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어머니로부터 하이스쿨 다니는 아들이 학교에서 서스펜션(Suspension 정학) 을 받아서 며칠동안 학교에 못 가고 집에서 있게 됐다는 연락이 왔다.
혹시 학교의 부당한 처사가 아닌지, 혹시 인종 차별(人種差別)을 받는게 아닌지 걱정했다는 어머니로부터 자초지종(自初至終)을 듣게 되었다.
사건은 얼마전 학교 카페테리아에서 점심시간 때 아들이 엘레멘트리 스쿨(초등학교)와 쥬니어 하이스쿨(중학교)도 같은 학교에 다니는 미국 학생에게 장난으로 1 달러를 달라고 한 것이 말다툼으로 번졌고 급기야는 몸싸움으로 발전하여 서로 밀고 당기는 싸움이 벌어졌다. 한 학생이 바닥에 넘어지는 상황에서 훈육교사(訓育敎師)인 Dean(학생감)에게 알려져 정학(停學)을 맞기에 이른 것이다.
장난삼아 미국 친구에게 1 달러를 달라고 했는데 마침 여자친구와 같이 있던 그 미국 친구는 한국 학생의 요구에 응하면 여자 친구 앞에서 돈을 뺏기는 것 같은 인상을 줄까봐 평소보다 더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였던 것이 싸움으로 까지 간 것으로 생각된다. 감수성이 예민하고 자존심이 강한 사춘기에 흔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한국에서는 여자끼리 아니면 간혹 남자들도 팔짱을 끼고 다니는 것이 자연스러운 우리의 문화지만 미국에서 문화의 차이로 동성애자(同性愛者)로 보일 수도 있는 것이 미국의 현실이다.
음식문화도 우리 한국인들은 콩 반쪽이라도 나눠 먹고 “이것 좀 드세요!”, “식사 좀 하시죠!” 이렇게 인사말을 하는 것이 정겨운 일이지만 다른 문화권의 사람들은 내가 배 고플 때 그냥 내 것 먹는다는 생각을 하기에 인정이 없다고 생각이 될 때도 있으나 문화의 차이를 인정할 수밖에 없다.
우리 두 딸이 중학교로 진학 할 때 백인이 많은 학교와 현재 내가 근무하고 있는 189 중학교에 갈 선택권이 있었다. 남편과 의논한 결과 아시아인이 52%, 남미계가 36% 나머지는 흑인과 백인이 절반의 분포로 이루어지고 각양각색(各樣各色)의 언어와 문화권의 학생들이 있는 189 중학교로 보내기로 결정했다.
▲ 2009년 학교에서 '한글날'을 선포하고 한글티셔츠를 입은 JHS189학생들
처음에는 백인, 흑인, 남미계, 인도계, 중국 등 온갖 인종의 친구들을 집에 데려와서 좀 걱정도 되고 어색하기도 했지만 지금은 학교에서나 사회에 나가서도 다양한 민족들과 친분(親分)을 맺고 잘 지내는 것을 볼 때 아주 잘 한 결정이라고 생각한다.
얼마전 로마에 여행 가서도 느낀 점인데 세계 어느 곳에 가든지 큰 도시들은 아주 다양한 민족과 언어의 사람들이 거주하고 있고, 방문하고, 사업을 하고 있어서 더 이상 하나의 민족만 사는 그런 큰 도시는 존재하지 않는다.
미국을 포함한 우리가 살고 있는 글로벌 빌리지는 백인들로만 이뤄진 것도 아니고 손끝의 클릭 한번으로 세계가 연결되는만큼 다양한 민족과 원활하고 친밀하고 편안한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서로의 차이점을 인정하고 서로를 이해하는 열린 사고와 행동과 교제술이 필요한 것이다.
다가오는 미래에 우리 세대는 물론이고 우리 자녀들에게도 세계적인 인물로 도약하고 발전하는데 다민족 다문화(多民族 多文化)와의 이해와 협력은 우리의 큰 힘과 에너지와 발판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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