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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메릴랜드주지사 관저에 김치냉장고가 들어간 사연

글쓴이 : 훈이엄마 날짜 : 2015-02-05 (목) 10:24:32

 

김칫독이 그리워지는 계절입니다. 요즘 김칫독은 정말 보기 힘든 것이 되버렸지요. 하물며 미국 등 해외에서 사는 분들이 김칫독을 갖고 있는 경우는 거의 없을텐데요.

 

영하의 기온이 계속되는 겨울, 오늘도 변함없이 김치냉장고 문을 열다가 문득 김칫독이 생각났어요.

 

어렸을 때 집집마다 장독대는 필수(必修)였고 겨울을 앞두고 김장을 담그면 몇 개의 독을 땅에 묻어 그곳에 김치를 넣어두었지요. 어느 추운날 엄마가 손 호호 불며 땅에 묻어둔 김칫독을 열어 김치를 꺼내오던 모습이 어렴풋이 떠오르네요.

 

김치냉장고가 처음 등장한 것은 1986년이라 해요. 금성(LG전자)에서 수납형 김치냉장고 ‘GR-050’을 출시했는데 이렇다할 반응을 얻지 못했습니다. 너무 시대를 앞서갔기때문이죠. 당시만 해도 김치를 항아리에 담가 먹는 게 일반적이었던 시절이었거든요. 제 기억에도 냉장고에 김치 일부를 보관하고 있는데 김치냉장고가 왜 필요해? 이런 생각이었거든요.

 

이후 김치 냉장고는 93년 발텍이 열전반도체 냉각 기술을 이용한 김치 전용 냉장고를 출시했지만 같은 해 10월 만도가 내놓은 김치 냉장고 ‘딤채’가 주목을 받으면서 김치 냉장고 시대가 열리게 되었습니다. 딤채는 김치의 옛말이지요?

 

딤채는 일반냉장고보다 낮게 온도를 설정해 김치가 쉽게 얼거나 시어지지 않도록 했습니다. 맛을 오래 보존하고 김치가 서서히 숙성되도록 한 것이지요. 땅에 묻어둔 김칫독의 원리를 제대로 응용한 것이었습니다.

 

딤채의 성공요인 중 또 다른 것들로 당시 냉장고 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르러 일종의 틈새시장이 나올만한 시점이었습니다. 프랑스에는 와인냉장고, 일본에는 생선냉장고가 있는것처럼 한국에는 김치냉장고가 탄생한 것이지요.

 

또한 90년대 신도시 붐이 일면서 아파트 세대가 폭발적으로 늘면서 좀더 편리하게 김장김치를 먹을 수 있는 수요가 생긴 것도 한가지 이유가 되었다고 합니다.

 

이제 김치냉장고는 현대인의 필수품이 되었고 대형 김치냉장고도 일반화되었습니다. 단지 김치만을 넣는게 아니라 과일 등 신선하게 보관할 필요가 있는 식재료들을 많이 보관하게 되었고 멋진 디자인으로 멋진 집안의 인테리어, 가구역할까지 맡고 있습니다.

 

바야흐로 김치냉장고가 미국의 주류사회에 상륙(上陸)할 날이 머지 않은 것 같습니다. 어제(3일) 메릴랜드 주지사 관저에 김치냉장고가 입성했다는 뉴스가 나왔는데요.

 


 

The First Lady Yumi Hogan and Chef Buz Porciello in front of Kimchi refrigerator 2.jpg


 

 

메릴랜드 래리 호건 주지사가 관저에 김치 냉장고를 들여놓아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호건 주지사는 민주당 텃밭인 메릴랜드주에 공화당 주자(走者)로 나와 지난해 11월 중간선거에 승리해 전국적인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주인공입니다. 호건 주지사는 캠페인 기간동안 한국인 부인 김유미씨가 언론의 주목을 받았는데요.

 

동양화가인 김유미씨는 세 딸을 홀로 키우던 2000년 사업가였던 호건 씨를 만나 2004년 결혼했다고 합니다. 한복을 입고 결혼식을 할 정도로 아내와 한국을 사랑한 호건 씨는 이후 정치인으로 변신했습니다. 김유미씨도 남편의 격려로 공부를 계속해 메릴랜드대 미대교수가 되었구요.

 

지난해 호건 씨가 민주당 현역주지사에게 도전의 출사표(出師表)를 던진 것은 사실 무모했습니다. 비록 그가 오랜 기간 표밭을 다져왔다고는 하지만 정치 경력이 짧고 무엇보다 메릴랜드의 등록유권자수에서 민주당이 공화당의 두배에 달했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호건 후보가 깜짝승리를 거둔 것은 김유미씨와 한국인의 피가 흐르는 세 딸의 존재 덕분이었습니다. 이들의 화목하고 끈끈한 가족애는 아시아등 소수계는 물론, 주류 가정에까지 깊은 호감을 주었기때문이죠.

 

특히 둘째 딸 제이미 스털링은 선거운동 과정에서 호건의 정책이 반여성주의적이라는 상대 후보 측의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하는 선거광고에 출연해 숭기(勝機)를 잡는데 일조했습니다.

 


 

larry-hogan-md-gov.jpg


 

 

선거캠페인 당시 호건 후보는 한인사회 모임에 나가 “나는 한국의 사위”라고 말하는 등 한인사회에 확실한 눈도장을 찍었는데요. 한인유권자들이 그리 많지 않은 것을 고려하면 단순히 ‘립서비스’가 아닌 것으로 생각됩니다.

 

실제로 호건 주지사는 당선후 ‘친한파’로서의 면모를 유감없이 드러내고 있습니다. 지난달 내각을 구성하며 ‘소수계 행정부(Governor’s Office of Minority Affairs)’장관에 지미 리(한국명 이형모)씨를 임명했거든요. 미국태권도의 대부 이준구 사범의 아들인 지미 리 장관은 메릴랜드 주 최초의 한인 장관입니다.

 

한국과의 협력 강화를 위해 5월 서울을 방문할 예정인 그는 최근 워싱턴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아내는 내 인생에서 중요한 것이 무언지를 깨닫게 해준 사람이다. 아내와 딸들의 사랑과 지원이 없었다면 나는 주지사가 되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런 애처가(愛妻家) 참 보기좋아요. 한국의 남편들도 자극을 받으셔야죠? ^^

 

한편 김유미씨도 선거캠페인에서 “메릴랜드 주지사가 되면 관저에 김치냉장고가 들어가게 될 것”이라고 ‘퍼스트 레이디 공약(?)’을 밝히기도 했습니다.

김치냉장고가 관저에 들어간다고 한인사회가 무슨 이익이 생기는 것은 아니지만 김치라는 상징성이 우리 민족의 정체성처럼 크기때문이겠지요.

 


 

The First Lady serving KimChi with Chef Cathy Ferguson.jpg


 

 

‘유미 호건’씨는 지난달 20일 이사를 하면서 주지사 관저에 김치 냉장고를 가져갔구요. 같은달 31일 관저에서 직접 요리를 했다고 합니다. 지난 30년동안 메릴랜드 퍼스트레이디가운데 관저에서 직접 요리한 것은 처음이었다고 하는데 미국 여성들이 사실 요리를 잘 안하잖아요. 더구나 주지사정도면 전용 요리사들이 있으니까 말이죠. (미국아줌마들, 집고를때 키친을 엄청 중요하게 여기는걸 보면 웃음이 나오기도 해요..)

 


 

The First Lady cooked for the first time in the Governor's Mansion.jpg


 

 

김유미씨가 준비한 메뉴는 매운 닭가슴살과 아스파라거스 볶음, 흰 쌀밥, 김치 등 한국 스타일이 섞인 요리였는데요. 관저 사람들이 모두 흡족(洽足)해했다는 후문입니다. 김유미씨는 “앞으로도 한국 요리를 선보이며, 한류 문화를 알리는데 힘쓰겠다”고 말했다는군요.

 

김유미씨의 김치냉장고에 이어 직접 김치를 담그기도 해서 화제를 모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 부인 미셀 오바마도 백악관에 김치 냉장고를 들여놓았다는 뉴스가 나오기를 기대해봅니다.

 

김치 화이팅! 김치냉장고 파이팅! ^^

 


 

The First Lady serving KimChi.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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