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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드류 임의 뒷골목 뉴욕
중앙대학과 동 대학원에서 연극을 전공하고 뉴욕대학 대학원에 유학, 미국의 유명 광고회사에 취직해 미국동포 소릴 들으며 산지 17년. 기자로 출발, 광고회사 카피라이터, 공연기획자, 또 구멍가게 주인으로, 그것도 모자라 연극 연출에 자유기고가로 사는 자유인. 그럼에도 불변하는 한 가지는 뼛속까지 한국인이라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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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대배우가 빛낸 새해의 브로드웨이

글쓴이 : 앤드류 임 날짜 : 2016-01-08 (금) 23:3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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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뉴욕의 연극계는 크게 두가지 경향으로 요약될 수 있을 것 같다. 눈에 띄게 많아진 고전 작품들과 유명 배우들이 출연하는 공연들이 그 어느 때보다 러쉬를 이루고 있다.

 

뮤지컬이 여전히 인기를 누리고 있지만 2015년 말부터 고전작품들의 공연이 부쩍 많아졌다. 그중에서도 미국이 자랑하는 극작가 아더 밀러가 쓴 일련의 작품들이 연이어 무대에 오르고 있는 점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 온다. 아더 밀러의 현대 고전극 시리즈라 할만하다. 얼마전 막을 내린 '세일즈 맨의 죽음'에 이어 '다리 위에서의 조망'이 연말부터 무대에 올라 새해까지 공연을 이어가고 있고, 연이어 '시련'이 예매를 시작, 벌써부터 티켓을 구하기 어려울 정도로 관심을 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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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진 오닐의 대표작, '밤으로의 긴 여로' 역시 새해 브로드웨이 무대에 오른다. 유진 오닐과 아더 밀러의 명작들이 예매 단계부터 매진을 기록하는 것을 보면, 미국, 특히나 뉴욕의 골수관객(theatergoer) 층이 얼마나 깊고 넓은지 실감케 된다.

 

현대의 고전이라 불리는 사실주의극들 말고도 브레히트의 서사극, '억척 어멈과 그녀의 자식들' 또한 공연이 예정돼 있다. 얼마전 브로드웨이에서 공연된 뒤렌마트의 희곡 '노부인의 방문'이 화제를 모았던 바, 뒤렌마트에게 지대한 영향을 끼친 브레히트의 작품이 뒤이어 공연된다는 사실 또한 연극 애호가들에게는 관심거리가 아닐 수 없다. 뒤렌마트의 작품을 뒤렌마트 보다 더 브레히트적으로 펼쳐보인 연출 덕에 '노부인의 방문'이 화제를 불러일으켰다면 그 원조격인 '억척 어멈과 그녀의 자식들'은 또 어떤 새로움을 선사할지가 관심거리다.

 

할리우드 배우들의 연극 귀환


 

2015년 말부터 시작된 또하나의 경향이 바로 유명 배우들의 무대 귀환(歸還)이다. 헐리웃이나 TV 시리즈 등을 통해 대중에게 잘 알려진 배우들이 브로드웨이 무대에서 관객들을 만난다. 이들의 출연은 단지 흥행을 위한 프로덕션 상의 깜짝 아이디어가 아니라 사실 귀환이라 표현해야 적절할듯 싶다. 헐리웃 영화나 TV 등을 통해 대중에게 잘 알려진 배우들 대부분이 무대로부터 출발해 훈련을 받고 다른 분야로 진출했기 때문에 그들의 연극 작품 출연은 귀향인 셈이다. 자신들이 원래 있던 곳으로의 귀환인 셈이다.

영화 '대부'로 잘 알려진 헐리웃 스타 알 파치노가 출연하는 신작 희곡 'China Doll'은 매 공연 매진을 기록하고 있으며, 식스 센스, 다이 하드 등의 영화로 역시나 일반에게 잘 알려진 헐리웃 스타, 브루스 윌리스가 주연을 맡은 '미져리'도 대대적인 흥행을 기록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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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초 가장 연극팬들의 가슴을 설레게 하는 공연은 '블랙 버드'. TV 시리즈 '뉴스룸'과 최근 인기리에 상영된 헐리웃 영화, 'Martian'에 출연했던 개성만점의 연기파 배우, 제프 다니엘스도 '블랙 버드'2016년 새해 브로드웨이 무대에 합류한다. 이 공연은 벌써부터 연극 애호가들을 흥분시키고 있다. 아카데미상 시상식에서 자주 볼 수 있는 미쉘 윌리엄스와 호흡을 맞춘다.

      

고전은 아니지만 익히 알려진 정통 연극에 헐리웃의 유명 배우가 출연하는, 최근 브로드웨이의 두드러진 두 경향을 모두 충족시키는 공연이 있다. 영화와 TV를 통해 잘 알려진 제임스 얼 존스와 씨슬리 타이슨이 출연하는 'The Gin Game'이다.

 

'The Gin Game'은 도널드 L 콜번에 의해 1976년 쓰여지고 두해 뒤 퓰리쳐 상을 수상한 희곡으로 단 두명의 인물만이 등장한다. 은퇴한 노인 웰러와 폰시아가 요양원(nursing home)의 뒷마당을 배경으로 진 게임이라 불리는 카드 게임을 하는 구조로 이루어진 연극이다. 그 카드 게임의 한판을 전후로 두 사람이 나누는 대화가 곧 연극의 내용이다. 웰러 역의 제임스 얼 존스는 올해 84, 폰시아 역의 씨슬리 타이슨은 91세다. 작품 자체는 퓰리쳐 상의 수상작이라는 가치와 더불어 비교적 알려졌지만 연극사적으로 크게 인정 받고 있는 작품인지는 확언키 어렵다. 카드 게임이 시작하고 끝나 다시 패가 돌아가는 단위로 극적 사건이 전개된다는 그다지 획기적이지 않은 구조와 카드 게임을 메타포로 삼는 내재적 의미 등은 관객들에게 전개와 메세지를 쉽게 예측케 하는 평이함으로 평가되기도 한다. 어느 평론가는 작가 도널드 콜번이 이 작품으로 퓰리쳐 상을 수상했지만, 이는 미국 극작계가 비교적 침체기(沈滯期)에 있을 때 선정되었기 때문이라고 평가절하하기도 한다. 심지어는 노골적이고 직설적으로 좋은 희곡이 아니라고 표현한 평론가도 있을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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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불구하고 제작자가 이 공연을 브로드웨이 무대에 올린 용기는 무엇이었을까. 의심의 여지 없이 제임스 얼 존스와 씨슬리 타이슨이라는 두 대배우에 대한 신뢰 때문이었으리라. 그리고 이 두 노배우는 제작자의 믿음에 보답 그 이상을 선사했다고 해야 할 것이다. 이들은 연기(Acting)가 그 자체로 예술이 될 수 있음을 증명해 보였다.

 

이를 여실히 보여주는 흥미로운 평론가의 표현이 있다.

 

제임스 얼 존스나 씨슬리 타이슨 같은 배우들은 뉴욕 전화번호부만 읽어도 관객들을 사로 잡을 수 있다.’


 

물론 'The Gin Game'이 전화번호부 정도로 형편 없는 작품이라는 얘기는 아니라고 덧붙인 이 평론가는 그러나 작품 자체 보다 두 대배우의 연기가 공연 자체를 가치있게 만드는데 더 크게 기여했음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강조하고 있다.

 

기실 공연의 연출(Leonard Foglia)도 두 노련한 배우의 연기를 최대한 활용하는 것 이외에 큰 욕심을 부리지 않은 것으로 보였다. 이론의 여지가 있을 수 있겠지만, 연기 경력 60년이 넘는 대배우들을 출연시키며, 여전히 놀라운 그 베테랑 배우들의 능력과 경험 그리고 인생에서 우러나오는 깊이에 무엇인가 더하겠다는 욕심을 품지 않은 연출가에 대해 관대해지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은 사실이다. 성공적으로 드러난 결과를 놓고 보면 말이다.

 

막이 열리면 허름한 요양원 건물이 관객들을 마주한다. 미국에서 조금만 도심을 벗어나면 흔히 볼 수 있는 모양의 집으로 실제 건물 만큼 돼 보이는 크기다. 무대에 집을 옮겨 놓은 듯한 이 무대 세팅은 압도적이다. 그러나 이 건물은 단지 배경(背景)이 될 뿐 단 한번도 전환되지 않는다. 배경으로만 두기에는 아까워 보이는 사실적으로 잘 만들어진 집이다. 집 안과 밖으로의 통행이나 연결은 가장 마지막 장면에서 단 한번 이루어질 뿐이다.

 

두명뿐인 등장인물은 못쓰게 된 냉장고와 의자, 테이블 등이 잔뜩 버려져 있는 건물의 뒤뜰에서 만나고 웰러가 폰시아에게 ‘Gin Game’ 이라는 카드 게임을 가르쳐주면서 대화를 시작한다.

 

웰러는 자신이 가르쳐준 카드 게임에서 매번 폰시아에게 진다. 단 한번도 이기지 못하고 매번 말이다. 웰러는 점점 기분이 상하고 약이 오른다. 흥분한 웰러의 행동은 폭력적이 되고 폰시아는 겁을 먹기 시작한다. 물론 웰러의 행동은 요양원에서 간호사들에게 보살핌을 받고 있는 노인의 폭력이다. 가해의 위험은 전혀 없어 보인다. 단지 자신의 분노를 제어(制御)하지 못할 뿐이다. 그렇지만 역시 거동 조차 불편해 보이는 노파, 즉 같은 약자인 폰시아에게는 위협으로 느껴질만 하다. 거듭 게임에서 지는 웰러와 본의 아니게 자꾸만 이기게 되는 폰시아는 게임의 승부에 대해 티격태격하다가 자신들의 삶에 대한 언쟁으로 옮겨가고 이 과정에서 웰러를 통해 삶에 대한 작가의 질문이 제시된다.


 

웰러의 분노는 물론 게임에서 진 것에만 기인하지 않는다. 웰러는 신(God)이 폰시아에게 유리한 카드(카드 게임에서 말하는 패)를 줬기 때문에 자신이 지는 것이라 여긴다. 신이 자신에게 인생의 나쁜 패를 주었듯이 말이다. 게임에서 번번히 지고 분해하는 웰러의 모습은 인간이 갖는 보편적인 불만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웰러가 폰시아에게 게임을 더 하자고 조르는 행동은 역시 상징적으로 신의 의지가 아닌 자신의 의지대로 삶의 문제들이 결정되어야 한다는 인간들의 보편적 저항이며, 이 부당함을 시정하기 위한 노력이다. 그는 폰시아가 카드 게임에서 이기는 것이 단지 행운인지 개인의 능력인지 아니면 그야말로 신의 개입인지에 대해 알고 싶어하는 합당한 의구심을 가졌을 뿐이다. 세상의 많은 사람들이 그러하듯이 말이다.

 

극이 진행되는 동안 웰러가 들어가지 않는 집(요양원) 안에서는 기독교의 예식과 찬양이 계속해서 들려온다. 작가가 질문을 던지는 대상이 명확해지는 셈이다.

 

다수의 평론가들이 지적했듯이 이 같은 플롯은 관객들에게 작가의 의도를 쉬이 들키게 하고 있는지 모른다. 플롯과 메세지가 쉽게 들통나면 흥미의 반감은 피할 수 없다. 그리고 관객의 예상대로 전개가 이루어질 경우 실망감 역시 커진다. 극단적인 표현일 수 있겠으나, 입장료와 시간이 아깝다고 느끼게 하는 공연이 될 수 있다는 말이다.

 

그렇다고 한국의 몇몇 막장 드라마들처럼 의도가 다분히 보이고 인위적이며 기본적인 개연성(蓋然性)마저 전혀 고려치 않은 반전이 있어야 한다는 말은 물론 아니지만, 너무 쉽게 무슨 일이 벌어질지 알아차릴 수 있고 심지어 예상대로 술술 풀려나가는 연극을 보고 앉아있기란 보통 고역이 아니다. 이 작품 역시 많은 평론가들의 비평에서처럼 그 같은 위험을 어느 정도 품고 있는 작품이다.

 

그래서 오히려, 바로 이러한 이유로, 제임스 얼 존스가 출연한 'The Gin Game'은 놀라운 공연이라고 해야 맞을 듯 싶다. 상상해 보시길. 팔순이 넘은 노배우와 심지어 아흔이 넘은 여배우가 두시간 동안 무대 위에서 열정적으로 말하고 움직이고 테이블을 집어 던지며 열연(熱演)하는 모습을걷기도 힘들어 하실 연세아니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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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로 제임스 얼 존스의 연기는 감히 평가하기 조차 어려운 경지에 도달해 있었다. 무대 위에서 그야말로 역을 생활하고 있었다.

 

미국에서 흔히 목소리 좋은 사람을 보면 제임스 얼 존스 같다고 한다. 애니메이션 라이온 킹에서 주인공 심바의 아버지 무파사가 제임스 얼 존스의 목소리고 미국의 TV 광고에서 수없이 그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 이번 공연에서도 그는 그 매력 철철 넘치는 바리톤 목소리를 자유자재로 바꿔가며 상황에 따른 다양한 심리를 연기해냈다. 인터미션 때 관객들이 저 나이에 어떻게 아직도 저런 목소리를 낼 수 있느냐며 감탄사를 연발하는 것이 전혀 놀랍지 않았다.

 

무대 위를 걷는 한 걸음 한 걸음에서, 또 버려진 잡동사니를 뒤지는 한 동작 한 동작에서 그가 왜 대배우인지를 발견하는 것은 전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무엇보다 단순한 플롯과 변화 없는 무대 그래서 자칫 지루해질 수 있는 연극을 전혀 지루하지 않게 끌고 나가는 에너지는 그를 노배우라 칭하기 죄송스럽게 만들 정도였다. 그야말로 제임스 얼 존스면 충분한 공연이었다. 씨슬리 타이슨의 여전히 재치 있고 섬세한 연기는 그녀의 나이 때문에 더욱 아름답게 느껴졌다. 이 공연의 연출가와 제작자는 이 두 배우의 출연이 확정된 순간 성공을 확신했을 듯 싶다.

 

고전 명작들이 줄지어 무대에 오르고 이름 난 스타들이 활발히 무대를 누비고 있는 2016년 새해의 브로드웨이는 제임스 얼 존스와 씨슬리 타이슨이라는 두 노배우들로 인해 더욱 눈부시게 빛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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