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스카 골드러시’ 지금 미국 케이블 TV에서 가장 뜨고 있는 프로그램이다. 디스커버리 채널에서 방영되는 알라스카 골드러시는 요즘 잘 나가는 리얼리티 프로그램으로 여섯명의 남자가 금을 캐러 알라스카를 떠나는 것으로 시작된다.
미국경제가 가파른 낭떠러지에 처한 지금, 이들은 사랑하는 가족을 등지고 중장비를 앞세운 트럭에 오른다. 번쩍번쩍 빛나는 황금색 노다지를 캐는 원대한 열망을 앉고 오지(奧地)로 향한다. 1848년, 미국 역사에 커다란 한 획을 그은 골드러시의 드림이 자신들에게 반드시 일어난다는 확신을 안고서.
스위스에서 이민을 온 존 서터는 멕시코 시민(캘리포니아주)이 된 기념으로 5만평의 땅을 하사(下賜)받아 농작을 하며 여행자들을 위한 포트를 운영하고 있었다. 1848년 1월 제목장 제임스 마샬은 땅에서 우연히 금빛을 발산하는 돌덩어리를 파내 주인 서터에게 보인다. 노란 황금빛의 돌덩어리가 금인 것을 확인한 그들은 이 사실을 비밀에 부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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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터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소문은 흘려나가 나라 전체에 퍼져 빅 뉴스로 떠올랐다. “금이다! 금이다! 아메리칸 강물에 금이 흘러내린다!”라는 외침에 따라 1849년에만 백만명의 사람들이 곡괭이와 삽자루를 들고 샌프란시스코 해안으로 물밀듯이 몰려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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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 초였다. 친구들과 터키를 방문 했을 때, 이스탄불 박물관에서 순금으로 만든 침대를 본적이 있다. 침대 옆에는 역시 순금으로 만든 의자도 전시되어 있었다. 어느 시대의 누가 썼는가는 중요하지 않았다. 우리가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신라왕의 금관보다 몇십배나 큰 금덩어리 침대는 저게 진짜 금인가 싶을 정도로 엄청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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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집트 박물관에 전시된 금으로 만든 왕족들의 관, 고대 메소포타미안들이 사용한 금으로 만든 술잔, 중국 사람들이 오금을 못펴는 순금 돼지통…. 이 모든 금들은 5000년 전부터 누군가의 땀방울이 맺힌 삽자루로 파여진 것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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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인간은 누런 빛의 돌덩어리에 왜 정신없이 매료(魅了)되어 있는 것인가? 고대로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인간이 금을 중요시하고는 까닭은 무엇일까?
금의 가치는 다른 금속과 달리 환경에 의해 변형되지 않고, 전혀 상하거나 녹슬지 않을뿐더러, 무엇보다도 매장량이 많지 않다는 큰 희귀성에 있다. 통화로 유통되지 않는 금이 1온스 당 1350 달러로 치솟는 것을 보며 금에 대한 궁금한 몇 가지를 적어 본다.
-금이 황금빛을 띄는 이유는 아인스타인의 상대성원리와 관계가 있다. 금속에 있는 미세한 전자가 빠른 속도로 발산(發散)되면서 그 빛이 노란 황금색으로 우리 눈에 비쳐지는 것이다.
-인간에 의해 채굴된 70%의 금은 보석으로 만들어지고, 13% 정도의 금은 투자자들을 위한 동전이나 금궤로 만들어진다. 나머지는 치아를 고치는 등 기타 용처로 쓰여진다. 인도는 세계에서 소비되는 금의 25%를 팔찌나 목걸이, 귀걸이 등 엄청난 양의 금장신구로 만든다. 남아공아국도 연간 600톤의 금을 보석으로 만들어 관광객들을 유혹하고 있다.
-원산지로 보면 최고의 금 생산국은 중국이고 호주, 미국, 캐나다, 러시아가 뒤를 잇는다. 남아공화국도 만만치 않은 금생산국이다. 미국에서는 알라스카를 선두로 캘리포니아, 콜로라도, 뉴멕시코, 유타 순으로 금을 채굴하고 있다.
-금은 류마치즘 예방과 폐병치료에도 사용되고 전립선치료에도 효과가 있다.
-금을 제일 많이 보유하고 있는 나라는 미국이며 독일, 국제금융펀드사, 이태리, 불란서 순이며 중국은 7위 일본이 9위에 랭크됐다.
1949년 스팀보트를 타고 금광을 찾아 오랜 여정 끝에 샌프란시스코에 도착한 사람들이 있다. ‘49 Forty Niner’로 불린 이들은 시간이 감에 따라 허기와 질병에 시달리며 오도가도 못하는 신세가 되기에 이른다.
‘노다지가 나온다’는 말을 듣고 무작정 달려온 ‘포리나이너’들은 그들의 꿈을 펼치기에는 너무 준비가 부족했다. 더욱이 ‘캘리포니아 금광에서 노다지가 나온다’는 말이 돌았을 때는, 이미 누군가 다 챙겼고 빈 광산에 들어간 꼴이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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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캐낼 금이 있다면 왜 그들에게 기회를 주었겠는가. 일확천금(一攫千金)을 노리던 ‘포리나이너’들의 꿈이 산산조각이 났듯이 알라스카에 온 여섯 남자와 가족들의 꿈도 캘리포니아 골드러시의 포리나이너가 되는 것 같다.
타드 호프만 부자를 리더로, 그의 동창들 그리고 교회에서 맺은 우정을 끈으로, 평화로운 오레곤 주에서 온 현대판 골드러시의 사나이들은 분초를 다투며 싸우고 있다. 3개월 동안 밤낮으로 피땀을 흘려 강줄기를 돌려 금가루를 건지고, 때로는 산줄기를 무너뜨려 땅속으로 삽질을 해대고 있다.
몇 달동안 불철주야(不撤晝夜) 험난한 과정을 견딘 그들의 노고에도 불고하고 모인 금은 겨우 몇백 달러에 지나지 않는다. 절망에 가까운 그들의 얼굴을 클로즈업 시킬 때 또 다른 이민자들의 얼굴이 포개짐은 왜일까?
“미국은 아름다운 꿈의 나라, 축복받은 황금의 바다. 가자가자 서부로 가자…”
자유를 찾아 이남으로 피난 온 박씨 아저씨는 술이 거나해지면 고래고래 소리쳐 불러댔다.
“누깔먼 노다지야아~ 어디에 숨었는지이~” 어릴적 저녁마다 듣던 그 노래가 허망한 골드러시의 주제가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