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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이네의 미국살이
놀러 온 미국과 살러 온 미국은 달라도 너무 달랐다. 어쩌다 정착한 곳이 허드슨 강변의 작은 마을. 두 아이를 키우며 초보이민의 씁쓸함과 달콤함을 번갈아 느끼고 있다. 한국살이 미국살이 비교 체험 극과 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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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이 아이를...

글쓴이 : 훈이네 날짜 : 2011-12-25 (일) 14:18:15

      

지난 20일 대구의 한 중학교에 다니는 2학년 김모군이 아파트에서 투신자살(投身自殺)하는 사건이 있었습니다. 같은반 급우 두명의 괴롭힘에 수개월간 말못할 고통을 겪다가 끝내 투신이라는 잘못된 선택을 한 김군은 A4용지 네장의 유서를 남겼습니다.

우연히 그 유서내용을 보고 너무도 가슴이 아팠습니다. 얼마나 힘들었을까. 얼마나 괴로웠을까. 그 아이는 죽는 순간까지 가족에 대한 절절한 사랑을 토로(吐露)하고 있었습니다. 몇 번이나 죽고싶었지만 사랑하는 엄마 아빠 가슴에 못을 박기 싫어서 차마 실행에 옮기지 못했다는 아이. 그러나 이젠 더 견딜 수 없어서..살아있는 것이 더 불효가 될것이기에 죽기로 했다는 아이..,

가슴이 먹먹해서 한동안 다른 일을 할 수 없었습니다. 만으로 열네살. 아직도 어린 그 아이가 대체 어떻게 괴로움을 당했길래 아무에게도 얘기 못하고 끙끙 앓다가 그런 모진 결심을 했을까요. 가족을 사랑하는 애달픈 마음을 그렇게 애절하게 쓰면서요.

아래는 그 아이의 유서 내용입니다.

 

  

 

 

  

읽으신분들 모두 같은 마음일거에요. 정말 착하고 순진한 아이입니다. 가는 순간까지 엄마 아빠 그리고 형에게 애틋한 마음을 전하고 친구들에게까지 작별을 고하는 아이. 마지막으로 엄마아빠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전한 아이. 소리없이 눈물을 흘렸습니다.

지금 그 부모님과 가족은 얼마나 찢어지는 심경일까요. 그 아이에게 조금만 참지, 왜 그랬니? 안타까운 마음도 듭니다. 하지만 얼마나 무섭고 두려웠으면 말조차 못했을까요.

장난이었다고 뒤늦게 후회하는 가해학생들. 그 아이들도 처음부터 악마같은 마음은 아니었을겁니다. 아이들을 이렇게 만든 것은 누구일까요?

왜 학교는 이렇게 죽고 싶을만큼 괴로워하는 아이들을 보듬어주지 못하는걸까요? 이유없이 괴롭히고 온갖 나쁜 일을 하는 아이들을 왜 방치할수밖에 없는걸까요? 피해학생의 고통을 너무나 잘 아는 다른 급우들은 왜 그것을 교사에게 알리지 못했을까요? 알렸지만 교사가 무시한걸까요? 도대체 학교의 존재 이유는 무엇인가요? 불쌍한 우리 아이들을 이렇게 병들고 죽어나가도록 하는게 한국의 학교인가요?

그 아이의 부모는 부부교사였다고 합니다. 맞벌이를 하기 때문에 시간은 많지 않았겠지만 최대한 아이에게 신경을 썼을 것입니다. 겉으로 내색안하며 학교를 잘 다니는 아이, 게임을 지나치게 하고 쓸데없는 것을 사달라고 해서(사실은 이것들도 다 괴롭힌 아이들의 강요에 의한 것이지만) 속을 끓이긴 했지만 천성이 착한 아이이니 큰 걱정은 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 엄마는 아들의 유서를 보고 “우리 아이는 투신하기 전에 이미 죽은 것이었다”고 오열했습니다. 얼마나 가슴이 무너지겠습니까. 사랑하는 막내아들이 지옥과도 같은 고통을 겪는지도 몰랐으니 말입니다.

가해 학생들이 너무도 원망스럽지만 그들만을 비난해서는 안됩니다. 아이들을 그렇게 만든 고장난 학교 시스템, 인성 교육의 부재, 가정에서의 대화단절, 우리 한국 사회의 총체적 병폐(病弊)가 오늘날 이렇게 슬픈 현실을 만든 주범(主犯)입니다.

가만히 있으면 우리 아이만 뒤쳐진다고 조바심내는 한국의 부모님들, 또 이민사회에서 자식하나 잘되기를 바라며 공부만 채근하는 한인사회 부모님들, 우리 아이들에게 진정한 행복은 무엇일까요. 무엇이 진짜 성공일까요. 사랑하는 아이들의 자는 얼굴을 바라보며 한번 생각해 보았으면 합니다.

김군의 어린 영혼이 부디 좋은 곳에서 다시 피어나기를 기도합니다.

 

 


임근하 2011-12-29 (목) 09:10:46
옳으신 말씀입니다..아이들의 잘못도 있지만 이미 병들어 있는 우리 사회와 어른들이 더 큰 문제입니다...일등아니면 안되는다는 한국사회의 단면을 보면서 씁쓸해집니다..대한민국은 그간 너무 빠르게 성장만 하면서 중요한것들을 놓친 결과이지요...지난 대선이후 극보수층들이 득세하면서 더욱 심해졌는데 성과를 중요시 하다보니 법을 위반하거나 사회 규범이 잘못되어도 크게 문제를 삼지 않으려는게 문제이지요..그저 아이들이 불쌍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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