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승(學僧)들이 미국에서 한학기동안 공부를 하고 돌아가는 장학프로그램을 5년째 후원하는 뉴욕의 노 사업가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동국대 경주캠퍼스 조일환(77) 교수가 그 주인공인데요. 조 교수는 동국대 불교문화대학에 재학중인 스님들(일반학생도 조금 있지만 ^^)의 미국 연수를 5년째 지원하고 있답니다.
▲ 고엔까 위빠사나 센터
교수님이 무슨 돈이 있어서 그런 후원을 하냐구요? 사실 조일환 교수는 뉴욕에서 코만스포츠웨어라는 의류비즈니스를 수십년간 운영하는 중견사업가랍니다.
뉴욕에서 가장 오래된 한국사찰 뉴욕원각사에서 조일환 교수님과 함께 오신 스님들과 학생들을 만날 수 있었는데요.
선발된 장학생들은 한 학기동안 컬럼비아대와 캘리포니아주립대 등에서 영어 연수를 받고 주요 사찰(寺刹) 순례(巡禮), 다른 나라의 스님들과의 교류 등 다양한 코스를 밟고 있습니다.
올해 프로그램은 지난 1월부터 7월까지 진행됐는데요. 스님 4명을 포함, 6명이 참여했습니다. 동국대 경주캠퍼스가 이처럼 파격적인 장학 프로그램을 시행하게 된 것은 조일환 교수가 사재 50만 달러를 기부해 설립한 만우장학회 덕분입니다.
경북 영천 출신인 조일환 교수는 71년 미국에 이민했습니다. 어엿한 사업체를 운영하면서 신심깊은 불자생활을 하다가 불교를 체계적으로 공부하겠다는 서원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길로 아내 조순자 씨에게 사업체를 맡기고 2005년 동국대 경주캠퍼스 불교학과에 입학했습니다.
당시 일흔이 가까운 만학(晩學)의 나이에 학기중엔 경주시내 원룸에서 자취하고 방학엔 뉴욕에 와서 사업을 챙기는 ‘이중생활’이었습니다. 그런 가운데서도 1학년 평점 4.5점 만점을 받는 등 수석졸업의 기쁨을 차지했다니 정말 대단한 열정이 아닐 수 없습니다.
졸업과 동시에 불교학과 객원교수로 위촉(委囑)된 그는 한국불교의 미래를 위해선 의식의 세계화가 필요하다고 판단, 사재를 희사해 장학회를 설립한 것입니다.
“영어공부야 한국에서도 얼마든지 할 수 있어요. 앞서가는 세계인이 되려면 세계화를 해야 하고 의식이 먼저 세계화되야 합니다. 가령 우리 불교는 간화선밖에 모르는데 이곳에서 위빠사나도 하고 나라마다 다르니까 느끼는게 다릅니다.·공부를 넓게 해야지 내것만 옳다고 하면 안되는거지요..한국 불교가 정말로 좋다고 생각하려면 다른 불교도 공부해야 한다는게 내 지론입니다.”
조일환 교수가 평소 학생들에게 “아르바이트로 돈 벌어서 배낭메고 세계여행을 해봐라. 밖에서 돌아다녀봐야 비로소 내가 한국인이라는걸 느낀다. 사는 모습이 천차만별(千差萬別)이다. 앞으로 살 날이 많은 삶이 아름답게 되도록 해라”고 권하는 것도 그 때문입니다.
첫 해인 2010년엔 무려 15명의 학생들이 연수프로그램에 참여했고 이듬해부터는 6명씩 선발, 올해까지 39명의 학생들이 소중한 경험을 하고 돌아갔습니다. 6개월 연수과정은 결코 녹록치 않습니다. 빽빽한 일정에 쉴 새 없이 리포트를 써야하기 때문이지요.
올해 프로그램의 경우, UC새크라멘토와 컬럼비아대에서 각각 1세션씩 공부를 하며 서부와 동부를 오갔고 6월18일부터는 매사추세츠의 메디테이션센터에서 12일간 위빠사나 명상을 현지인들과 함께 참여했습니다.
고엔카 위빠싸나 센터에서는 이틀동안 기본 호흡명상을 하고 3일째 되는 날부터 위빠싸나를 배우고 9일째 되는 날에는 마침내 묵언을 풀고 말할수 있다고 합니다. 또한 메타명상을 배울 수 있구요.
▲ 뉴욕 원각사 법회에 참여한 모습
7월1일부터 12일까지 뉴욕주 샐리스베리밀즈에 있는 뉴욕원각사를 비롯, 불광선원, 대관음사 등 한국 절은 물론, 티벳과 스리랑카, 대만, 중국, 일본 절까지 세계 각국의 사찰들을 견학하는 기회도 가졌습니다. 특히 13일부터 22일까지는 틱낫한 스님이 창건한 베트남 사찰에서 이곳 스님들과 똑같은 생활을 하는 체험도 했다고 하네요.
다음은 이번에 오신 스님 네분과 학생 두분의 말씀입니다.
“넓은 대륙에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살다보니 정말 느끼는게 많았어요. 많은 이들과 교류하며 한국과 다른 점을 많이 배울 수 있었습니다.” 법기스님(철학과 3학년)
“미국을 막연하게 알았다가 경험하고 난후로 행동과 생각이 많이 달라졌어요. 질서정연(秩序整然)하면서도 자율적인 시스템이 사회를 구성하는 인간을 위한 문화라고 느껴졌습니다.” 혜능 스님(선학과 3학년)
“컬럼비아대에서 경험하면서 미국에서 석박사를 공부할 용기를 많이 얻었어요. 좀더 힘을 내서 해야겠다는 마음입니다” 해운스님(4학년)
“세계화에 초점을 맞춘 불교인 양성에 참여하게 돼 정말 보람있었어요. 이런 기회를 통해 많은 인재들이 배출되면 좋겠어요.” 청라스님(불교아동학과)
“영어 공부도 하고 미국의 오픈마인드와 세계의 다양한 문화까지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남상규씨(불교학과 4학년)
“선생과 학생이 주고받은 교감(交感)이 아주 좋았던 것 같아요” 양사현씨(불교학과 2학년)
원각사에서 총무의 소임을 맡고 있는 상민스님도 동국대 시절, 만우장학회를 통해 2011년 미국에서 한학기 연수를 한 인연(因緣)이 있습니다.
상민스님은 “조일환 교수님을 통해 정말 좋은 경험을 했고 그 덕분에 미동부에서 가장 오래된 뉴욕원각사에 올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미소지으시더군요.
조일환 교수님은 비단 동국대에만 기부를 한게 아닙니다. 뉴욕한국학교 이사장을 십수년째 맡으면서 우리 2세, 3세들의 정체성 함양을 위한 지원을 아끼지 않았고 타종교 등 종파를 초월해 기금을 조성했습니다.
또한 미국의 주류 정치인들에게도 후원금을 적극적으로 내면서 이들이 한인사회와 대한민국의 우군으로 활동하는데 기여하기도 했습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지난 2009년 뉴욕의 명문 컬럼비아대학이 한국불교학 연구를 할 수 있도록 무려 무려 150만달러를 쾌척한 내용입니다.
당시 행사에는 컬럼비아대 동아시아학과장 로버트 하임스 교수와 로버트 프랭클린 교수, 로버트 서만 불교학과 교수, 김자현 동아시아학과 교수 등이 참석했고 한인사회에서는 정화섭 원각사불사추진위원장 등 불자들도 자리했습니다.
아이비리그의 하나인 컬럼비아대는 1906년 동아시아학과를 개설하는 등 미국에선 가장 오래된 한국학 프로그램이 있는 대학입니다. 그러나 불교학의 경우 티벳불교와 중국불교 일본불교에 관한 학과들은 있는 반면 한국불교학과는 없었다고 합니다.
조일환 교수님이 거액을 희사함으로써 한국불교학과가 신설됨으로써 미국의 엘리트 학생들이 한국불교를 체계적으로 공부하는데 큰 기여를 하게 된 것이지요.
컬럼비아대 불교학과는 조일환 회장의 기부금 150만 달러와 대학측의 매칭펀드 150만 달러를 합친 300만 달러를 합쳐 교수진을 확보하고 학부와 대학원 과정 학생들을 가르치게 된 것입니다.
한국불교학은 UCLA와 아리조나주립대, 하와이대에 불교학 박사과정이 개설돼 있지만 학부와 석, 박사 과정을 모집하는 것은 컬럼비아대가 처음이었습니다.
“컬럼비아대는 한국학의 효시인 대학이고 종교학이 상당히 강합니다. 티벳불교 중국불교 일본불교 등 여타 불교학과는 다 있지만 한국불교학이 없는 것이 안타까와서 아내와 상의해서 1년전 대학측에 기부의사를 밝혔고 대학에서 매칭펀드 조달을 완료함에 따라 공식 발표를 하게 됐습니다. 한국학의 뿌리인 한국불교학을 모르고 연구한다는 것은 수박겉핥기나 마찬가지입니다. 한국인으로서, 또 불자로서 하고 싶은 일이었고 늦게나마 불교학과가 개설돼 다행입니다.”
저는 조일환 교수님을 보면서 부처님 시대 출가하지 않은 재가불자이면서 깨달음을 얻은 유마힐거사(維摩詰居士)를 떠올리게 됩니다. ^^
* 유마거사?
유마는 ‘청정한’ 이라는 뜻이 있다. 석가모니 부처님의 재가 제자로 유명하다. 중인도 바이살리의 대재산가로 세속에 살지만 거기에 매이지 않는 대자유의 경지에 이르렀다. 출가한 승려들이라도 그에 미치지 못하였다.
유마거사는 병을 칭하여 누워 있으면서 석가모니 제자들과 보살들이 문병온 것을 기화로 문수보살 등과 불법에 대하여 대화하는 매우 극적인 형식으로 이루어져 있다.
재가불자로 불법에 통달한 도인이었다.
바이살리 성중에 유마힐 장자는 부처님께 공양 선근을 심은 공덕으로 무생인을 얻었다.청정한 계율을 받들어 지키고 처자가 있었으나 범행을 닦았다.
혼탁한 세상속의 구제하기 힘든 중생을 과감히 껴안으려 하는 대승불교의 핵심을 집어낸 한 장면은 감동적이다.
병이 든 이유를 묻는 문수보살의 질문에 대하여 보살은 본래 병이 없으나 중생이 병이 들었기때문에 보살도 병이 든다고 답함으로서 동체대비의 보살행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가족을 묻는 질문에 지혜를 어머니로 하고 방편을 아버지로 한다고 답함으로서 깨달음이 지혜와 방편의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고 2가지 모두를 구족함에 있음을 천명하였다.
보살이 깨달아 들어가는 不二(불이)의 경지에 대하여 말해 줄 것을 요청 받고서 묵묵히 침묵을 지킴으로서 깨달음의 세계가 언어적 표현을 넘어서 있음을 그대로 보여 주었다.
대승보살의 실천 수행을 선양하고 재가 신도가 수행 해야할 덕목을 설명하며 궁극적 깨달음의 불이법문에 대하여 보살들의 애기를 듣고 설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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