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11월 넷째주 목요일인 추수감사절 다음날을 블랙프라이데이라고 한다는 것을 많이 들어보셨을겁니다. 파격세일로 연중 최대의 매출을 올리기 때문에 빨간색 적자(赤字) 장부가 까만색 흑자(黑字) 장부로 돌아선다고 해서 블랙 프라이데이라고 부르는데요.
이때부터 크리스마스까지 할러데이 쇼핑특수가 한달간 이어집니다. 그럼 블랙프라이데이 다음으로 알뜰 쇼핑족들이 노리는 날은 언제일까요? 바로 크리스마스 다음날 ‘애프터 크리스마스’세일입니다.
크리스마스까지는 어차피 선물을 마련하느라 쇼핑할 사람들은 다 하기 마련이구요. 실질적인 쇼핑이 끝났으니 남은 상품들이 재고가 되지 않도록 대폭 세일을 단행합니다. 그리고 선물을 받은 사람들도 마음에 들지 않는 물건을 바꾸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쇼핑센터는 그야말로 대목 중의 대목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런데 올해는 뉴욕 일원에 내린 눈폭풍으로 그런 특수(特需)가 실종되고 말았습니다. 눈도 많이 왔지만 영하의 매서운 날씨에 심한 바람까지 부는 통에 도무지 길을 나설 수가 없는데 쇼핑이 다 뭐겠습니까.
이 때문에 세일을 기대한 한인업주들도 울상을 지었습니다. 뉴저지의 대표적인 한인상권인 팰리세이즈팍(팰팍)의 경우 연휴 기간 매상이 예년보다 40% 가량 줄어들었다고 하더군요.
뉴저지의 주요 한인상가는 이날 주차장 관리요원도 출근하지 못해 업주들이 직접 눈을 치운 뒤 오후에나 문을 열 수 있었는데 그나마 손님들도 별로 눈에 띄지 않았습니다.
출근하려는 사람들은 이날 아침부터 눈속에 파묻힌 차를 꺼내느라 부산했는데 지역적으로 가장 많게는 무려 30인치(75cm)가 오고 뉴욕 뉴저지 어지간한 지역은 15인치(35cm) 이상 눈이 왔기 때문에 눈치우는게 장난이 아니었습니다.
그럼 대중교통이라도 탈 수 있으면 좋은데 철도 운행이 거의 되지 않았고 지하철도 일부 노선은 중단이 됐고 나머지 노선들도 대폭 축소돼 이날 출근을 못한 사람들이 상당수였다고 합니다.
사실 한국에선 눈이 와도 철도가 운행이 중단되는 경우는 좀처럼 없는데 뉴욕에 와서 살아보니 눈이 30cm 씩 오는 경우도 많아 폭설이 내리면 기차도 운행하지 않아 정말 꼼짝 못하는 일도 생기더군요.
하지만 눈이 많이 오는만큼 제설(除雪) 작업은 한국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잘 한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밤새 눈이 내려도 어지간한 도로들은 아침에 보면 운행에 거의 지장이 없을만큼 말끔히 치워놓습니다. 다만 눈에 파묻힌 차들을 꺼내는게 힘들 뿐이지요.
그런데 이번 눈은 일부 지역에서 대책이 소홀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습니다. 가장 큰 원인은 예보가 다소 빗나갔기때문입니다. 적어도 이번과 같은 규모의 ‘폭설(Snow Storm)’이라면 이틀전부터 충분히 고지됐어야 하는데 전날에야 경보가 발령됐기때문입니다.
그것은 아무래도 크리스마스 연휴기간이었던데다가 학교가 짧은 방학에 들어간 시점이어서 상대적으로 크게 긴장을 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그리고 이번에 새로 느낀 것인데 뉴욕과 뉴저지의 제설작업이 수준차가 있다는 것입니다. 제가 경험한 것만을 토대로 한 것이니까 합리적인 비교가 될 수는 없겠지만 오늘 눈으로 확인한 바로는 뉴욕에 비해 뉴저지의 제설상황이 훨씬 열악(劣惡)했습니다.
뉴욕을 잘 모르시는 분들을 위해 설명을 드리자면 뉴욕시는 서쪽의 허드슨강을 사이로 뉴저지 북부와 마주하고 있습니다. 한인들이 많이 사는 포트리와 팰팍은 뉴욕에서 조지워싱턴 브리지를 건너가면 됩니다. 뉴욕시와 북부뉴저지는 주는 다르지만 사실상 하나의 생활권인 셈이지요.
그런데 조다리(조지워싱턴 브리지를 한인들은 이렇게 줄여 말합니다 ^^)를 건너가는데 이면도로들의 제설작업이 거의 이뤄지지 않은 것입니다. 뉴욕의 경우 저희가 사는 동네는 집앞 작은 길까지 눈이 깨끗이 치워졌는데 그 몇배나 되는 도로들이 여전히 눈밭이어서 깜짝 놀랐습니다.
전혀 치우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소금과 염화칼슘을 이용해 노면이 드러난 뉴욕의 도로와는 완연히 비교가 됐습니다.
팰팍의 한국식 사우나인 킹 사우나 앞 작은 도로는 한때 정체(停滯)현상이 벌어졌는데 밀려드는 차들이 제대로 주차를 못해서 벌어진 것이었습니다. 이렇게 눈도 많이 온 날 월요일부터 사우나 고객들이 많은게 얼른 이해가 가지 않았습니다.
알고보니 이날 폭설로 문을 못연 한인 자영업주들이 많았던 모양입니다. 말씀을 들어보니 이분들이 쉬는 김에 사우나나 하자고 오신 분들이 많다고 하더군요. 아닌게 아니라 이날 킹 사우나는 외국 손님들은 거의 눈에 띄지 않았고 한인들이 길게 장사진(長蛇陣)을 이룬 모습이었습니다. 어쨌든 폭설 덕분에 킹사우나는 뜻밖의 특수를 누린 셈입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수퍼마켓이나 마트 등은 한가롭기만 했습니다. 한양마트를 잠시 들렀는데 직원들보다 손님의 수가 적게 느껴지더군요.
집으로 돌아오는 길, 조다리 앞의 톨 부스는 평소라면 수많은 차량들로 만성(慢性) 정체현상을 보였을텐데 그 많던 차들이 다 어디로 사라졌는지요? ^^
방송에서 하루종일 집에서 꼼짝말고 있는게 좋다고 은근 겁을 준 탓이었을까요. 시원스레 다리를 통과하고 나니 오늘은 조다리의 비싼 톨비(8달러)가 전혀 아깝지 않은 하루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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