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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러 온 미국과 살러 온 미국은 달라도 너무 달랐다. 어쩌다 정착한 곳이 허드슨 강변의 작은 마을. 두 아이를 키우며 초보이민의 씁쓸함과 달콤함을 번갈아 느끼고 있다. 한국살이 미국살이 비교 체험 극과 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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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디양, 너무해요!” <上>

글쓴이 : 훈이네 날짜 : 2012-11-03 (토) 05:37:08

 

한국에선 사이클론(태풍)이 걱정이었는데, 미국에 오니 허리케인이 있었습니다. 뉴욕생활 10년, 크고 작은 허리케인을 겪었지만 사실 그간 남의일로만 생각했는데 이번에 아주 큰 코(?)를 다쳤습니다.

 


 

그렇다고 큰 피해를 입은 것은 아니구요. 본격적으로 허리케인 샌디가 상륙하면서 전기가 나갔기때문입니다.

 

 

그런데 정전이 되버리니 모든게 스톱이 되버리더군요. TV와 인터넷은 물론, 난방과 취사(가스렌지가 아니라 전기렌지) 까지 말입니다. 일부 지역은 수도까지 끊겼다고 하니 그보다는 낫기는 하지만 깜깜한 집안에서 겨우 촛불 몇 개를 밝히고 밥을 먹는둥 마는둥 플래시라이트에 의존해 화장실을 다녀오고 갑자기 난민(亂民)이 된 기분이었습니다.

 


 

TV나 인터넷이 안되니 바깥 소식을 알 수가 없고 무섭게 부는 바람소리에 목이 움추러질 정도였습니다. 창밖을 보니 큰 나무들이 거센 비바람에 위태로울만큼 휘어지는데 저러다 쓰러지면 어쩌나 주차한 차가 걱정이 되고 불안감이 엄습했습니다.

 

 

안그래도 허리케인이 뉴욕을 덮치기 전날인 28일 일요일, 마켓마다 사람들이 생필품을 사재기하느라 장사진을 치고 교통당국은 지하철과 버스 철도 운행을 일찌감치 중단시키는걸 보고 너무 수선을 떤다고 비웃었는데 막상 일을 당해보니 장난이 아니더군요.

 



 

허리케인이 불기 전인 29일 일요일 오전 기차역이 있는 허드슨강 앞으로 나가봤습니다. 기차역으로 내려가는 언덕길은 경찰통제선이 일찌감치 쳐 있었습니다. 비도 안오고 바람도 안부는데 왜 벌써 이럴까 고개를 갸우뚱하다가 역 너머로 허드슨강을 살펴봤더니 물이 엄청나게 불어 있었습니다.

 

 

강을 마주한 워터프런트 파크 하단까지 찰랑찰랑 넘치고 있더군요. 아마도 만조(滿潮)시간 때문에 바닷물이 역류한 것 같은데 이곳에서 30마일(약 48km)은 떨어진 맨해튼 남단 대서양물이 이정도로 불어난 것은 전례없는 일이어서 이거 장난이 아니구나 싶더군요.

 

 

아직 비도 오지 않고 태풍도 상륙하지 않았는데 이정도면 어떻게 되는거지??

 



마침내 허리케인은 29일 저녁부터 시작됐습니다. 허리케인의 전조는 전기가 나가는 것으로 시작됐습니다. 뉴저지 포트리에 사는 분으로부터 전화가 왔습니다. “우리 아파트 전기가 나갔어요. 거기는 괜찮아요?” 하길래 “우리는 괜찮다. 불편해서 어떡하냐. 태풍만 지나가면 복구되겠지요”하며 걱정해주고 전화를 끊었습니다.

 

 

그로부터 1~2분 됐을까요. 전기가 깜빡깜빡 두어번 꺼졌다 켜졌다 하더니 이내 나가더군요. 오후 7시경이었습니다. 갑작스런 정전이라 당황했지만 미리 챙겨둔 촛불과 플래시라이트가 3개 있어서 다행이었습니다.

 


▲플래시 라이트를 세워놓은 반사빛이 천정에 우아한 실내등처럼 보입니다

 

전기로 가동되는 렌지를 사용할 수 없어서 휴대용 가스버너(브루스타)를 이용해 저녁식사를 하고 서둘러 설걷이를 끝냈습니다. 물마저 끊어지면 큰일이다 싶어 혹시하는 생각에 욕조에 물도 받아놓았습니다.

 

 

본격적으로 바람이 부는데 바람소리가 이렇게 공포스럽기는 처음이었습니다. 특히 미국의 주택가는 나무들이 많아서 나무 흔들리는 소리가 아주 괴기스럽게 들리더군요. 캄캄한 밤에 무서운 바람소리, 목덜미가 절로 움추려졌습니다.

 

 

다음날 새벽녘까지 쉼없는 바람소리에 잠을 설치다 늦은 아침 깨어보니 태풍은 어느새 물러간듯 했습니다. 동네길 주변은 낙엽과 잔가지가 어지럽게 흩어져있고 옆집의 농구대가 누워있는 것 외에는 특별히 문제가 없어보였습니다.

 


 

제가 사는 뉴욕북부는 비도 예상보다 많이 오지 않았고 좀 싱겁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정전외엔 달리 피해가 없으니 곧 복구되겠지 여유로운 마음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웬걸, 곧 전기가 들어오겠거니 한 기대는 착각이었습니다. 이번 허리케인으로 워낙 광범위한 지역이 피해를 입어 복구(復舊)작업에 한계가 있었던겁니다.

 



 

집 주변엔 멀쩡해서 몰랐지만 차를 타고 동네를 한바퀴 돌아보곤 허리케인 피해가 보통이 아님을 실감했습니다. 곳곳에 나무가 쓰러지고 그 나무들이 전선을 덮치고 난리도 아니었습니다.

 

 


 

한국에선 바람이 불면 간판 떨어지는게 무서웠는데 미국에선 워낙 나무들이 많아서 바람 불면 나무 쓰러지는것을 조심해야 합니다. 겨울엔 또 폭설이 자주 내려 쌓인 눈 때문에 큰 가지가 부러져 사람들이 다치거나 죽는 사고도 종종 발생하니까요.

 


 

어쨌든 정전(停電) 피해로 인해 뉴욕일원의 학교들은 계속 문을 열지 못했고 결국 한 주 내내 휴교를 하는 기록적인 사태가 잇따랐습니다. 정전사태를 미리 예측했다면 어디 며칠 짐싸들고 먼 곳에 다녀오기라도 했을텐데 휴교 여부를 전날 오후에 알려주니 움직일 수도 없었습니다.

 



나중에 알았지만 대부분의 미국인들은 허리케인에 대비하는 자세가 보통이 아니었습니다. 적어도 2주는 버틸만한 생필품에, 자동차 휘발유도 가득 채워놓고 예비탱크까지 비축하는가하면 허리케인이 불어오는 전날부터 주변의 모텔과 호텔 예약을 해놓은 사람들도 제법 됐구요.

 


아랫동네인 헤이스팅스 온 허드슨의 주택가에 커다란 나무가 집을 덮친 모습입니다.

 




다행히 사람은 다치지 않은듯 했습니다. 맞은편 집 나무가 쓰러지는 바람에 앞 집이 봉변을 당한 것입니다.

 


 

이번 허리케인으로 피해를 입은 곳들이 대부분이지만 별다른 피해를 겪지 않은 식당이나 호텔같은 업소의 경우 짭짤한 수입을 올리는 ‘허리케인 특수’를 누리는 등 희비가 교차됐습니다.

 



미동부 최초의 한국식 찜질방인 뉴저지 팰리세이즈팍의 킹사우나는 이같은 특수를 누린 대표적인 곳입니다. 며칠째 집에 전기가 나가고 난방용 가스도 공급이 안되니 추위를 피해 몰린 고객들이 엄청났으니까요.

 


 

 

헤이스팅스에서 다시 우리 동네로 넘어왔습니다. 언덕길인 비콘힐 드라이브를 지나는데 주차한 차 위에 커다란 나무가 쓰러져 있었습니다. 평소 이렇게 길가에 차들이 많이 주차를 하는데 운이 없다보니 하필 나무가 쓰러진 것입니다.

 


 

이런 일들이 종종 일어나다보니 바람이 심하게 부는 날 차를 세워놓을때는 주변에 큰 나무가 없는 곳을 선택하는게 좋습니다.

 

조금 더 내려갔더니 이번엔 아예 노란색 폴리스라인이 길을 막고 서 있습니다. 

 

 

한 아파트 앞에 있던 큰 나무가 반대쪽 아파트로 쓰러지면서 전기줄이 마치 그네타늣 나무를 받치고 있었습니다.

 


 

동네에서 이렇게 큰 나무들이 곳곳에서 쓰러진 것을 보니 간밤의 허리케인이 얼마나 대단했는지 새삼 실감이 났습니다.

 

 

<下편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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