호하게 매듭지었다.

선두를 달리던 그들은 어제 부진한 세일로 꼴찌가 될것으로 지레짐작한 것이다. 집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불안한 생각에 자신들 주머니에서 돈을 충당해 매상을 부풀린 것이었다. 아나운서는 강조했다. “한국팀 코릴라팀의 판매 실적은 꼴찌가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속임수를 썼기때문에 어쩔수 없이 실격을 시켜야 합니다. 안타까운 일입니다.”

충격과 실망은 단숨에 나를 땅바닦으로 내동댕이쳤다. 얼마전 42년만의 모국방문을 하고 돌아와 미국인 친구들에게 내 모국에 대해 열변(熱辯)을 토했었다, “이순신 장군의 불굴의 자존심, 나라를 지키려하던 숭고한 의지를 받들고 살아가는 한국인”이라고.

모든 기쁨이 완전히 사그러드는 것 같았다. 슬픔이 몰아쳐왔다.. ‘It left the bad taste on my tong.(완전히 김샜어)’ 그랬다. 인간적 존엄성과 윤리를 실천하며 살아가는 남편 옆에 앉아 있기가 민망했다. 한국인이 보통의 미국인에 비해 얼마나 ‘의식이 높은 문화인’이라고 평소에 강조한 내가 아니었나.

울분도 느껴졌다. 계속 아무렇지 않은듯 텔레비전을 볼 수 없었다. 미국에서 태어나 자란 이들 젊은이의 낮은 의식이 이해가 가질 않았다. 규칙과 법을 어기고 돈으로 무엇이든 해결하는 것을 전 국민이 보는 TV를 통해 증명한 꼴이다. 빠른 길을 가려고 질주하는, 그래서 속임수도 아무렇지도 행하는 우리의 자녀들….(소수이기를 바란다)

죽을 때까지 남과 경쟁하는 사회 속에서 지켜나가야 할 인간 본연의 자세, 살아나가면서 지켜야하는 규칙, 내 뇌리(腦裏)에 새겨진 ‘목에 칼이 들어와도 지켜야하는, 인간으로서의 존엄성’.

우리 자녀에게 가르쳐주지 않은 우리 1세들의 잘못일까? 좋은 시민으로서 생활하는 모범을 보여주지 못한 부모들의 잘못일까? ‘무슨 수단을 써서라도 잘 먹고 잘 살고, 성공해야 된다는 것’을 너무 강조했던 우리 이민자들의 책임일까?


kimchikim 2011-10-29 (토) 13:19:57
이 프로그램을 한번도 본적이 없지만..... 여기서 태어나 여기서 자란 ....교육을 받은 친구들이 당당한 꼴찌를 할지언정 그런 얄팍한 꼼수를 썼다는 사실이 너무 부끄럽습니다.이 청년들을 빌어 우리들의 일그러진 모습을 다시 돌아보게 만드는 컬럼 찬찬히 잘 읽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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