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뉴욕타임스 1면에 실린 교육 기사가 저의 시선을 끌었습니다.
12월 7일자였는데요. 중국 상해(上海) 학생들이 세계 교육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각국 학생들의 수학(修學) 능력을 비교하는 국제학생평가프로그램(PISA) 이라는 공인 시험이 있는데 중국 상해 학생들이 사상 처음 참여해 수학(數學) 과학 읽기 등 3과목에서 모두 압도적인 1위를 차지한 겁니다.
총 65개국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이번 시험에 중국은 상해의 중학교 3학년 5100명이 처음 참여했습니다. 다른 나라와 달리 한 도시의 학생들만 참여한 것이어서 중국 전체 학생들의 수준이라고 볼 수는 없지만 상해만 해도 어지간한 나라에 맞먹는 인구 2천만명의 대도시인만큼 주목할 수밖에 없는 결과인 것 같습니다.
전문가들은 표준화시험이 서로 다른 나라 학생들을 비교하기엔 어려움이 있지만 상해 학생들의 높은 점수가 급속히 현대화되는 중국의 또다른 얼굴이라는 말을 하더군요.
결과를 보면 우선 과학에서 상해 학생들은 575점으로 2위 핀란드(554점)를 21점차로 앞섰습니다. 수학은 600점으로 그간 단골로 1위를 맡았던 싱가포르(562점)를 무려 38점차로 제쳤습니다. 또 읽기에서는 556점으로 2위인 우리나라(539점)를 27점차로 따돌렸습니다.
레이건 정부시절 관료인 체스터 핀 씨는 “소련의 우주선 스푸트닉이 생각난다”는 말로 놀라움을 표했습니다. 스푸트닉은 아다시피 1957년 소련이 쏘아올린 인류 최초의 인공위성입니다. 이것으로 큰 충격을 받은 미국은 소련과의 우주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수학 과학 수업에 일대 혁신을 가했습니다.
결국 상해 학생들의 빼어난 실력이 입증된 이번 국제시험 결과도 미국에 제2의 스푸트닉과 같은 충격을 주었다는 얘기겠지요. 체스터 핀 씨는 “중국인들이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얼마나 끈질긴지 알 수 있다”며 “2009년 상해가 이런 결과를 얻었다면 2019년엔 10개 도시가, 2029년엔 50개 도시가 그런 결과를 얻을 것”이라고 중국학생들의 돌풍을 예고했습니다.
애니 던컨 교육부 장관도 자못 심각했습니다. “우리는 경고벨을 들어야 한다. 이번 결과에 대한 논란도 있지만 신뢰할만한 자료라는 점에서 우리 학생들에게 더 힘껏 도전을 하도록 해야 한다. 미국은 23위와 24위 수준이다. 우리가 남들보다 뒤쳐져 있다는 가혹한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어떻게 보면 스푸트닉보다 더 큰 충격일 수도 있습니다. 스푸트닉은 소련과의 양자경쟁에서 뒤쳐진 것이었지만 이번 시험에서 미국 학생들은 고작해야 평균 점수를 얻는데 그쳤기때문이죠.
과학에서 미국은 502점으로 23위, 읽기는 500점으로 17위를 기록했고 수학은 487점으로 평균점인 497점에도 못미친 32위에 그쳤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이 툭하면 한국 등 외국과 비교하는데 제가 봐도 자국 학생들의 떨어지는 수학능력에 우려를 표할만 합니다.
과목별 톱10을 보면 과학은 3위가 싱가포르(542점) 4위 일본(539점) 5위 한국(538점) 6위 뉴질랜드(532점) 7위 캐나다529점) 8위 에스토니아(528점) 9위 호주(527점) 10위 네덜란드(522점) 순이었습니다.
수학은 3위가 홍콩(555점), 4위가 한국(546점), 이어 대만(543점) 핀랜드(541점) 리히텐슈타인(536점) 스위스(534점), 일본(529점), 캐나다(627점) 순이었습니다. 또 읽기는 3위 핀란드(536점), 4위 홍콩(533점), 5위 싱가포르(526점), 캐나다(524점), 뉴질랜드(521점), 일본(520점), 호주(515점) 네덜란드(508점)가 뒤를 이었구요.
상해 학생들의 시험결과에 대해 일부에선 의혹(疑惑)의 시선(視線)도 보냈습니다. 그러나 주최측은 엄격한 검증절차를 이행했기 때문에 정확성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입니다. 조지 부시 정권 때 교육부 리서치 커미셔너였던 마크 슈나이더 씨는 최근 상해에서 조사활동을 마치고 돌아와 “기술적인 측면이 잘 조절되고 샘플도 좋았다. 속일만한 증거들이 없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상해학생들에 국제표준시험에 데뷔하자마자 압도적인 1위를 차지한 것엔 보이지 않는 이유도 있었던 것 같습니다. 한가지는 상해가 단지 하나의 대도시가 아니라 좋은 교육환경을 찾아서 이주하는 중국내 이민자의 중심이라는 것입니다.
또 우수학생들의 경우 상해 당국이 유학을 허용하는 정책도 좋은 점수가 나온 환경으로 자리하고 있습니다. 흥미로운 것은 이번 시험을 보기전부터 중국 정부가 시험 결과가 중국의 이미지를 좌우할 수 있기 때문에 잘 봐야 한다는 말을 강조하고 학습에도 열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미국에서라면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겠지요. 가령 미국의 명성이 이번 국제시험테스트에 달려 있다고 학생들에게 강조했다면 언론에 망신만 당했을테니까요.
흥미로운 것은 뉴욕타임스가 “만일 상해가 중국 교육발전의 모델이라면 미국의 모델은 매사추세츠가 될 것”이라고 말한 것입니다. 매사추세츠의 학생들은 최근 수년간 미국연방 수학시험에서 다른 주들을 따돌리고 높은 점수를 꾸준히 마크하고 있다고 합니다.
매사추세츠는 제가 있는 뉴욕에서 북쪽으로 세시간정도 떨어졌는데 잘 아시겠지만 미국의 북동부는 좋은 학교도 많고 부모들도 한국 못지 않게 교육에 열성적인 모습들을 많이 보게 됩니다.
하지만 2007년 매사추세츠 학생들은 국제수학시험 등 일련의 자료에서 싱가포르와 홍콩 한국 대만 일본보다 쳐진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미국이 상위권 국가에 비해 그만큼 수준이 뒤떨어졌다는 것입니다.
뉴욕타임스는 중국 학생들이 미국학생에 비해 체육과 음악 등 예체능 활동보다는 중요과목에 시간을 많이 투자하고 있으며 상해 당국이 교육가들로 하여금 학생들의 학업향상을 위해 실험적인 시도를 할 수 있도록 권한을 부여(附與)하고 있다고 특기(特記)하더군요.
미국 교육계에 자극(刺戟)을 주려는 의도인지는 모르지만 오바마 대통령이 공교육보다는 사교육 중심의 왜곡된 한국의 교육현실을 들여다보는 대신 겉으로 나온 결과에 찬사를 보내는 것과 비슷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공교육과 사교육의 가치가 전도(顚倒)된 한국보다는 학업수준은 떨어지더라도 전인교육(全人敎育)에 힘을 기울이는 미국의 공교육을 훨씬 신뢰할수밖에 없습니다. 진정한 교육은 단지 점수가 우수한 학생을 양성하는 것이 아니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