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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으로 살아 가는 의수보다는 지구인으로 살아가고 싶었던 나, 그래서 다인종이 살고 있는 뉴욕으로 유학 결정을 했으며, 틈틈히 지구촌 구석구석을 돌아 다니고 있다. 지구에는 여러 인종이 있고 그 사람들은 국가라는 테두리 안에서 살아간다. 그 테두리를 벗어나면 더 멋진 세상이 있다는 것을 나는 깨달았다. 플래츠버그 뉴욕주립대 졸업. 지금은 도쿄에서 일본어 공부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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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숙(怏宿)의 나라들

글쓴이 : 장의수 날짜 : 2010-08-08 (일) 02:14:36


 

세계에는 역사적인 배경 때문에 서로 사이가 안 좋은 나라들이 곳곳에 있다. 한국인인 내가 줄기차게 경험했던 반일 감정 외에 타국 사람들끼리의 비슷한 감정싸움을 본다는 것은 흥미로웠는데 여행 중 우연히 경험한 유대인들의 독일(獨逸)에 대한 거부감은 너무나도 확연하게 느낄 수 있었다.

난 독일을 참 좋아하고 관심도 많다. 이유라고 하면 고등학교 시절 전공이 독일어였다는 것 정도일 것 같은데 전공어 공부를 열심히 하지도 않은 것을 보면 별로 설득력은 없다. 어쨌거나 몇 번의 여행 중 독일인 친구와 만날 수 있었는데 시리아와 이스라엘 여행 하면서 만난 Simon(지몬) 이라는 독일인 친구의 이야기를 하고 싶다.

시리아, 다마스쿠스의 한 숙소에서 지몬과 그의 친구 Paul(폴)을 만났는데 그 둘은 터키 교환학생을 마치고 1달여간 중동을 여행하는 중 이었다. 지난 이집트 여행칼럼에서 말했듯 타지에서 먹을 것을 조심해야 하는데 이들 역시 공교롭게도 복숭아를 잘못 먹고 배탈이 나 설사로 고생을 하고 있었다.

내가 영어를 전혀 못 알아들을 것으로 생각을 했는지 내 앞에서 자신의 대변 상태에 대해서 서로 설명 하고 있었고 지몬은 “Chunky” (약간 덩어리가 있는), 폴은 “Juicy” (물 같은 상태)라며 농담 섞인 심각한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여행지에서 친구를 사귄다는 것은 즐거운 일, 먼저 용기 내어 설사약을 가지고 있다고 했더니 생각할 시간도 없이 달라고 했다. 약 효과가 좋았는지 다음 날 그들의 대변상태는 아주 많이 좋아졌다.

설사약의 힘인가? 지몬, 폴과 함께 다음 여행지 요르단과 이스라엘을 여행하기로 했다. 요르단으로 떠난 우리는 큰 문제없이 여행을 하였고 드디어 이스라엘 국경에 도착을 했다. 상쾌한 마음으로 입국 심사대의 작은 구멍 안으로 각각 캐나다, 독일, 한국 여권을 들이 밀고 이런 저런 수다를 떨었다.

하지만 입국심사원은 여권을 어디론가 가져가 나타나지 않고 있었다. 다른 여행자들은 창구심사로 간단히 여권을 보여주고 도장을 받아 통과 하는데 왜 우리는 기다리고 있는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그때 지몬이 자신이 독일인이라서 그럴지 모른다고 했다. 그때야 이곳이 유대인의 나라이며 과거 2차 세계대전 때부터의 독일과 유대인의 악연에 대해 떠올렸다. 절대 그럴 리 없을 테니 걱정 말라고 지몬을 안정시키고 이스라엘 일정 이야기로 말을 돌렸지만 대기 시간이 길어질수록 걱정이 되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슬슬 정오가 지나면서 날은 더워지고 우리는 저 멀리 이스라엘 땅을 보며 한숨만 푹푹 쉬고 있었다. 여권을 가져 간지 2시간이 지나서야 한 이스라엘 남자가 다가와 한 명씩 자기 방으로 들어오라고 했고 우리는 약 5-10분정도씩 면담을 했다. 셋 다 인터뷰를 마치고 나서 이야기를 해보니 우리의 시리아 입국 도장 때문이었던 것 같다.

일단 시리아와 이스라엘은 중동 전쟁 이후 사이가 매우 안 좋은 상태여서 이스라엘 입국 도장이 있으면 시리아에 입국을 하지 못한다. 그래서 대부분 여행자들은 시리아 여행 후 이스라엘을 선택하는데 이스라엘 쪽에서도 시리아 입국 경력이 있으면 좀 싫어하는 눈치였다. 이래저래 3-4시간 정도를 기다려서 이스라엘 입국심사대 통과에 성공 했다.

입국 마지막 과정 가방 검사가 시작 되었다. 첫 번째 캐나다인 “폴” 간단히 통과, 두 번째 한국인 “의수” 도 간단히 통과, 그리고 세 번째 독일인 “지몬” 걸렸다. 뭐가 그렇게 물어 볼 것이 많은지 지몬도 당황한 표정이었다.

그리고 시작된 지몬 가방 검사는 정말 치약 하나 까지 다 짜보는 나름의 정밀검사?를 했다. 30분의 검사 후 지몬은 안도의 한숨과 함께 여행 전 어머니가 많이 걱정 하신 이유를 이제 알 것 같다는 말을 내뱉었다.

힘들게 입국한 우리는 Eilat(엘라트)에서 멋진 홍해를 보며 맥주 한잔, 그리고 이곳저곳에서 흘러나오는 귀에 익은 팝송으로 국경에서의 기나긴 긴장감을 풀어 주었다. 기쁨도 잠깐 예루살렘 행 버스에 올라탔고 5시간의 버스 여정이 시작 되었다. 한참 달리던 버스는 갑자기 멈춰 섰고 예쁜 이스라엘 여군 한명과 남군 한명이 들어와 신분증을 검사하기 시작했다.

여군 얼굴을 보느라 정신없는 사이, ‘어라?’ 지몬은 버스 밖으로 남자 군인과 함께 나가고 있는 게 아닌가! 또 가방 검사다. 이스라엘은 테러가 자주 일어나기 때문에 이런 불심검문(不審檢問)이 많은 것이야 어쩔 수 없지만 불쌍한 지몬은 독일인 이라는 이유로 희생양이 되고야 말았다.

총을 든 군인들이 지몬에게 아주 차가운 표정과 함께 이런 저런 이야기를 건넸고 지몬도 무지 무지 긴장한 표정으로 답변했다. 하지만 60년 전 선조의 죄를 덮어쓸 리는 없으니 무사통과 했다. 비록 지몬의 가방은 한 번 더 풀어 헤쳐져야 했지만….


 

▲ 홍해가 있는 엘라트에서 마냥 행복한 폴, 반면 지몬은 위축된 표정이다


 

예루살렘에 있는 동안 지몬이 가방 검사를 받아야 하는 경우는 없었지만 불심 검문 과정에서 지몬에게만 유독 차가운 군인들을 몇 차례 볼 수 있었고 폴과 나는 항상 지몬을 불쌍하게 지켜봐야만 했다. 독일이 유대인들에게 큰 죄를 지었다고는 하지만 이스라엘 여행은 지몬에게는 너무나 짜증스러운 일이었을 듯하다. 과연 한국에 일본인이 놀러 오면 이런 경험을 할까? 물론 아니다.

한편으로 가만 생각해보니 한 세기 가까이 지난 지금에도 유대인들로부터 독일인들이 저런 불편한 감정을 여과없이 느끼면서 자연스레 그들의 역사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반성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지몬이 타국의 친구들인 나와 폴에게 얼마나 창피했을까? 만약 2차 세계대전 중 자신의 조국과 동맹국으로서 아시아 국가들에 큰 피해를 준 국가가 일본이었다는 것을 알았다면, 또 내가 당시 극심한 수탈을 당했던 한국인이었다는 것을 알았다면…….

 

▲ ‘I ♡ NY’ 티셔츠를 입고 황금돔사원에서 한 컷


함정호 2010-08-19 (목) 09:25:13
잘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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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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