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4일 이른 아침 받아본 신문엔 끔찍한 소식이 실려 있었다. 화재로 9명의 가족이 사망하는 참변을 당한 것이었다.
Cape Argus 신문에 대문짝만하게 실린 기사에 따르면 Macassar에 있는 한 주택(36 Dakota Street)에서 새벽 2시에 화재가 발생해 11명의 가족 중 9명이 사망했다. 9명중에는 6명의 아이들이 있었다.
Ivan Langenhoven이라는 남성과 17세 아들 Derico 만 불길 속에서 뛰쳐나오고 나머지는 모두 화마(火魔) 속에 변을 당했다. 이들의 참변이 특히 안타까운 것은 쇠창살 때문에 탈출을 못했다는 것이다.
이웃 주민 Paul Diedericks 씨는 “유리 창문이 깨지는 소리에 일어나 보니 이웃집에서 불이 나고 있었다. 그 집으로 달려갔는데, 엄마는 누워있고 여자아이가 ‘살려주세요, 아저씨’라고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유리창을 부쉈지만 쇠창살(Burgler bars)이 너무나 강했다”고 안타까운 순간을 돌이켰다.
시신을 수습(收拾)한 경찰당국은 사망자가 Melanie(28세)라는 여성과 11세, 9세, 3세, 6개월된 네 명의 아이들과 Langenhoven의 아내와 10세 아들과 2세 아들 등이 9명이라고 밝혔다.
왜 가정집 창문에 쇠창살이 달려 있었는지 궁금할 것이다. 이곳 남아공은 워낙 빈부의 차이가 심하고 생계형 범죄가 많다 보니 점포와 회사건물, 가정집은 물론, 심지어 경찰서와 관공서에 이르기까지 쇠창살(Burglar bars) 설치는 필수다.
빈민가 흑인 마을도 쇠창살을 한 집들이 대부분이다. 도난과 살인 등 강력사건이 빈발하기 때문이다. 사람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 그만 죽음으로 이끈 쇠창살이 된 것이다. 참으로 슬픈 일이 아닐 수 없다. 더구나 아직 엄마 품도 채 벗어나지 못한 아이들 6명이 불에 타 숨졌으니...
‘컬리처’로 불리는 흑인마을은 특히 주택들이 다닥다닥 붙어져 있고 방 한 칸의 공간에 많게는 열명 이상이 거주하기도 한다. 그러다 보니 이런 곳에 아이들만 재우고 부모들은 인근에 따로 사는 경우도 있다.
게다가 마을 진입로가 좁아서 소방차가 진입(進入)하기도 힘들다. 그래서 화재가 발생하면 한 집 뿐만이 아니라 수 십 채가 순식간에 잿더미가 되버린다.
이번 화재사건을 보면서 안타까운 의문이 남는다.
첫째는 Ivan Langen hove와 그의 17세 아들은 왜 동생들을 깨우고 데리고 나가지 않았을까. 급박한 상황이었다 해도 탈출할 시간이 있었다면 한명의 아이라도 구할 수 있지 않았을까.
둘째 그들은 소방차를 기다리는 동안 왜 물이나 모래라도 뿌리며 진화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을까. 그리고 나머지 가족들은 왜 두 사람이 탈출한 문으로 피할 수 없었을까.
셋째, 28세의 딸 Melanie는 왜 그대로 방에 주저앉아 있었는지 그것도 의문이다. 자식을 구하기 위한 엄마의 마음은 필사적으로 무슨 짓이라도 해야 할텐데 어린 딸이 옆집을 향해 구해달라고 소리를 지르는 동안에도 아무런 행동을 취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어떤 부상으로 움직일 수가 없는 상태였을까.
신문을 읽고도 한참 동안 이해가 가지 않아 몇 번을 다시 살펴 보았다. 경찰이 아직 단순화재 사건인지 방화인지 단정을 짓지 않는 것도 이와 같은 이유가 아닐까 싶다.
사실 이번 화재 사건을 의문스럽게 보게 된 동기는 지난해 남아공 전역을 떠들썩하게 만든 영국인 신부 살인사건의 충격때문인지도 모르겠다.
당시 사건은 영국에서 막 결혼식을 치른 신혼부부가 남아공에 허니문을 왔는데 야간에 흑인마을에서 강도를 만나 신부가 살해됐다. 이 사건은 영국과 남아공의 밀접한 관계도 있지만 신혼부부가 피해자여서 한 달 이상 대문짝만하게 다뤄졌다.
하지만 의문이 가는 부분들이 많았다. 왜 현지인들도 무서워하는 흑인마을에 차를 세우고 나왔는지, 이런 류의 사건은 보통 성폭행 살인이 대부분인데 그런 정황(情況)이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결국 경찰 수사결과 남편이 보험금을 노린 청부 살인극이었다는 사실이 밝혀져 큰 충격을 주었다.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고 단순한 화재사건도 예사롭게 보이지 않는게 사실이다. 그러나 가난한 흑인가정에서 보험금을 타기 위한 사기극은 아닐 것이라는 생각도 든다.
신문과 방송을 통해 매일같이 보도되는 강도와 살인사건. 특히 아이들이 피해자가 되는 경우가 적잖은 남아공의 현실에 그들의 삶은 더욱 고달파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