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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아공 우리 집에 화재가 났어요(中)

글쓴이 : 최경자 날짜 : 2011-06-14 (화) 23:40:45


남아공 친구들의 위로와 기도로 어느 정도 자신감이 회복 다음날 팜골딩(Pam Golding property company)에 찾아갔다. 조앤 매니저가 없어서 다른 매니저를 만나 화재 사고(火災事故)를 알렸다.

집에서 기다리고 있자니 조앤이 찾아 왔다. 4년을 알고 지내는 터라 어느 정도의 친분을 갖고 있는 친구다. 화재를 낸 죄인임에도 “So, sorry.” 하며 앉아 위로하는 그녀에게서 감동을 받았고 그들의 문화는 정말 배울 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당시 그 말이 얼마나 힘이 되었는지.

 

집에 들어 와서 화재 현장을 훑어 본 그녀가 업무상(業務上) 꼼꼼이 사진을 찍는 모습에서도 피해의 강도가 심하다는 느낌을 가질 수 있었다. 조심스럽게 물어보았다. “혹시, 집 주인이 보험을 갖고 있냐”는 질문에 “잘 모르겠다” 고 했다.

친하다고 할지언정 남아공에서는 워낙 놀랄 일들이 많이 일어나 마음을 놓을 수가 없었다. 지난 4년간 한번도 부탁한 일이 없었지만 그녀에게 이번만큼은 특별한 부탁을 했다. 눈과 눈을 통해 뭔가 편안한 마음이 들었고 믿음이 생겼다. 사무실로 가서 의논을 해보겠다는 한 마디를 남기고 돌아갔다.

조마조마한 가슴으로 일각(一刻)이 여삼추(如三秋)처럼 끔찍하게 느껴지는 날이었다. 조앤이 오후에 두 명의 경찰과 함께 다시 찾아왔다. 남아공에서는 화재, 강도, 도둑, 뺑소니, 소매치기 모두 경찰에 신고를 해서 케이스 넘버를 받아 두어야 보험이든지, 서류 재발급이든, 모든 증빙자료로 사용할 수 있는 나라이다. 그러고보니 화재신고를 해야 한다는 것도 잊고 있었다. 조앤이 신고를 대신 해주었고 그래서 감식단(鑑識團) 경찰과 함께 온 것이다.

 

그렇게 두어 시간이 지나자 이번엔 보험관련 회사들로부터 보낸 사람들이 찾아 왔다. 다음날도 관련된 사람들이 줄줄이 찾아 왔다. 클린닝파트, 페인팅, 커보드, 일레트릭션(전기) 파트 등등 와서 월요일부터 작업에 착수한다고 한다.

어리둥절해서 물어 보았다. 보수 비용은 얼마가 들어가며, 집주인이 내는 것인지, 세입자가 내는 것인지, 사고 날 때 마다 지불하는 엑세스 피는 누가 내는지….

 

“집 보험은 100% 커버가 되는 보험이고 당신은 한 푼도 내는 것이 없다... 서랍장, 뉴 스토브, 블라인더, 전등… 등 모두 새 것으로 교차해주고 페인팅 작업, 클리닝, 모두 해준다. 엑세스 피가 있지만, 보통 500랜드(8~9만원) 정도이고 이것도 당신이 내는 것이 아니라 주인이 내는 것이다.”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렇다고 보험료가 많이 올라가지도 않는다고 한다. 20~30년을 보험료를 냈는데 이제 처음 혜택을 받는 것이라고 한다. 이래서 보험이 좋긴 좋은가 보다. 보험 홍보 문구에도 있듯이, 좋은 날에는 필요치 않던 우산이지만 비 올 때는 그렇게 소중하고 값진 물건이 된다고 말이다.

 

그날 저녁부터, 그동안 쳐다보지도 않았 두툼한 분량의 임대 계약서를 다시 찾아 읽어 보기 시작했다. 화재에 대한 내용은 아무것도 없었다. 다만 집을 파손했을 때 변상한다는 조약만 있었다.

오히려 이번처럼 보수를 위해 공사하는 동안 다른 곳을 렌탈 할 수 있는 자격이 있고 공사기간 동안 렌트비 역시 주지 않아도 된다고 외국인 친구가 조언했다. 하지만, 집에 모든 살림도 있거니와 굳이 주인과 부동산에 이런 번거로움을 주고 싶지도 않았다.

 

한편으로 공사하는 모습을 눈으로 보고 배우고 싶었다. 전직(前職)은 못속이는지 때론 감독인양 부탁하거나 지시하기도 했다. 외국생활은 매 순간이 공부요, 학습이었다.

친구인 루이즈와 토니, 에이젠트 조앤까지 공통적으로 하는 말들이 있었다. “You are very lucky.(당신은 행운아야)” 하다는 것입니다. 비록 화재는 났지만 불이 저절로 꺼진 것이 기적이었다. 계속 번졌다면, 온 집안이 전소됐을텐데 정말 생각만 해도 끔찍했다. 다행히 내 살림은 냄비 2~3개 정도만 탔고 보험으로 커버되는 주인 것만 피해를 입었다. 커보드 안의 모든 물건들도 전혀 손상되지 않았다.

이번에 알게 되었던 것은, 경비시스템 ADT가 사람만 감지하는 것이 아니라, 연기도 감지를 했다는 것이다. 쉽게 말하면 연기의 움직임을 사람으로 감지한 것이다. 경보시스템이 도둑이나 강도로부터 안전을 지켜 주지만 이 같은 화재 상황도 알람을 울려주니 돈을 지불해도 아깝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 보수공사를 위해 타고온 이들의 차량이 집 앞에 줄지어 있다.

한국인 친구 한 사람은 “만약에 소방차를 불렀다면 더 큰 손해를 입었을 것”이라는 말도 했다. 만약 물부터 홍건히 뿌렸다면 모든 가구가 더럽혀지고 책들도 다 젖고 특히 가전제품은 손해가 더 커졌을지도 모른다고 말이다. 어쨌든 운이 좋았던 것 같다.

내가 사는 집은 이 나라 기준으로 하면 오래 된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30년은 된 집이라..여러가지 설비가 자주 고장났고 서랍장 역시 바꿔야 할 시기였다. 스토브는 네 개 중에서 두 개가 고장난 상태였고 주방의 블라인드도 부주의로 망가뜨려서 새로 사야 할 판이었다.

 

솔직히 그간 살면서 여러 가지 파손이 많이 생겨 이사갈 때 디파짓(보증금)을 하나도 못 받을 것이라고 생각을 했었는데 더 깨끗하고 좋은 것으로 모두 교체를 하게 된 것이다. 공사비가 최소 10만랜드(약 16백만원)로 견적이 나왔다.


집 주인도 어쩌면 돈 들이지 않는 리모델링에 크게 불만이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까지 했다. 새로 세입자가 들어올 때 좋은 조건으로 계약을 할 수 있을테니 말이다.

 

내 일생에서 피하지 못할 화재였다면, 불행중 다행으로 남아공에서 발생했기에 큰 손해없이 처리했고 보험 혜택도 받았다고 할 수 있다. 한국에서 이 같은 변을 당했다면 보험 혜택을 받지 못했을 것이다. 집을 몇 채씩 소유해도 보험 가입하지 않는 가구들이 많으니 말이다. 다세대(多世帶) 주택를 갖고 계신 어머님도 작은 화재로 인한 경험에서 가입을 하게 된 케이스다.

그간 마음 끓인 것을 생각하면 전화위복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불행이 다행으로 반전이 되어 한 시름을 놓았다. 이제는 불이라면 정말 끔찍스러워 꺼진 불도 다시 보는 버릇이 생겼다. 집안 일에 전혀 관심이 없었던 아이들도 이상한 냄새만 맡아도 “엄마, 이 냄새 탄내 아니야?” 라고 민감한 반응을 보인다.

한국의 가족, 그리고 남편도 말만 들었지 화재 정도를 상상 못할 것이다. 이제는 깨끗한 모습만 보여야겠다.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말이다.

<下편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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