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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번호판 도둑이 기가막혀

글쓴이 : 훈이네 날짜 : 2010-10-26 (화) 02:52:42

 

미국에서 자동차 번호판은 ‘라이센스 플레이트(License Plate)’라고 합니다. 그냥 줄여서 ‘플레이트’라고 부르죠. 영국에선 ‘넘버 플레이트’라고 말 그대로 번호판인데 여하튼 미국은 좀 다르더군요.

미국이 넓은 나라라는 것을 자동차 번호판을 보고 실감하기도 하는데 처음 미국와서 다양한 디자인을 보는 것도 색다른 즐거움이었습니다.

미국의 50개 주마다 각기 개성있는 번호판을 디자인하기 때문인데요. 가령 뉴욕주는 번호판 상단 왼쪽에 나이아가라 폭포 그림, 오른쪽에 맨해튼의 마천루 그림을 각각 새겨놓아 뉴욕의 양대 상징물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 알파벳과 숫자 사이 캥거루처럼 보이는 그림은 뉴욕주의 생김새랍니다^^ 

라이트형제가 인류 첫 비행기를 띄운 노스캐롤라이나주는 그때의 비행기 그림이, 와이오밍은 말탄 카우보이, 하와이주는 무지개, 플로리다주는 야자수 그림이 있는 식이죠. 또 대부분의 번호판에 해당 주의 별명(別名)이 달리거나 상징적인 표현을 달고 있습니다.

뉴욕주는 엠파이어(Empire) 스테이트, 뉴저지는 가든(Garden) 스테이트, 버몬트는 그린마운틴(Green Mountain) 스테이트, 아리조나는 그랜드캐년 스테이트, 하와이는 알로하(Aloha) 스테이트, 알래스카는 ‘라스트 프런티어(Last Frontier) 등등... 번호판 얘기는 나중에 더 들려드리기로 하구요.

 

최근에 황당한 일을 당했어요. 뉴저지 북부에 엥글우드(Englewood)라는 타운이 있습니다. 한인타운이 있는 포트리와 팰리세이즈 팍 바로 인근인데요. 지난 이곳 버겐 팩 극장에서 15일 뉴욕필하모닉의 한인바이올리니스트 미쉘 김 등 유명 연주자들의 실내악(室內樂) 공연이 있어서 보러 갔거든요.

저녁 7시반쯤 극장 건너편 파킹랏(주차장)에 차를 안전하게 주차해놓고 콘서트를 기분좋게 감상하고 10시쯤 돌아왔지요. 그런데 차 앞모양이 낯선거에요. 왜그럴까하고 자세히 들여다보니 뭔가 허전한겁니다.

글쎄, 자동차 번호판이 없어진게 아니겠어요? 정말 어이없더군요. 부리나케 차 뒤를 살폈더니 뒤쪽 번호판은 그대로 있었습니다. 미국온지 7년, 복잡한 뉴욕에서 살다보니 한국서도 안떼어본 위반티켓도 여러번 받고 이런저런 해프닝도 많았지만 번호판을 도둑(?)맞긴 난생 처음이었습니다.

더욱 의아한건 볼트를 풀어서 번호판만 가져간게 아니라 범퍼에 장착(裝着)된 지지대를 아예 뚝 떼어가버린 겁니다. 그래서 어디 부딛쳐서 그런건가 했지만 전혀 그런 흔적이 없었고 일부러 잘라간게 분명했습니다.

남의 동네에서 인적도 드문 오밤중에 번호판이 사라졌으니 이걸 어찌 해야하나 순간 아득하더군요. 그냥 갈 까 하다가 아는 분에게 전화로 도움을 요청했더니 다행히 가까운 곳에 계셔서 30분후에 달려 왔습니다. 일단 경찰서에 신고부터 하자고 하더군요.

엥글우드 경찰서에 밤 11시경 찾아갔는데 서너명의 야간당직 경찰이 방탄 유리창 안쪽에 있었습니다. 번호판을 도둑맞았다고 하니까 차량국(DMV)에 신고부터 하고 오라는 것입니다. 지금 신고하면 "당신 차량 번호판이 전국에 수배가 되기 때문에 위험할 수 있다"는겁니다.

듣고보니 맞는 말이었습니다. 뒤쪽 번호판은 살아 있으니 범죄 피해를 당한 제가 잘못하면 범죄 용의자가 될 수 있으니까요. 문제는 다음날이 토요일이어서 DMV가 문을 안여니까 월요일까지 기다려야 하는 것이었어요.

만에 하나 도난당한 번호판이 주말에 혹시 범죄에 활용되면 어쩌나..하니까 경찰 왈, 뉴저지는 토요일 오전에도 DMV가 문을 연다나요? 하지만 제 번호판은 뉴욕이라 뉴욕 차량국에 가야 하는데 문을 열어야 말이죠.

주말 이틀을 찜찜하지만 앞 번호판도 없는 차를 몰고 볼일을 다녔습니다. 뉴욕엔 카메라단속이 거의 없지만 한국이라면 위반해도 번호가 안찍히겠네..하는 생각에 슬며시 웃음도 나더군요.

월요일 아침, 제가 사는 동네는 작아서 인근 큰 도시인 화이트플레인스(Whiteplains)에 갔습니다. 뒤에 붙은 번호판을 떼어 들고 DMV 사무실로 들어갔습니다. 월요일 아침이라 그런지 벌써 수십명이 줄서 있더라구요.

안내직원에게 물어봐서 필요한 신청 양식에 기재한 후 줄을 섰습니다. 번호가 쓰인 작은 쪽지를 줍니다. 한국의 은행에서 발급해주는 대기쪽지 같은 것이죠. 그 번호와 카운터 번호가 동시에 전광판에 뜨면 가는 겁니다.

솔직히 DMV는 그리 가고 싶은데가 아닙니다. 직원들이 친절하고 담쌓은 사람들이 많거든요. 그래도 이곳 화이트플레인스는 양반입니다. 제가 경험한 최악의 DMV는 맨해튼 한복판 브로드웨이에 있는데 남편을 포함해 세 번 갔는데 기분 좋게 나온 일이 없으니까요.

요즘 한국은 관공서도 정말 친절하다고 하는데 서비스 대국(?)인 미국은 도무지 왜 이 모양인지 모르겠습니다.

잠깐 말이 엉뚱하게 샜네요. ^^

30여분 후에 제 번호가 떴습니다. 창구에 가서 번호판 하나만 반납하니까 도난당했냐고 묻네요. 바로 그 자리에서 새 번호판을 줍니다. 비용은 이십 몇불이었구요.

평소엔 느려 터진 미국답지 않게 빨라서 좋네요. 하긴 번호판을 안주면 차를 몰고 다닐 수 없으니 당연히 빠를 수 밖에 없지만..

근데 번호판 색깔이 노란 병아리가 됐습니다. 올해부터 뉴욕주 번호판이 노란색 바탕에 단순한 디자인으로 교체(交替)됐거든요. 나이아가라 폭포와 맨해튼 그림도 사라지고요. 그전 번호판이 멋스러웠는데 새것은 눈에 잘 띄는 실용성을 강조한 듯 합니다.

  

▲ 새 번호판을 달았습니다. 아래 작은 번호판은 도난사건후 반납한 반쪽입니다

새 번호판을 받았지만 앞에는 바로 달 수가 없었습니다. 지지대를 떼어갔기때문에 카센터에 가서 달아야 했거든요. 그 때문에 또 30 달러가 날아갔구요. 그래도 생각보다는 돈이 덜 들어가 다행이었습니다.

그런데 요즘 한국 차량 번호판은 번호가 엄청 커지고 시도(市道) 표시도 없던데요. 작은 차에 비해 너무 숫자가 커서 도로에 번호판만 굴러다니는듯한 느낌이었어요.

번호판에 무슨 멋까지 찾냐고 물으면 할 말은 없지만 개성 많은 미국의 번호판을 체험하고 나니 단순화(單純化)한 닮은꼴로 가는 한국의 번호판이 아쉽다는 생각이 드네요.


연희숙 2010-11-19 (금) 13:45:32
번호를 하나만 가려서 되겠어? ... 좀더 가렸으면 좋겠다는 생각이..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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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영 2018-04-08 (일) 14:5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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