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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러 온 미국과 살러 온 미국은 달라도 너무 달랐다. 어쩌다 정착한 곳이 허드슨 강변의 작은 마을. 두 아이를 키우며 초보이민의 씁쓸함과 달콤함을 번갈아 느끼고 있다. 한국살이 미국살이 비교 체험 극과 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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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무는 여름..들려오는 여치소리

글쓴이 : 훈이네 날짜 : 2011-08-25 (목) 12:57:19

 

올해는 허드슨 강변 이야기를 많이 하게 되네요. 그도 그럴 것이 이번 여름처럼 강변에 많이 나왔던 적은 없는 것 같아요.

 

제가 사는 답스페리 타운에선 허드슨 강이 서편에 있어 주로 저녁노을을 보러 많이 왔습니다. 하지만 문득 가슴이 답답해질 때마다 늦은 밤에도 오고 새벽나절에도 오면서 올 때마다 새로운 모습을 한 허드슨 강을 보게 된답니다.

 

 

서녘을 장엄하게 불태우는 노을이 지고 어둠이 소리없이 주위를 삼키면 허드슨 강은 놀라울이만치 물이 불어납니다. 저 멀리 대서양의 밀물이 들어오는 만조(滿潮)의 시간, 강물이 역류하는 바닷물에 밀려 강턱을 찰랑찰랑 채웁니다.

 

대서양을 접한 맨해튼 하단에서 이곳까지 30마일(약 50km)은 너끈히 떨어졌는데 바닷물로 불어난다면 믿을 수 있을까요. 그렇지만 어느 새벽 허드슨 강변에서 놀라울이 만치 많은 갈매기들을 발견하면서 이곳이 강인지 바다인지 헷갈릴 지경이 되었습니다.

 

 

이따금 낚시 하는 이들도 보게 되는데 낚시 퍼밋(면허)이 있는 지 물어보았습니다. 그랬더니 이곳엔 면허가 필요없답니다. 짠물이 섞인 곳은 면허가 불필요하다나요? 며칠전엔 강심에서 1미터는 되보이는 커다란 고기가 마치 돌고래가 점프하듯 뛰어올라 깜짝 놀라기도 했습니다.
 

 

허드슨강의 여름이 시나브로 저물어가는 지난주 재즈콘서트 마지막 날 특별한 모임이 있었습니다. 뉴스로 필진인 피아니스트 겸 작곡가 퀜틴 김(김정권) 님을 위한 석별(惜別)의 자리였습니다.

 

그간 뉴욕서 주로 활동해온 김정권 님이 다음달 부산대 교수로 가게 됐다는 소식이었습니다. 김정권 님이 필진으로 합류한지 얼마 안되어 얼굴을 못본 필진들이 대부분이어서 이날  급하게 모임을 만들게 되었습니다. 귀국일이 며칠 남지 않았거든요.
     

갑작스런 회합이었지만 모두 9분이 모여 오붓한 시간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주인공인 김정권 님과 김치김 작가, 한인수 프로, 백평훈 감독, 무용가 김기화 님, 크리스 군, 노창현 대표, 그리고 한 분의 진객(珍客)이 있었는데 김기화 님의 친구분이 마침 서울서 와 합류할 수 있었습니다.

   

김정권 님은 최근 새로 나온 두 번째 앨범을 선물로 준비하셨더군요. 명연주자의 앨범을 사인까지 받는 호사를 누린 날이었습니다. ^^

 

김정권 님은 2008년 1집 음반, ‘낭만담화(Romantic Tales)’를 출시한지 3년만에 나온 앨범인데 자신이 작곡한 ‘소나타 올림 사단조’를 비롯해 바흐의 맏아들 빌헬름 프리데만 바흐의 ‘소나타 내림 마장조’, 모차르트의 소나타 ‘내림 나장조-쾨헬333번’, 베토벤의 ‘소나타 바단조-열정’ 등이 수록돼 있습니다.

 

지난 4월에는 2집 앨범을 기념하는 단독 연주회를 카네기홀에서 열어 화제를 모으기도 했지요. 비록 클래식 음악애호가의 견해이지만 김정권 님의 연주는 정말 너무너무 훌륭합니다. 지난번 카네기홀 연주를 앞두고 뉴욕연주예술가협회가 “김정권처럼 훌륭한 피아니스트가 이제야 카네기홀에서 연주를 하게 된 것은 정말 이상한 일”이라고 했다는 것만 봐도 그렇습니다.

 

3년전, 반기문 UN 사무총장이 맨해튼 관저에서 세계 각국의 UN 출입기자들을 위한 송년파티를 열었는데 그때 유일하게 초청돼 연주를 한 주인공이 바로 김정권 님이었습니다. 15년전 도미해 미시건주립대를 졸업하고 줄리아드 음악석사와 예일대 예술가증서(2년), 그리고 5년에 걸친 노력 끝에 지난해 줄리아드에서 ‘란도우스카의 예술세계고찰’이라는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는 등 학문과 연주, 그리고 작곡활동까지 쉼없는 열정을 보인 주인공입니다.

 

이날 잔디밭에 둘러앉아 재즈 연주자들의 음악을 들으며 참으로 다양한 얘기꽃을 피웠습니다. 얼마전 다녀온 롱아일랜드의 끝 몬탁 등대와 동성애자의 섬 파이어 아일랜드, 프리메이슨과 유태계 등등.

직접 만든 파스타와 김치, 김밥에 시원한 맥주와 와인 등 조촐한 식단이었지만 강변 공원의 동화같은 분위기는 산해진미(山海珍味)가 부럽지 않은 성찬(盛饌)이었습니다.

 
 

그러나 숨막힐 것처럼 아름다운 황혼의 시간엔 잠시 얘기를 중단하고 강변을 거닐며 사진을 찍었습니다.
 

 

해가 넘어가는 것은 그야말로 순식간입니다. 그러나 해넘이 이후 하늘은 또한번의 찬란한 빛의 프리즘을 선물하지요.

 

  

시간의 흐름에 따라 분홍은 더욱 짙어지고 강물 또한 검붉은 빛으로 반사됩니다.

 

 

해가 지고 적막한 어둠에 싸인다고 더이상 볼 것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콘서트장 건너편에선 야외영화가 시작됩니다. 자동차 안에서 감상하는 '드라이브인 씨어터'와는 또다른 추억을 만들 수 있습니다.

 

 

재즈콘선트가 1부였다면 야외영화는 2부인 셈입니다. ^^ 모두들 편하게 둘러 앉아 시원한 밤바람을 맞으며 영화를 즐깁니다.

 

 

이날 행사를 끝으로 두달여간 매주 수요일 이어진 답스페리의 허드슨강변 여름 축제는 끝이 났습니다.

 

계절의 흐름은 실로 신비롭습니다. 성하의 여름이 언제였나싶게 지난 주말을 고비로 허드슨 강변에선 여치와 같은 가을벌레 울음이 짙어지고 있으니까요.  

 

여름이여 안녕~ 눈부신 내년에 다시 만나요...


한동신 2011-08-25 (목) 20:15:43
너무나 아름다운 정경, 맑고 고운 사람들, 그리고 음악과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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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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