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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신의 사람이 있었네
뉴욕에서 1991년 문화이벤트사 ‘오픈 워크’를 설립한 필자는 20여년간 북미 지역에 한국 영화, 공연, 전시를 기획해 왔다. 뉴욕현대미술관(MOMA)에서 열린 임권택 감독 회고전을 비롯, 최은희, 김지미, 고은정, 박완서, 안숙선씨 등 쟁쟁한 한인 예술가들을 미 주류 무대에 알린 주역이기도 하다. 한인예술인부터 주류사회 정치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뉴스메이커들의 생생한 육성을 들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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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브탱 디자인대회 수상 김혜영씨<3>한동신이 만난 사람

글쓴이 : 한동신 날짜 : 2012-02-09 (목) 08:04:35

 

한국의 여성디자이너가 세계적인 구두디자이너 크리스티앙 루브탱과 패션의 명문사학 파슨즈 디자인 스쿨(The New School/ Parsons School of Design)이 공동으로 주최한 디자인콘테스트에서 영예로운 수상자로 선정됐다.

 

이사이아스 아리아스, 조애나 베이커, 비비안 그래프트, 마뉴엘라 디프리마 등과 함께 수상한 주인공은 다름아닌 올해 26세의 한국여성 김혜영씨. 김씨는 미셸 오바마 여사가 선호하는 것으로 잘 알려진 브랜드 J. Crew의 디자이너로 일하고 있다.

 

파슨즈 재학 시절, 학과 친구들과 공동작업한 비디오 영상작품이 루비똥 모엣헤네시(LVMH)디자인대회에서 1등 수상해 뉴욕타임즈에 패션계의 유망주로 보도되기도 한 자랑스러운 한국여성이다. 최근 동생 혜인(24)씨와 함께 자체 브랜드 ‘Que Si(www.que-si.com)’를 론칭하는 샘플 제작을 마친 김혜영씨를 만났다.

  

지난 6일, 마치 쌍둥이같은 여동생 혜인씨와 함께 인터뷰장소 MoMA(The Museum of Modern Art)에 나온 김혜영씨는, 얼마전 MoMA 로비에 설치된 ‘방문객이 남긴 한마디’ 스크린 앞 메모대로 걸어가며, “우리도 한마디 남겨야죠?”하며 기자를 향해 밝게 웃었다.

 

 

한동신(이하 한): 축하합니다. 큰 일 낸 사람치고는 어리다고 할만큼 젊어서, 주인공이 맞는지 의심이 가네요.(웃음)

김혜영(이하 영): 감사합니다. 저도 아직도 얼떨떨해요. 큰 상을 탄 덕에 인터뷰요청도 받고, 이렇게 오랜만에 모마에 와서 가든에 앉을 여유도 있네요.

 

한: 어떤 경로로 콘테스트에 응모할 수 있었나요?

영: 예, 크리스티앙 루브탱사가 파슨즈 디자인스쿨-뉴스쿨의 동문을 대상으로 크리스티앙 루브탱 풋웨어 20주년을 기념하는 디자인콘테스트에 관한 이메일을 받았어요. 이번 대회는 루브탱디자이너의 다양한 구두브랜드를 파슨즈대학의 동문들에게 하나씩 과제로 부여(賦與)하고 창의력을 발휘해 구두와 매치되는 의상을 디자인하는 것이었어요. 2주간 스케치할 여유가 있었기에 정말 열심히 작품을 만들어 보냈는데, 크리스마스 무렵에 좋은 소식을 들었지요. ‘우와~~~~’할만큼 엄청난 크리스마스선물을 받은 셈이죠.

 

저는 루브탱의 ‘이사벨’이라는 샌들과 매치되는 의상을 디자인했고, 좋은 결과가 나오니까 실력을 인정받은 것 같아 너무 기뻐요. 뮤지엄이나 고급백화점에서나 볼 수 있었던 작품을 만든 크리스티앙 루브탱으로부터 직접 상을 받은 사실이 믿기지 않아요.

 

한: 수상자들의 작품이 지금 버그도프 굿맨 백화점에서 디스플레이 되고 있다고 들었어요.

김: 이벤트는 2월 1일에 있었어요. 이 이벤트에서 수상 축하 파티 겸, 루부탱씨 20주년 기념 private 행사였는데요. 각종 패션계에 내노라 하는 많은 분들, 연예인들이 참석했고, 수상자들은 특별히 초대 받았습니다. 제 자켓에 싸인 한 글귀 " Bravo!, My "Isabelle(제가 영감을 받았던, 크리스챤 루부탱 신발 이름)" is proud!" 라고 써 주셨어요.

 

▲ 맨해튼의 5애브뉴에 위치한 최고급 백화점 버그도프 굿맨백화점은 맨해튼의 명소이기도 하다.

 

▲ 루브탱의 디자인이 진열된 쇼윈도우 앞에서

 

 

  

한: 김혜영씨의 수상에 옆에서 보는 내가 더 신나는 것은 한국여성으로서 험난하기 짝이 없는 뉴욕의 패션계에서 우뚝 선 젊은 여성에 대한 존경심입니다. 인터뷰를 하는데 불편함이 없는 것 같은데, 미국에서 태어났습니까?

영: 제주에서 15살까지 살았어요. 2000년에 버지니아로 이민 왔습니다.

한: 버지니아에서 성장하면서 어려움은 없었나요? 15살에 왔으면 어중간한 나이라 언어장벽이 높았을텐데, 언어문제를 어떻게 극복했나요?

영: 영어를 빨리 배워야 한다는 강박관념(强迫觀念)에 사로잡힐만큼 우리를 몰아치던 엄마덕분에 영어를 빨리 배울 수 있었어요. 엄마는 한동안 우리들을 미국친구들과 말하는 것만 허용했을만큼 엄격했어요.

 

 

  

▲ 김혜영씨의 작품을 보려고 몰려든 쇼핑객들

제가 영어를 단기간내에 잘할 수있게 공헌하신 잊지못할 선생님이 계세요. 10학년 때 미술선생님이 저를 그렇게 미워하셨어요. 영어를 못하는 아이들을 미워한다고 정평이 나신 분이었죠. 저를 미워하시는 선생님을 반드시 거쳐야만 대학을 갈 수 있다는 현실에 처음엔 눈앞이 캄캄했지만 피하지 않고 선생님이 사랑하는 사람이 되도록 최선을 다해 공부했어요. 대학에 지원할 때 선생님이 엄마대신 학교에 일일히 전화해 주시고 여러모로 도움을 주셨지요. 그 선생님과는 지금도 서로 연락을 주고 받고 지내고 있어요. 이제는 선생님도 영어를 못하는 아이들을 미워하시지 않죠.(웃음)

 
▲ “저희도 퍠션을 공부하는 학생들이랍니다. 루브탱의 빨간색을 자연스럽게 드레스에 연결한 디자인감각이 대단하네요! 혜영이 너무 부러워요!”(왼쪽부터 Sade, Daphne)

한: 디자인에 재능이 있다는건 언제 알게 되었어요?

영: 부모님(아버지 김계홍씨와 어머니 강숙미씨)께서 이민오시기 전까지 제주도에서 미술선생님이셨어요. 부모님으로 물려받은 재능이 우선일 것 같고, 혜인이랑 어렸을 때부터 그림교육을 받았지요.

 

그리고 외할머니가 재봉질을 잘하셨고 뜨개질로 스웨터나 모자, 장갑을 떠주시면 어떻게 만들었느냐고 할머니에게 질리도록 묻곤 했어요.

한: 한복을 지을 줄 아나요? 왜냐하면 이번에 수상한 작품에서는 묘하게 우리 한복의 실루엣이 어른거려요.

영: 잘 보셨어요. 공모전에 내려고 스케치를 할 때만 해도 한복에 대해서는 전혀 생각하지 않았어요. 그런데 작품이 완성되고 보니까, 저 역시 한복의 이미지가 오버랩되는 거예요. 정말 뜻밖이었어요. 어렸을 때는 한복이 너무 아름답다고 생각만 했고, 디자이너가 되고 나서는 ‘언젠가 한복만들기를 제대로 배워야지…’ 하고 벼르면서도 막상 실천하기는 어려웠는데, 제가 공을 들여서 만든 작품에 한복의 아름다움과 지혜(智慧)가 배어 있다는 코멘트를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한: 지금 일하고 있는 직장에서 경쟁력으로 똘똘 뭉친 디자이너들과 일하는데 어려움은 없나요?

영: 디자이너로서의 어려움은 이미 예상한 바이고, 사실 쉬운 일이 어디 있겠어요? 게다가 저는 디자이너로서 일하며 사는 현재의 제 모습에 감사하고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자기가 무엇을 좋아하는 지도 모르고 살거나, 또는 여러가지 환경으로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할 수없는데, 저는 제가 좋아하는 일을 하며 살고 있거든요. 디자이너로 살면서 굳이 어려운 점을 꼽으라면, 동료나 친구들끼리 그런 말을 하곤 해요. 창조의 길을 걷는 다는 것은 그저 묵묵히 갈 길을 걸을 뿐, 보통 직장을 다니는 사람들은 세월이 가면, 보수도 올라가고, 지위도 높아지는데, 저희는 한 작품을 완성하기 위해 며칠밤을 새우고도, 한 발 앞서 만든 사람에게 오리지날이라는 타이밍을 놓치면 모두 쓰레기가 되어 버리는 경우가 허다하니까 허무할 때가 많죠.

 

한; 이번에 론칭한 ‘Que-Si?’ 브랜드에 대해 얘기해 볼까요?

영: (옆에 앉아 있는 동생 혜인씨를 가르키며) 이번엔 김혜인 사장님이 말하는 것이 어떨까요?(웃음) 브랜드 ‘Que-Si?’는 프랑스어로 ‘What if-?’라는 뜻입니다. 우리는 언제 어디서나 옷을 입기 전에 어디를 가는데 이 옷을 입으면 좋을까? 등등을 생각하며 옷을 입게 되죠. 그래서 저희는 그런 생각들을 최소화하려고 고심한 끝에 제가 디자인한 옷은 어떤 식으로 믹스앤 매치를 해도 어울리는 옷을 만들려고 생각합니다. 제 옷을 입고 어느 장소, 이벤트에 가더라도 어색하지 않은 그러 옷을 디자인하고 싶습니다.

 

한: 마케팅도 만만치 않을텐데요….

김혜인(이하 인): 이제 시작이니까 브랜드를 알리는 일이 쉽지는 않겠지만, 요즘은 의외로 페이스 북, 트위터 등 네트워킹을 하는 것이 용이한지라, 디자인만 좋으면 홍보는 시간문제인 것 같아요. 그리고 언니와 제가 이 자리를 빌어 강조하고 싶은 것은 재능있는 디자이너를 발굴하여 적극적으로 후원하시는 뉴욕한인의류산업(KAMA 옛 한인봉제협회)의 곽우천 회장님과 이경건 부회장님께 감사드리고 싶어요.

영: 이경건 부회장님은 각종 옷을 만들때 필요한 재료에서부터 아낌없는 조언을 해주시고 어려움이 닥치면 유명한 디자이너가 손님으로 오셔도 다 미루고 제꺼 먼저 도와주셨어요. 정말이지 제게는 KAMA의 패션장학생선발대회가 든든한 발판이었어요. 이번에 Que Si로 출범할 수 있도록 KAMA가 모든 지원을 했구요. 유학생들이나 직장을 구하기 어려운 젊은 디자이너들의 꿈이 실현될 수 있도록 물심양면으로 후원하는 단체랍니다.

 

▲ 틈만나면 SNS에 몰두하는 혜영, 혜인자매

한: 디자인을 할 때, 제일 크게 비중을 두는 것은 무엇입니까?

영: 무엇보다도 입기 쉽고, 입으면 편한 옷을 만들고 싶어요. 디자이너가 만들기 어려운 옷은 입는 사람 역시 입으면 불편하다는 것이 제 개인적인 지론(持論)입니다. 만드는 사람이 편하고 즐겁게 만드는 과정이 입는 사람에게 전달된다면 더 바랄게 없을 것같아요. 그리고 동생 혜인이랑 봉제공장에서 필요없는 짜투리 천을 이용해 재미있는 악세사리를 만들어 볼 생각이에요.

 

한: 좋아하는 디자이너가 있나요?

영: 요절한 알렉산더 맥퀸입니다. 그는 상업적인 디자이너였다기보다, 예술의 혼으로 영감(靈感)을 주는 예술가예요. 어릴 때, 맥퀸이 누군지 잘 몰랐을 때, 아주 싼 값으로 그가 디자인한 바지를 산 적이 있어요. 제가 어렸을 때부터 그와 영감이 통한 셈이죠.(웃음)

  

▲ 알렉산더 맥퀸(왼쪽)과 그의 2009년 작품 www.en.wikipedia.org 

한: 장시간 인터뷰에 응해 주어 고맙습니다. 헤어지기 전에 김혜영씨의 비전을 들어 볼까요?

영: 디자이너로서 끊임없는 창작력으로 많은 옷을 만들고 싶어요. 그래서 제가 생을 마감하는 그 즈음에는 그 누구나 “나도 김혜영이 만든 옷을 입어 봤다”고 하는 말을 들었으면 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사랑하는 옷을 만들고 싶어요.

뉴욕=한동신특파원 dongsin.hahn@gmail.com

   

 

<꼬리뉴스>

뉴욕한인의류산업회 매년 한인 패션장학생 선발

뉴욕한인의류산업협회(KAMA: 회장 곽우천)는 한인봉제협회가 단순 수주생산에서 탈피(脫皮)하고 봉제산업(縫製産業)의 새로운 차원으로 확대하고자 하는 취지에서 2011년 명칭을 바꾸고 적극적인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뉴욕한인의류산업협회는 미국전역의 패션 전문업체들의 트레이드쇼에 참가하고, 재능있는 젊은 디자이너들에게 장학금을 지급하는 등, 활발한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특히 뉴욕패션센터를 건립하여 한국의 섬유원단제품을 북미지역에 홍보할 수있는 상설전시관을 개설하고, 한인차세대디자이너 등 인력발굴과 브랜드 런칭사업확대, 나아가 미국내 각종 트레이드쇼 참가를 통한 한인 및 한국의 중소 패션업체의 미국시장확대 등을 목표로 하고 있다.

 

KAMA는 매년 패션장학생 선발대회를 열고 있으며, 이번에 크리스티앙 루브탱컨테스트에서 수상한 김혜영씨는 KAMA의 3회 장학생이다. 장학생은 뉴욕지역에서 패션관련학교에 재학중인 풀타임학생(유학생)이 대상으로 하고 있다.

신청서류는 신청서와 자기소개서, 추천서, 재학증명서 사본 1부, 작품스케치 2점 등이다. 신청서 및 추천서 양식은 KAMA홈페이지(wwww.kamany.com)에서 다운받으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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