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할로윈 데이를 맞아 남아공에서도 어김없이 매년 행사를 즐기고 있습니다. 영국의 영향을 받았기때문이지요. 하지만 지역에 따라서 안전 문제가 대두(擡頭)되는 곳에선 행사를 즐길 엄두를 내지 못합니다.
2년전 할로윈 데이는 강도사건을 비롯, 거듭된 악재로 필자에게 참으로 잊지 못할 악몽의 날이었으니 행사를 즐긴다는 생각조차 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상처는 시간이 지나면 아무는 법…, 10월 31일 오늘 처음으로 현지인들과 함께 할로윈 데이를 보내면서 마음껏 즐겨 보았습니다.
초등학생이 있는 애들, 친구 부모들과 함께 나가보니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무서운 가면과 의상을 입고 집집마다 돌아 다니면서 벨을 눌러 팝콘과 사탕, 초콜릿.. 등등을 얻는 기쁨이 참으로 흥미로웠습니다.
입구에서부터 음침하게 금방이라도 귀신을 잡겠다고 장식을 해 놓은 집이 있는가하면 간혹, “ 이 행사를 즐기지 않으므로 벨을 누르지 말아 달라”는 친절한 메시지를 붙여 놓은 집이 있습니다.
미국에선 호박으로 모양을 내지만 이곳에선 구하기 쉬운 수박도 많이 쓰입니다. 호박, 수박으로 예쁘게 모양을 만들어 놓은 집과 할로윈 데이와 상관없이 아름다운 꽃으로 장식을 해놓은 집 등등 각양각색의 풍경(風景)입니다.
같이 어울려 다니면서 느끼는게 많더군요. 물론 할로윈 데이는 서양에서 온 것이기는 하지만 항상 반가운 얼굴로 잔뜩 담은 사탕과 머쉬룸, 껌, 스낵을 들고나와 벨을 누른 그들을 기쁘게 맞이하고 하루에 몇 번씩 방문 하는 애들을 귀찮다 마다 하지 않은 그들을 보며 참 많은 감동을 받았습니다.
오히려 “Thank you.” 하며 “와 주어서 고맙다”는 인사를 하는 그들의 얼굴을 보노라면 앙심을 품고 골탕 먹이러 온 악마도 도망 갈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저급한 귀신놀음이 아니라 인간미가 묻어나는 아름다운 정경을 보면 우리가 배워야 할 서양 문화도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