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월스트릿저널이 “곡류를 비롯한 음식값이 최고의 가격으로 치솟아 그간의 기록을 깼다”고 보도했다. 이집트를 비롯한 튀니지, 리비아에서 일어나고 있는 소요사태, 중동과 북아프리카의 불안정과 석유 동결(凍結)의 불안감 등 여러 복합적인 이유로 주부들의 장바구니에 힘을 빼게 하고 있다.
사회주의나 공산당 그에 못지않게 미국정부도 우리시민에게 ‘Brain Wash’를 시키며 선동(煽動)한다. “경제가 회복세에 들어갔다”고. 어처구니 없는 말이다. 내 상식으론 호주를 제외한 미국과 유럽의 경제공황은 누렇게 뜬, 힘없는 색깔로 점차 쇠퇴하고 있는듯 보인다. 아무도 손을 댈 수 없을 정도로 향후 20년 동안 힘을 잃어갈 조짐이다. 단지 많은 사람들이 그 변화를 받아들이는 것을 부인하고 있을뿐이다,
경제 공황에 따른 음식값의 폭등에 비해 술값의 변동은 그리 심하지 않다. 불경기에 대응하는 방법의 하나로 술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 사회학자들의 분석이다. 맨해튼 어디를 다녀봐도 문을 닫는 음식점은 늘어도 술집만큼은 ‘해피 아워’를 내걸며 사람들을 불러댄다.
주말에는 대낮부터 남녀노소들로 북적인다. 현 경제공황이 1929년 미국이 겪었던 대공황과 현저히 다른 하나를 꼽는다면 ‘프로베이션’에 관한 것이다. 1917년 미국의회에서 제기된 음주 금지령은 1920년 법으로 제정되어 술을 만드는 양조장이 닫게 되고 급기야 사람들은 밀주(密酒)를 만들게 된다. 시카고 마피아의 대부, 알 카포네 전성기에는 술통을 싣고 캐나다에서 플로리다로 직행하는 트럭의 행렬이 밤낮없이 이어졌다.
이 과정에서 전문 내과의사들도 거들어 술을 옹호했다. 술이 알콜 치료제로 쓰이던 때인지라 술을 법적으로 구할 수 없게 되자 의회에 제소를 하기에 이르렀다.
우리 인간이 언제부터 술을 마시게 되었는지는 불확실하나 어느 측면에서 보면 지구와 인간이 존재하는 한 하느님의 존재와 동일하게 술의 존재는 불멸하리라. 통계를 보더라도 경제가 어려워지면 어려워지는 것에 반해, 사람들은 더 술을 마시고 방탕(放蕩)하게 된다.
CNBC가 2월 중순 리포트에서 언급했듯이 요즘 주택난과 함께 교회들의 재정난으로 인한 숏세일이 많은 상황이다. 큰 도시나 빈민가에서 쓰러지는 것은 술집과 빠가 아닌 주택과 교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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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래 술이란 약방의 감초같아서 미팅과 제사, 결혼식, 장례식 등 사람 모임에서 빠지지 않는다. 술 좋아하는 아일랜드 사람들이 “결혼식과 장례식은 인생에서 치르는 커다란 행사이다. 다른 점이 있다면 술 마실 사람이 하나 줄어든 것뿐이다”라고 말하다시피 사람이 있는 곳에 그림자처럼 따라 붙는 것이 술이다.
술은 필요악(必要惡)이다. 술을 마시지 않는 사람들, 목사님을 비롯한 종교 지도자들은 “술은 악마의 속삭임이다. 술의 유혹에 넘어가서는 안된다” 이렇게 대중에게 가리킨다. 술을 마시는 사람들은 “이 험한 세상을 술 한잔도 마시지 않고 어찌 빡빡하게 살아가나? 화학자들이 말하지 않는가? 우리 신체는 화학물질로 이루어져 있고 알콜을 마시지 않으면 체내 자체에서 알콜을 만든다”며 술을 마시지 않는 사람들을 향해 소리친다.
중세 유럽에서는 수도승들이 술을 담가 팔아 기관을 운영하는 것이 자연스런 일이었다. 그러나 현대에 이르러 많은 범죄들이 “술김에 저지른 사고” 운운하며 술탓으로 돌리는 바람에 술이 악마와 동등하게 취급이 되고 있는지도 모른다.
사실 대다수 의사들은 적당량의 알콜 섭취를 권장하고 있다. 심장에 좋은 레드와인이나 1~2잔의 위스키는 50이 넘은 여자들에게는 약이 된다고 하버드 메디칼대학 리처치팀이 발표하고 있지 않는가? 술에 대한 호불호의 논쟁은 양쪽 다 일리가 있고 옳은 소리다. 잘잘못을 가릴 필요는 없다. 중요한 것은 개인의 취향이자 술을 대하는 개념의 문화적인 차이다.
• 시대의 한량 강태공보다 더 유유자적한, 이차대전을 성공리에 이끌은 영웅, 영국의 처칠이 즐겨마시던 진은 주니퍼 열매를 증류시켜 만든 것으로 마티니의 대명사이자 심볼이다.
• 프랑스 사람들이 자랑하고 거의 몇세기에 걸쳐 “지상의 문화인들이 마시는 술”이라며 울궈먹는 코냑(불란서 코냑 지방에서 나는 흰 포도를 증류시켜 빚은 술로 견과류나 과일, 또는 첨가시키는 물질에 따라 향이 달라진다)은 나폴레옹이 조세핀을 초대해서 마신 술임에 틀림없다. 향과 맛이 혀끝을 녹이는 코바시에, 헤네시, 말텔, 르미마틴이 우리에게 친근한 코냑이다.
• 2000년초부터 프랑스 보르도산과 이태리 끼안테 테이블와인을 제치고 와인가에 강세를 보이는 칠레, 호주산 와인, ‘인간의 생명을 연장시킨다’는 레드와인, 얼마전 뉴욕 북부 양반 동네 라이백크에서 치러진 미 전 대통령 클린턴의 딸 첼시의 결혼식에서 첫번 째 거론된 것도 레드 와인이었다. 심장 박동을 원활하게 하고 소고기와 곁들어먹으면 다이어트의 효과까지 갖는다.
• 고급호텔에서 열리는 미팅을 마감하면 최고급 디저트와 함께 서빙되는 샴페인. 어떤 레벨에 따른 샴페인을 서빙하는가에 따라 그 회사의 재정/지위 상태가 정해진다. 프랑스 샴페인 지방에서 출산되는 환상적인 ‘생명수’ 스파클링 와인만을 통칭하여 샴페인이라 부를 수 있게 법으로 제정 됐다.
• 술의 향으로 치면 코냑이 단연 으뜸이다. 그에 버금가는 향을 지닌 것이 미국산 위스키 벌본이다. 정통 켄터키 벌본 위키를 빚을 때는 반드시 옥수수가 51% 이상이 첨가되어야 한다. 곡물 이외의 어떤 향료나 색깔을 첨가시키지 않아야 하며 적어도 2년 이상 새로 불에 그을린 참나무 술통에 담가두어 발효시켜야 한다.
엄격한 양조과정과 면밀한 규격에 의해 켄터키 ‘벌본’이라고 부를 수 있게 제정된 것이 바로 미국 산 벌본 위스키다. 켄터키, 테네시 위스키 벌본의 향은 옥수수나 밀, 호밀이 복합되어 발효됐다고 믿을 수 없을 만큼 향기롭다. 125도가 넘지 않게 법으로 규정된 80 이상에서 110도의 켄터기 벌본은 양조주들이 각기 가문의 자존심을 걸고 나무를 태운 술통에 12~16년 동안 담가두었다가 시판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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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관광객이 몰려드는 켄터키 루이빌 말 경기장 주위에 양조장들이 산재해 있다. 벌본 양조장들이 공개하는 양조 과정에서 무료로 맛보이는 술지게미와 정통 ‘켄터키 벌본의 맛은 한마디로 ‘작품’이다. 오랜동안 공들인 자신의 작품을 유럽의 코냑이나 위스키에 반도 못 미치는 가격에 판다는 것은 미국 위스키의 질보다는 마케팅의 문제라고 본다. 진이 ‘마티니’의 대명사이면 벌본은 ‘맨하탄’으로, 마티니에 올리브 대신 체리가 곁들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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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안들이 자신의 재력을 과시할 때 흔히 마시는 스카치는 천차만별(千差萬別)이다. 대부분 헐값의 위스키는 순도와 맛이 메틸알콜과 별반 차이가 없을 정도로 형편없는 수준이다. 반면 21년된 ‘맥킬린’ 스카치 정도의 위스키는 향이나 품질에 있어 “곡류를 증류(蒸溜)시켜서 만들어진 예술”이라고 할 수 있다.
대개 스카치라 불리는 스카치 위스키는 영국 스코틀랜드 지방에서 빚어내는 술로 영국 양조업계의 규격과 제조과정을 준수하는데 미국 스카치와는 달리 아름다운 색깔을 내기 위해 카라멜 원료를 써서 유리병을 통해 진한 갈색을 띄는 양주를 만들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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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스카치 위스키는 맥아와 물을 섞은 것을 증류시켜 만들거나 맥아에 다른 곡류를 섞어 증류시킨 것으로 싱글 몰트, 그레인 몰트로 레벨을 정하고 있다. 맥아 이외에 밀기울을 빻아 물에 섞어 제조되는 것 역시 싱글몰트 위스키며 우리에게 흔히 알려진 죠니워커, 제이앤드비, 술병에 노란 배가 그려진 커티샼, 발렌타인 등은 싱글몰트에 곡류를 섞어 제조된 “브랜디드 위스키’라 일컫는다.
영국못지 않게 위스키의 대가인 아일랜드에서 빚어내는 아이리스 위스키는, 기네스 맥주를 포함해서 많은 아일랜드인들이 밤낮을 가리지 않고 뒷주머니에 차고 다니며 밥 먹듯 마셔대는 위스키이다.
우리 모국에서 출출할때 대접의 막걸리를 벌컥벌컥 들여마신 후 손 등으로 입가를 훑어내리며 씻는 것에 비해 위스키는 샷(업)그래스에 따라 홀짝홀짝 입술로 술을 입안으로 끌어들이거나 롹 그래스에 얼음을 띄워 ‘언더락스’나 칵테일을 해서 달달하게 마신다.
우리 동포들이 맨해튼에서 맥주에 소주를 타서 마시는 ‘소맥’. 최악의 재앙(災殃)속에서도 질서를 지키며 줄을 서서 기다리는 수준 있는 일본시민들이 데워먹는 사께, 상하이 뒷골목에서 날이 새도록 마실 수 있는 고량주, 지중해 연안에서 부는 바람속에서 흥취를 돋구는 우조, 피지 아일랜드 주민이 손님대접을 위해 따라주면 손바닥을 치고 받아서 마시던 술, 나무뿌리로 만들어서인가? 막걸리같은 뿌연 물은 한잔만 마셔도 환각제를 먹은듯이 몽롱해지던 카바 술. 이란인들이 ‘지상의 천국’이라 부르는 라키, 이글이글 끓어오르는 남미대륙에서 맛본 얼음이 동동 뜬 샹그리아, 모히또….
그러나 술중에 술은 눈이 펑펑 쏟아지는 날 먹는 ‘체이서’이다. 맥주 한 장 정도에 질 좋은 스카치, 벌본, 코냑을 소주잔 사이즈 정도의 ‘샷’이 곁들어 진다. 맥주 한 모금에 ‘샷’ 한 모금, 이렇게 천천히 마신다. 창밖을 내다보며 지난날을 얘기한다.
무슨 술이든, 어떤 식으로 마시든 무슨 상관일까? 적당히 즐기면 악마의 술이 바로 보약인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