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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러 온 미국과 살러 온 미국은 달라도 너무 달랐다. 어쩌다 정착한 곳이 허드슨 강변의 작은 마을. 두 아이를 키우며 초보이민의 씁쓸함과 달콤함을 번갈아 느끼고 있다. 한국살이 미국살이 비교 체험 극과 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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찜통더위를 식힌 냉콩국수

글쓴이 : 훈이네 날짜 : 2011-07-13 (수) 12:26:15

 

한국엔 장마가 한창이지만 뉴욕은 연일 이글거리는 햇볕이 쨍쨍입니다. 특히 11일과 12일은 화씨 100도에 가까운 고온(高溫)에 습도(濕度)까지 높아 완전히 찜통더위, 그 자체였습니다.

뉴욕은 여름 기온은 서울과 비슷하지만 습도가 덜한 편이어서 한결 견딜만한데 이따금 이렇게 습도가 높으면 불쾌지수가 팍팍 올라갑니다. 오늘은 바람이 조금 불었는데 훈김이 푹하고 나는 더운 바람이어서 정말 나가기가 겁이 나더군요.

방송에서는 냉방장치가 없는 주민들을 위한 쿨링센터를 뉴욕 전역에서 가동하는 정보를 상세히 전하는데 그걸 볼 때마다 어린 시절 시원한 은행에서 피서(?)를 하던 기억이 납니다.

 

오늘은 딸아이와 일이 있어서 맨해튼에 나가야 했습니다. 마천루 빌딩들이 숲을 이루는 맨해튼은 다른 지역보다 특히 더운데 이곳을 가야한다는 생각만 해도 머리가 아플 지경입니다.

넓게 터진 맨해튼 북단의 센트럴 파크같은 곳에 간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차량이 홍수를 이루는 맨해튼 남단에서 볼 일을 봐야하기 때문에 차를 끌고 나갔습니다.

 

저희 집은 뉴욕시에서 북쪽으로 30km 떨어진 타운에 있는데 보통 맨해튼에 가려면 허드슨 강을 끼고 있는 헨리허드슨 파크웨이를 이용합니다. 맨해튼 진입시 3.5 달러의 톨비를 내야하지만 이웃한 87번 도로는 상습적인 정체(停滯)현상으로 아예 유료도로를 이용하는게 습관이 되었습니다.

 

가는 길은 눈이 시원할 정도로 아름다운 허드슨강을 오른쪽으로 보면서 뉴저지와 연결되는 조지워싱턴 브리지를 지나 계속 남쪽으로 내려갑니다. 이 도로를 지날 때마다 저는 서울의 올림픽 대로가 생각납니다. 꼭 한강을 끼고 달리는 것처럼 느껴지거든요. 서울과 다른게 있다면 뉴욕시에는 단 한 개의 다리와 두 개의 하저(河底)터널이 있고 아파트 숲이 없다는 것이지요.

뉴욕에는 서울의 강북강변로와 꼭 닮은 도로도 있습니다. 바로 할렘리버 드라이브웨이 인데요. 헨리허드슨 파크웨이와 반대쪽에, 그러니까 맨해튼 섬의 동쪽 끝에 있는 도로로 이스트 리버(우리는 동강-東江-이라고 부른답니다.^^) 를 보고 달립니다. 헨리허드슨 파크웨이에 비해 도로폭이 좁고 우중충한 반터널식 도로도 달리는 등 강북강변로와 참 비슷하다는 느낌을 갖지요.

이쪽은 허드슨강과 달리 트라이보로 브리지(얼마전 이름이 로버트 케네디 브리지로 바뀌었어요)와 케이블카도 달려 있는 퀸즈보로 브리지, 맨해튼 브리지, 저 유명한 브루클린 브리지 등 크고 작은 다리들이 롱아일랜드 섬 퀸즈, 브루클린 지역과 연결되어 있습니다.

아무튼 뉴욕의 다리는 다음 기회에 소개하기로 하구요. 오늘 코스는 서쪽의 헨리허드슨 파크웨이를 내려가다 그림같은 요트들이 떠 있는 85가에서 좌회전, 센트럴 파크를 관통(貫通)하여 동쪽 파크 애버뉴로 내려가는 여정입니다.

 

센트럴 파크를 관통한다니까 차를 타고 횡단할 수 있냐고 궁금해하실텐데요. 아시다시피 센트럴 파크는 엄청나게 면적이 큽니다. 그래서 두 개의 관통도로가 있습니다. 아쉽게도 반지하 도로이기 때문에 주변 풍광(風光)은 볼 수가 없습니다. 물론 이 횡단도로는 센트럴 파크의 산보객들에게 전혀 방해되지 않습니다. 그 위로 다리처럼 연결돼 있거든요.

 

85가로 센트럴파크를 관통하면 바로 메트로폴리탄 뮤지엄 왼쪽으로 나오게 됩니다. 여기서 애버뉴 두 개를 지나면 파크 애버뉴가 되지요. 파크 애버뉴는 일방로(一方路)가 대세인 맨해튼에는 보기 드문 양방향 도로인데 편도 4차로이지만 거의 도로 하나는 주정차(駐停車) 차량으로 늘 붐빕니다. 남쪽으로 향하면 멀리 메트라이프 빌딩이 보이는데 42가 서울역과 비슷한 그랜드센트럴 터미널과 이웃하고 있습니다.

 

 

58가에서 잠깐 볼 일을 보고 다시 서쪽으로 방향을 틀었습니다. 7애버뉴를 타고 내려가야 하는데 오전 8시부터 오후 7시까지는 좌회전 금지입니다. 별 수 없이 8애버뉴에서 오른쪽으로 빙글 돌아서 7애버뉴로 진입해야 했습니다. 34가에 다다르니 왼쪽에 포트 어쏘리티(Port Authority) 버스 터미널이 있네요.

 

▲ 이따금 길에서 보는 관광마차입니다. 복잡한 맨해튼 도심에서 옐로캡과 뒤섞인 관광마차가 이채롭습니다. 

 

▲ 마차를 보자마자 말 '마(馬)'자가 써있는 중국 트럭을 봤습니다. Marley를 자기들 발음대로 마력(馬力)이라고 표기한게 재미있어 촬영했습니다.

계속 내려가서 24가로 좌회전해 들어갔습니다. 왼쪽에 태극기와 성조기가 걸린 건물이 보입니다.

 

이곳은 바로 뉴욕한인회관입니다. 6층 건물인데 좀 낡았지만 그래도 맨해튼 한 복판에 뉴욕의 한인들을 대표하는 자체 건물이 있다는 것이 뿌듯합니다.

 

이곳에서 딸아이와 함께 사람을 만났습니다. 유료주차장에 차를 대면 한시간에 25달러를 내야하기 때문에 9애버뉴 22가 골목길에 차를 댔지요. 뉴욕에서는 요일별로 주차가능한 길들이 많이 있는데 주1회 청소차량 운행을 위해 정해진 시간(1시간~1시간반)만 피하면 주차를 할 수 있습니다.

 

물론 이것도 청소가 끝나는 시간에 맞춰가지 않으면 금세 차들이 들어찹니다. 오전 10시에 갔더니 거의 빈공간이 없습니다. 10시반까지 청소시간이라 주차하면 안되지만 이미 청소차량은 지나간터라 차들이 자리를 잡은 것입니다. 하지만 공식적인 주차금지시간인 10시반까지 자리를 떴다가는 티켓을 끊을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10시반까지 운전자들이 전부 차에서 대기하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

  

1시간쯤 사람을 만나고 한인타운이 있는 32가 브로드웨이에서 마지막 볼 일을 봤습니다. 이렇게 맨해튼에서 이곳저곳 돌아다니며 사람을 만났지만 주차료는 한푼도 들지 않았습니다. 남편과 같이 간 덕분이죠. 서로 볼 일을 보는 동안 한 사람이 차를 몰고 서행(徐行)을 하면서 돌거나 눈치껏 스탠딩을 하는겁니다.

   

물론 이것도 조심해야 합니다. 맨해튼 시내는 단속패트롤카가 수시로 돌면서 즉석에서 티켓을 발부하고 서울만큼은 아니더라도 촬영단속을 하기도 하거든요. 특히 버스정류장은 ‘노 스탠딩’지역이라 잠시 서있어도 안됩니다.

남편이 몇 년전에 이곳에 1분가량 서있는데 패트롤카가 어느새 달려와 150달러 티켓을 끊어주더랍니다. 차에서 내리지도 않고 티켓을 창밖으로 건네주며 휑하니 달려가더라나요. 그래서 맨해튼에서는 몇 달러 아끼려다 수십배로 벌금(罰金)을 내는 일이 다반사(茶飯事)입니다. 주차할 공간이 없을 때는 배회(徘徊)하지 말고 속편하게 유료 주차장에 가는 편이 훨씬 낫습니다. ^^

 

오는 길은 다시 동쪽으로 빠져나와 UN 빌딩이 보이는 1애버뉴 45가에서 할렘리버 드라이브를 타고 북쪽으로 올라갔습니다. 150가쯤 지나 오른쪽 연결도로를 타고 87번 도로로 진입했습니다.

 

그런데 왼편 건물 꼭대기에 언뜻 태극기 그림이 보입니다. 뭔가 하고 살펴보니 건물 임대를 안내하는 광고판입니다. 그런데 태극기와 성조기를 그린 것으로 보아 아마도 건물주가 한인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평소 이곳은 뉴저지로 연결되는 조지워싱턴 브리지를 타는 차량들로 몸살을 앓습니다. 그러나 아직 점심이기 때문에 진입로 근처만 혼잡(混雜)하더군요.

집에 돌아오니 시장기가 몰려왔습니다. 점심 메뉴는 냉(冷)콩국수로 결정했습니다. 오늘같이 더운 날 얼음 동동 띄운 냉콩국수만한게 없지요. 진한 콩국물에 잣까지 갈아 넣었더니 얼마나 고소하던지요.

이게 바로 회심의 냉콩잣국수입니다. ^^

 

오이채를 썰어넣고 잘 익은 김치와 달콤새콤한 피클과 함께 먹는 맛은 정말 너무너무 좋았습니다. ^^

 

문득 어린 시절 외할머니가 해주던 냉콩국수가 생각나네요. 지금이야 믹서기로 순식간에 갈아만들고 냉동실의 얼음 둥둥 띄워 간단하게 만들지만 할머니는 맷돌로 콩을 갈아서 만드셨지요. 냉장고도 없던 시절 얼음 한덩어리를 사와 망치로 대바늘을 쪼아서 얼음조각들을 넣어서 해주셨는데 어린 저는 콩국수 맛을 몰라서 별로 좋아하지 않았습니다. 지금 할머니가 해주는 냉콩국수를 먹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오래전 추억의 냉콩국수를 그리며 뉴욕의 불볕더위를 물럿거라 해봅니다.

 


송정훈 2011-07-14 (목) 22:52:59
저도 콩국수 한그릇 주문합니다. 제가 콩국수 좋아하는데 이 글을 보니 구미가 더 당기네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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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춘 2011-07-17 (일) 03:22:55
요기조기 구경 시켜 주시고 콩국수까지 대접 !
증말 감사합니다 !
잘 보고 배불리 먹고 ! ^_______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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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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