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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러 온 미국과 살러 온 미국은 달라도 너무 달랐다. 어쩌다 정착한 곳이 허드슨 강변의 작은 마을. 두 아이를 키우며 초보이민의 씁쓸함과 달콤함을 번갈아 느끼고 있다. 한국살이 미국살이 비교 체험 극과 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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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들만 죽어나네..수퍼볼 열기

글쓴이 : 훈이네 날짜 : 2012-02-06 (월) 07:55:22

 

수퍼볼(Super Bowl)의 날이 밝았습니다. 2월 5일(한국시간 6일) 인디애나 폴리스 루카스 오일 스타디움에서 개막하는 제46회 수퍼볼은 미국인들의 생활리듬을 잠시 바꿔놓을만큼 대단한 스포츠 제전(祭典)입니다.

왜 그런 우스개말이 있지요? 외국인이 한국에서 살면서 한국사람 다됐다고 느끼는건 ‘버스에서 자는척하면서 아줌마에게 자리 양보안할 때’라구요. ^^ 미국생활 8년을 넘기면서 언제부턴가 수퍼볼 시청을 기다리는 저 자신을 발견합니다. 아직 풋볼의 규칙도 제대로 모르고 정규리그는 거의 관심도 없는데도 유독 수퍼볼만큼은 그냥 넘어가지가 않네요.

그건 아마도 주변의 미국인들이, 아니 모든 매스컴에서 온통 수퍼볼 수퍼볼하면서 떠들어대고 피자집을 가건, 장을 보러 가건, 수퍼볼 특수를 겨냥한 판촉광고문구들을 많이 보기때문일 것입니다.

 

풋볼은 가장 미국적인 스포츠라고 합니다. 언젠가 동네 고등학교 풋볼경기를 구경한 적이 있는데 경기장 입장할 때 선수들이 마치 전장에 나서는 병사처럼 발을 구르며 비장하게 구호를 외치는 것을 보았습니다.

수백년전 컬럼버스이래로 아메리카 원주민들을 살육하고 거대한 대륙을 정복한 미국의 역사처럼 풋볼은 거칠게 몸을 부딪치며 한치의 땅이라도 더 확보하기 위해 전진하는 ‘땅따먹기’ 경기라는 비아냥도 듣습니다. 그러나 개인주의 성향이 강한 미국인들을 하나로 만들고 단결과 협조, 희생의 정신이 잘 발휘되는 스포츠임에는 틀림없습니다.

 

수퍼볼이 열리는 날 미국인들은 보통 대형TV가 마련된 스포츠바와 퍼브 레스토랑 등에 몰려서 한꺼번에 관전을 합니다. 특히 올해는 제가 있는 뉴욕을 연고로 한 자이언츠가 결승에 올라 4년만에 뉴잉글랜드 페이트리어츠와 격돌(激突)하게 되어 그 열기가 더욱 뜨겁습니다.

스포츠바나 식당에 가지 않는 사람들도 대부분 친척 친지 등 여러 가족들이 모여서 맥주와 피자, 치킨을 먹으며 한꺼번에 경기를 지켜봅니다. 집집마다 크고 작은 수퍼볼 파티가 열리는 것입니다. 역시 스포츠는 함께 어울리며 응원도 하고 봐야 제맛이니까요.

 

우리 동네 피자집은 며칠전부터 수퍼볼 패키지 메뉴를 만들어 주문을 받는 등 수퍼볼 대목을 단단히 노리는 모습이었습니다. 수퍼볼 경기를 테마로 음식들을 경기장 모습으로 만들어 팔기도 합니다.

그런데 오늘 점심에 NY스포츠클럽을 갔더니 입구에 래플(복권) 티켓을 신청하는 코너가 있었습니다. 수퍼볼을 기념해서 당첨자에게 한달간 무료티켓을 증정하는 행사였습니다. 공짠데 안할 이유가 없지요. ^^

 

그런데 평소보다 운동을 하는 사람들이 아주 많았습니다. 동부시간으로 이날 오후 6시부터 중계를 하기 때문에 일찌감치 운동을 하고 들어가서 수퍼볼 관전을 하려는 것이었지요.

저 역시 운동을 마치고 저녁 수퍼볼 관전을 위해서 버팔로 윙을 좀 사고 나초 과카몰레를 안주로 준비하느라 장을 보러 나갔습니다. 미국인들이 좋아하는 메뉴는 치킨과 피자, 매운 살사소스나 아보카드 소스(과카몰레)를 곁들인 나초, 이날 사람들이 가장 많이 소비하는 음식은 아마도 버팔로 윙일것입니다.

 

추수감사절에 수많은 터키(칠면조)들이 희생되는 것처럼 수퍼볼이 열리는 날은 유독 치킨을 찾는 사람들이 많아서 애매한 닭들만 죽어나는 날이기도 합니다.

 

캔들라이트라는 식당은 버팔로 윙이 아주 유명한데 쉴새없이 차들이 오가며 사가는 모습이었습니다. 기왕이면 우리는 한국인의 장사를 돕기 위해 한국집을 찾았습니다. 얼마전 K팝 치킨이라는 곳이 근처에 생겼거든요.

 

제가 사는 웨스트체스터 카운티는 뉴욕한인타운과 다소 거리가 있고 H마트와 한양마트와 같은 대형 한인마켓이 없습니다. 이곳에 오래전부터 동양마켓이라는 작은 한인수퍼가 있었는데 얼마전 문을 닫고 K팝 치킨으로 상호를 갈았습니다. 이 지역엔 한국식 중국집도 없기 때문에 짜장면과 짬뽕, 볶음밥의 메뉴도 있더군요.

 

이곳 사장님 말로는 오늘 치킨을 주문하는 한인 손님들이 아주 많다고 합니다. 역시 수퍼볼은 한인들에게도 인기가 있습니다. 치킨을 주문한 후 Trader Joe's라는 유기농상품이 많은 수퍼에 들렀습니다. 이곳 역시 평소보다 고객들이 두배는 되더군요. 수퍼볼 관람을 위해 먹을 것도 구입하고 일찌감치 장을 보려는 것입니다. 아마도 경기가 시작되면 거리가 한산해 질 것입니다.

 

수퍼볼은 경기도 경기지만 중간중간 새로 선보이는 광고들을 보는 맛도 짭짤합니다. 수퍼볼 광고는 30초 광고비가 무려 300만 달러에 달하는 엄청난 금액입니다. 그만큼 광고효과가 높다는 뜻이지요.

수퍼볼 광고가 당해연도 그 제품의 대박여부를 결정짓는다는 말이 있을만큼 비중이 아주 큽니다. 한국기업은 현대자동차가 4년전 처음 수퍼볼 광고에 등장했는데 그 이후 놀랄만한 판매신장률을 보였습니다. 미국자동차업계가 상대적으로 위축되는 등 여러 가지 요인이 있지만 현대차의 공격적인 마케팅이 수퍼볼 광고에서 주효(奏效)했던 것입니다.

올해는 현대차 기아차 외에도 삼성전자가 처음으로 광고를 예정하고 있어 한인들의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삼성전자는 갤럭시노트 스마트폰의 미국 출시를 앞두고 있는데요. 들리기로는 경기 열기가 가장 뜨거운 4쿼터 도중 광고를 내보낼 예정이라고 합니다.

미국소비자연맹이 발간하는 컨슈머리포트는 올해 수퍼볼 관람에 적당한 TV랭킹에서 삼성전자를 파나소닉과 함께 LCD-TV 공동1위로 선정했다고 합니다. 프라즈마TV부문은 파나소닉이 1위를 차지해서 다소 아쉬움을 남겼는데 아무튼 이번 수퍼볼 광고로 삼성전자가 올해 매출에서 어떤 효과를 보게 될지 관심이 모아지네요.

한가지 재미있는 것은 수퍼볼을 좀더 실감나게 즐기기 위해 대형 TV판매가 급증하는데요. 일부 얌체 고객들은 일정기간내 물건 환불이 잘되는 점을 악용해서 수퍼볼만 즐기고 다시 제품을 리턴하기도 한다는군요. 그래서 요즘엔 TV 등 전자제품의 환불 약관을 쉽지 않게 바꿨다고 합니다. 얼마나 얌체 고객들이 많으면 그럴까 싶더군요.

한국에서도 요즘은 수퍼볼에 대한 관심이 많아졌다고 들었습니다. 한국계 수퍼스타 하인스 워드의 역할도 많은 영향을 미쳤을텐데요. 제2, 제3의 하인스 워드가 계속 나오는 모습을 그려봅니다.


h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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