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등굣길에 교통사고로 숨진 이영록(13·미국명 리키)군을 기리기 위해 크레스킬 중학교가 추모 나무와 벤치를 지정한다고 합니다. 이군의 부모 또한 매년 1만 달러의 장학금을 출연(出捐)키로 화답해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습니다.
크레스킬 중학교에서는 오는 9월 신학기가 시작될 때 이군 이름으로 나무를 심고 벤치도 조성하기로 했습니다. 이군 부모는 이같은 소식에 "너무나 감사한 일이다"라고 고마워 했답니다.

이상 사진 크레스킬 중학교 홈페이지
이군 아버지는 뉴스로와의 인터뷰에서 "지금도 아들을 생각하면 미치도록 보고 싶지만 처음 보는 미국 중국 일본 부모들과 주민 등 수많은 분들의 위로에 힘을 얻을 수 있었다. 이분들의 사랑에 보답하기 위해 우선 조의금을 보태 '리키 해피상' 장학금을 만들기로 했다"고 밝혔습니다.
알려진대로 지난 21일 중앙장의사에서 거행된 이영록군의 영결식엔 400명 이상의 학부모와 주민들이 모이는 등 창립 이래 가장 많은 조문객들이 찾았다고 합니다. 자리가 모자라 주위 룸에 비디오로 연결했을 만큼 지역사회는 따뜻한 관심을 기울였더군요.
미국은 '스쿨 존'에서 안전의식이 엄격해 이 같은 사고가 거의 발생하지 않아 학부모와 주민들이 받은 충격은 너무나 컸습니다. 저도 미국생활 10년이 넘었지만 학교 근처에서 이런 교통사고가 났다는건 처음 듣는 얘기입니다.
더욱 이해가 안가는건 사고 발생후에도 문제의 횡단보도엔 안전요원이 배치되지 않았다는 겁니다. 지금은 학교들이 모두 방학에 들어갔으니 안전요원을 배치할 일도 없지만 신학기엔 당국에서 반드시 사람을 투입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생각할수록 안타까운 일입니다. 불과 만 열세살의 아이 아닌가요. 이군은 미국에 온 지 1년6개월밖에 안 됐지만 쾌활하고 남을 배려하는 성품이어서 많은 친구들을 사귈 수 있었다고 합니다.
주위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들어준다고 '해피 보이'라는 별명으로 불렸다는걸 보면 얼마나 긍정적인 아이인지 알 것 같습니다, 이군 아버지는 "공부를 잘 하거나 운동을 잘 해서 주는 상이 아니라 아들 리키처럼 다른 사람들을 행복하게 해주는 아이들을 매년 10명씩 선정해 각각 1000달러의 장학금을 주기로 했다"고 전했습니다. 매년 영록군을 닮은 10명의 '해피 보이' '해피 걸' 들이 탄생하는 셈입니다.
장학금 재원은 크레스킬에 마련한 집을 임대하고 나오는 돈으로 충당할 계획입니다.
"아내와 함께 한국에 돌아가더라도 아들의 소중한 추억이 서린 집은 팔지 않겠습니다. 그렇다고 렌트로 나오는 돈은 도저히 쓸 수 없을 것 같아요. 세금 등 여러 비용을 제하면 연간 1만 달러 정도의 장학금을 제공할 수 있을 것입니다.".
영록 군은 장래 희망이 한국의 스티브 잡스가 되는 것이었다고 합니다. 과학을 너무나 좋아 해서 나중에 크면 스티브 잡스처럼 세계적인 경영자가 되어 조국 대한민국의 이름을 빛내겠다고 입버릇처럼 말했다고 하는군요.
비록 스스로 꿈을 이룰 수는 없게 됐지만 '해피 보이' 이영록군의 소망은 미국에서 '해피 바이러스'로 전파되어 자유로운 상상력이 넘치고 따뜻한 성품의 후배들을 길러내는 자양분(滋養分)이 될 것이라고 믿습니다.
크레스킬 중학교는 오는 9월18일 이군 부모와 함께 '리키 트리'와 '리키 벤치' 기념식을 거행할 예정입니다. 저도 시간이 되면 함께 하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