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광산사 등 대만 4개 사찰 순례후 뉴욕 복귀
서울에서 뉴욕원각사 주지 지광스님을 뵈었습니다. 지난 15년간 뉴욕원각사에서 거의 매주 법회시간에 뵙지만 이렇게 서울에서 함께 한 것은 처음입니다. 종로에서 만나 점심공양을 하고 익선동 한옥마을의 분위기 좋은 곳에서 차를 마셨습니다. ^^
주지스님은 원각사 회주 정우큰스님의 부름을 받고 대만의 불광산사 등 4대사찰을 순례하였는데요. 돌아오는 길에 잠깐 시간을 내어 만나뵐 수 있었습니다. 불광산사는 대만의 생불(生佛)로 불리는 성운대사가 창건한 세계 최대 규모의 불교기관인데요. 전 세계 173개국에 3,500여개의 산사의 지부를 두고 있다니 그 방대함이 가늠이 안될 정도입니다.
성운대사는 속가 연세가 90대 중반으로 건강이 좋지 않아 친견을 하기가 어려운데 정우큰스님이 오셨다는 말씀에 직접 나오셔서 차담의 시간을 가졌다고 합니다. 거의 실명상태이지만 지금도 매일 일필휘지(一筆揮之)로 붓글씨를 쓰신다고 해서 놀랐습니다. 지광스님이 대만 산사에서 촬영한 사진과 동영상을 보는데 엄청난 규모와 화려함에 입이 벌어지더군요.
사실 뉴욕원각사도 미주한인불교만이 아니라 향후 미국의 국보가 되고도 남을 엄청난 대작불사가 마무리단계에 이르렀습니다. 뉴욕 맨하탄에서 북쪽으로 80km 떨어진 원각사는 아름다운 호수와 산자락을 낀 30만평의 광활한 부지에 자리잡은 미주 최대 규모의 사찰입니다. (차로 10분 거리에 미국에서 가장 큰 프리미엄 아울렛 우드베리 쇼핑타운이 있습니다.^^)
이곳에서 지난 수년간 한국최고의 대목수들이 수령 900년의 나무들을 깎고 다듬어 대들보와 서까래를 세우고 1천년 비법의 고려시대 공법을 재현한 대웅전과 무량수전, 동당, 서당 등 절집들이 거의 완공되었습니다. 대웅전은 내부에 기둥이 없이 세워진 세계 최대 크기로 보는 분들마다 감탄사를 자아냅니다.
사실 지나고나서 말이지만, 2009년 시작된 대작불사의 10년 세월은 많은 분들의 노고와 정성이 모인 결정체이지만 현장에서 실무를 진두지휘(陣頭指揮)한 지광스님이 없었다면 불가능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지광스님은 20대에 미국에 건너와 석사학위(서양철학)를 받고 U Mass에서 박사과정을 이수한 학승으로 2004년 뉴욕원각사와 인연을 맺고 2005년부터 부주지 소임을 맡았고, 2009년도에 정식으로 주지 소임을 맡았습니다. 대작불사는 회주를 맡은 정우큰스님의 전폭적인 지원아래 지광스님의 주지 취임이후 본격화되었지요.
원각사 회주 정우큰스님(오른쪽)과 지광스님
하지만 한국과 법과 문화, 정서가 다른 미국땅에서 전통 대가람을 짓는 일은 전혀 생각지 못한 어려움의 연속이었습니다. 공사 시작에 앞서 타운과 주정부의 허가를 얻는 과정은 물론, 주민들이 참여하는 공청회를 여러 차례 열며 동의를 구했고 전통기법으로 짓는 사찰을 미국식의 건축법에 적용해야 하는 문제들로 하루도 편할 날이 없었으니까요.
문화와 법률의 차이에 대해 예를 든다면 공사에 들어가면 인근 야산에 서식하는 맹독성을 지닌 방울뱀이 다칠 수 있다고 도량 경내 수km를 울타리를 쳐야 했습니다. 한국에선 맹독성을 가진 방울뱀이 행여 다칠까봐 도량 안에 보호막을 친다는건 정말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죠.
그러니 못 하나 박지 않고 커다란 절집을 짜맞추는 1천년전의 고려시대 공법을 미국인들이 어찌 이해를 하겠습니까. 처음엔 말도 안된다고 콧방귀를 뀌던 미국인들은 하루가 다르게 올라가는 절집을 보며 반신반의하다 마침내 웅장한 자태를 드러낸 대웅전을 보고 ‘어메이징(Amazing!)’의 감탄사를 터뜨릴 수 밖에 없었지요.
설사 진도 8 규모의 지진이 일어난다 해도 전통기법으로 세워진 절집이 콘크리트와 철근 기둥을 세운 현대의 건축물보다 훨씬 안전하다는 과학적 설명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습니다.
이러한 땀과 노력의 결정체인 뉴욕원각사에서 빠르면 창건 41주년을 맞는 내년 시월경 아름다운 단풍이 절정(絶頂)일 때 대웅전 부처님 점안식과 대법회를 봉행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미주 한국불교의 중심이자 전통 대가람으로 주목을 받게 될 뉴욕원각사의 주지스님으로서 이번 순례는 비전을 넓히는 좋은 기회가 되었다고 말씀하시더군요. 2020년 경자년 미대륙에서 ‘천년사찰’의 미래를 향한 뉴욕원각사의 발전을 부처님 전에 축원 드립니다.
글로벌웹진 NEWSROH 칼럼 ‘훈이네의 미국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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