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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러 온 미국과 살러 온 미국은 달라도 너무 달랐다. 어쩌다 정착한 곳이 허드슨 강변의 작은 마을. 두 아이를 키우며 초보이민의 씁쓸함과 달콤함을 번갈아 느끼고 있다. 한국살이 미국살이 비교 체험 극과 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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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고교농구장 분위기 뜨겁네

글쓴이 : 훈이네 날짜 : 2010-12-24 (금) 07:27:11
 
요즘 미국은 농구시즌이 한창입니다.
 
풋볼(미식축구)도 열기가 뜨겁지만 한국인들은 역시 대중성이 있는 농구가 제격이지요. ^^ NBA(프로농구)부터 NCAA(대학리그), 초중고등학교까지 체육관마다 농구경기에 열광하는 관중들의 함성이 뜨겁습니다.
 
크리스마스를 사흘 앞둔 22일 동네 고교농구팀의 경기를 보러 갔습니다. 저희가 사는 곳은 뉴욕주 웨체스터 카운티의 답스페리인데 이날 경기가 지역 TV로 생중계된다고 해서 무슨 빅게임이길래 이렇게 관심이 뜨겁나 궁금해서 아이들과 함께 경기장에 갔습니다.
 
 
 
이날 경기는 원정경기였기때문에 인근 하츠데일의 우드랜즈 하이스쿨로 갔습니다. 정말 중계카메라 두대나 설치되고 1천명도 채 못 들어갈 작은 체육관이었지만 열기는 정말 뜨겁더군요. 답스페리는 백인이 80% 정도이고 흑인은 3%도 안되는데 우드랜즈는 대부분 흑인선수들이었습니다.
 
 
 
답스페리 학생들도 학교 상징인 이글(독수리) 마스코트와 함께 응원단이 와 있습니다. 팀 유니폼을 차려 입고 얼굴에 페인팅도 하고 작은 고교리그 경기지만 프로 응원단 못지 않게 진지하네요.^^
 
 
 
농구하면 흑인의 스포츠로 생각이 되는만큼 원정의 부담이 있는 답스페리가 좀 어렵겠다 싶었습니다. 두 팀은 '섹션1 컨퍼런스2-C'(왜 이렇게 리그이름이 복잡한지 잘 모르겠어요..^^)에 속해 있는데요. 지난 시즌 우드랜즈는 7전 전승으로 리그 우승을 차지했고 답스페리는 5승4패로 2위에 랭크됐습니다. 경기수가 다른 것은 리그 이외의 경기도 공식기록을 포함하기때문입니다. 리그 성적은 별도로 따지는거구요.
 
고교리그는 이달 초에 시즌이 시작됐는데 답스페리는 윗마을인 어빙톤에서 열린 4팀 토너먼트에서 우승을 해서 좋은 출발을 보였습니다.
 
경기에 앞서 미국국가 연주가 있었고 양 팀 선수단 소개를 했습니다. 그런데 소개가 끝날 때마다 선수들이 상대 팀 감독과 심판진에 가서 일일이 악수하고 인사하는 모습이 보기 좋더군요. 한국에선 프로팀이라면 몰라도 그냥 경기를 하던데...
 
 
 
경기는 4쿼터로 진행되는데 각 쿼터가 8분입니다. 한국이라면 전후반 20분씩 40분 뛰는 것에 비하면 32분으로 짧은 편입니다. 그래도 미국 학생들에겐 체력 부담이 되는 것이 한국 선수들에 비해 훈련량이 턱없이 적기때문입니다.
 
 
 
한국은 대부분의 학교 선수들이 공부보다는 운동에 중점을 두지만 아시다시피 미국학교는 절대적으로 공부가 우선입니다. 이날 경기도 수업이 다 끝난 오후 4시반에 시작이 됐습니다. 2~3개월 정도의 시즌을정해 모든 경기는 홈앤드 어웨이로 진행되기때문에 한국처럼 대통령배 대회 이런식으로 몰아서 경기를 하는 법이 없습니다. 체력적으로도 부담이 없고 운동선수라고 학교 수업을 빠질 이유도 없는것이죠.
 
 
 
종종 미국의 학교 스포츠를 소개해 드리겠지만 제가 미국에 와서 가장 부러웠던 것 중 하나가 학교 스포츠였습니다. 한 학년이 100명밖에 안되는 작은 학교라도 운동부가 15~20개가 있습니다. 그 숫자로 선수를 어떻게 꾸려나가느냐구요? ^^
 
 
 
그것은 바로 이들 스포츠가 계절별로 나눠 운영이 되기때문이죠. 봄 여름 가을 겨울 등 4계절에 적절히 스포츠를 안배해 겨울에는 농구를 하고 봄에는 야구를 하고 여름엔 축구를 하고 가을엔 배구를 하는 식입니다.
 
그래서 미국 학생들은 보통 3~4개 스포츠를 예사로 합니다. 마이클 조던이 농구를 하다가 야구선수를 하기도 하는 등 가끔 미국 선수들이 2개 스포츠에서 탁월한 능력을 보이기도 하는 것은 이렇게 어린 시절부터 여러 스포츠에 익히는 덕분입니다. 초등학교 때 운동을 시작하면 거의 그 종목으로 가야 하는 한국 선수들 입장에선 참 부럽기만 합니다.
 
더 중요한 것은 이들 운동부가 보통의 학생들에게 교육의 한 과정으로 존재한다는겁니다. 제가 미국에 처음 왔을 때 중학교 농구경기를 본 적이 있는데 정식 경기에서 양 팀이 1쿼터와 4쿼터엔 주전이 뛰고 2쿼터와 3쿼터엔 후보들이 뛰는 것을 보고 신선한 충격을 받았습니다.
 
한국이라면 보통 학생들이 팀에 들어가지도 못하지만 초등학교부터 주전과 후보가 분명하게 갈리고 후보들은 만년 주전자 신세인데 말입니다. 
 
얘기가 너무 빗나갔습니다. ^^
 
그런데 상대팀 우드랜즈의 마스코트도 답스페리와 비슷했습니다. 알고보니 상징이 팰컨(매)이더군요. 같은 맹금류가 마스코트지만 독수리가 매보다 강하니까 마스코트의 기대결도 어쩐지 답스페리가 압도하는 것 같더군요.
 
 
 
제 눈이 안경일까요? 우리 팀이라 그런지 답스페리 마스코트가 훨씬 품격있어 보입니다. ^^ 
 
  
 
초반 시소게임을 벌이다 우드랜즈가 조금 앞서는 듯 했지만 답스페리가 치고 올라갑니다. 겉보기엔 상대가 더 잘할 것 같았는데 막상 붙어보니 예상과는 다릅니다.
 
 
 
 
답스페리는 두명의 가드가 키가 작았지만 아주 빠르고 슛이 정확했습니다. 3번과 5번 선수였는데 공교롭게 이름이 '에디'로 같더군요. 11학년 에디 리치는 3점슛 실력이 대단하더군요. 오픈 찬스에서 던지면 백발백중이었습니다.  
 
 
 
졸업반인 포인트가드 에디 패닝도 다부지면서 간간 날리는 3점슛이 정확했습니다.
 
 
 
3쿼터 2분37초를 남기고 답스페리가 50대 43으로 앞서갑니다.
 
 
 
이때 에디 리치가 또하나의 3점포를 성공시켜 10점 차로 달아났습니다. 우드랜즈가 작전타임을 요청하더군요.
 
 
 
답스페리의 스캇 페트릴료 코치가 교체선수를 투입하며 플레이를 지시하고 있습니다. 점수는 58-43으로 더 벌어집니다. 답스페리 응원단은 완전 축제분위기입니다. 카메라도 이 모습을 담느라 여념이 없구요.
 
 
 
 
하지만 농구는 역시 끝까지 가봐야 하는 모양입니다. 우드랜즈도 호리호리한 6번 선수가 연이어 3점포를 작렬하며 슬금슬금 추격을 시작했습니다.
 
 
 
 
3분 정도 남은 상황에서 또다시 3점포가 터져 60-57, 답스페리는 벌어놓은 점수를 거의 다 잃고 맙니다.
 
 
 
우드랜즈의 학부모는 만면에 미소를 지으며 신바람이 났습니다. "고고 팰컨즈!" 홈팀 응원단의 함성이 요란합니다.
 
 
 
답스페리가 급하게 됐습니다. 종료 2분42초를 남기고 상대 파울로 자유투를 얻자 응원단이 두 손을 부르르 떠는 동작으로 응원하며 성공을 빌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쉽게도 두개 다 실패로 돌아갑니다.  
 
 
 
그 사이 우드랜즈가 한골을 더 추격해 이제 스코어는 60-59로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상황이 됐습니다. 남은 시간 2분16초.
 
 
 
답스페리 응원단이 열렬히 응원하고 있습니다. 이날 경기의 가장 중요한 고비였습니다.
 
 
 
상대의 파울작전에 자유투를 얻으며 이번엔 연속으로 들어갑니다. 1븐40초를 남기고 64-59 리드.

양 팀은 치열한 공방을 펼치며 손에 땀을 쥐는 승부를 이어갔습니다. 우드랜즈는 6번 선수의 3점슛이 거의 들어갔다가 나오는 불운이 있었고 볼을 뺏는 과정에서 아웃된 것이 그만 답스페리의 공으로 선언이 되면서 더이상 추격의 고삐를 잡지 못했습니다. 
 
 
 
 
심판 판정에 어필했지만 돌이킬 수 없는 상황. 결국 답스페리는 중요한 고비에서 연속 득점에 성공했고 경기는 82-71로 끝이 났습니다.
 
8분씩 4쿼터로 경기한 것 치고는 꽤 많은 스코어가 났습니다. 양팀이 전반적으로 슛이 잘 들어갔고 공격적인 플레이를 한 덕분입니다.
 
모처럼 스릴감 넘치는 경기를 보고나니 스트레스가 확 풀리는 기분입니다. 한국의 아이들도 공부를 하면서도 하고 싶은 운동을 마음껏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초등학교때부터 운동을 선택한 아이들로 팀을 만들어 1년 365일 공부는 도외시하면서 같은 스포츠를 죽어라고 하는 우리나라 학교 스포츠의 현실이 안타깝기만 합니다. 그렇게 한다고 대학과 프로가 보장되는 것도 아닌데 말입니다.
 
이제 우리나라도 선진국의 지위를 얻은만큼 왜곡된 엘리트 스포츠지상주의를 벗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올림픽이나 아시안게임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면 우리 국민들의 사기가 올라가고 국위선양도 되겠지만 공부를 포기하고 스포츠에 목을 메는 것은 공정한 일도 아니고 바람직해 보이지도 않습니다.
 
미국처럼 아이들이 얼마든지 하고 싶은 운동을 하면 자연히 선수층도 넓어지고 좋은 선수도 나오게 될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소수정예의 특정한 선수들을 스파르타식으로 훈련시켜 그 선수들이 따는 금메달에 열광을 합니다. 금메달을 따면 군대도 면제시켜주고 엄청난 돈방석에도 앉게 됩니다.
 
하지만 누구나 다 그럴 수 있는 것은 아니죠. 뉴욕의 작은 농구경기를 보면서 과연 무엇이 현명한 학교 스포츠 정책인지 묻고 싶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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