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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주범의 ‘We are America
90년대 초에 이산가족 상봉을 위해 미국에 도미, 현재까지 뉴욕에서 살고있다. 그동안 여타 이민자들처럼 자영업, 회사생활 등으로 일용할 양식을 구하는 한편 94년부터 커뮤니티 단체에서 활동을 시작했다. 민권운동 활동가의 시각으로 본 미국과 한국의 다양한 문제를 다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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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맘대로 뽑은 2013년 10대 현안(사건)

글쓴이 : 차주범 날짜 : 2013-12-31 (화) 22:37:15







1. 이민개혁





희망은 일단 실망으로 귀결됐다. 작년 대선에서 또 한번 공화당이 개발리면서 이민개혁의 불씨는 다시 지펴졌다. 6월에 상원에서 압도적 찬성으로 법안이 통과되었을 때만 하더라도 10년을 넘게 끌어온 싸움의 끝이 보이는듯 했다. 그러나 하원 공화당 지도부 새끼들은 모든 압력을 개무시하며 6개월의 시간을 개긴끝에 결국 이민개혁을 나가리시켰다. 빡치는 사태지만 새해에 다시 판을 돌려야한다. 공화당이 자꾸 이민개혁을 나가리시키면 다음 대선에서 피박을 맞게된다. 걔들도 그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이민개혁은 아직 살아있는 이슈다.





2. 건보개혁





어머나 이러지 마세요. 오바마가 집권 1기에 열나 공들인 건보개혁이 바람앞의 촛불 신세다. 건보개혁은 막상 뚜껑을 열자 엉망진창 시스템으로 가입 희망자들을 뚜껑열리게 하고있다. 덕분에 디폴트 위기를 불러와 여론에게 다구리를 당하던 공화당만 기사회생했다. 그렇게 많은 재정을 들여 준비한 건보개혁이 제대로 작동 안되는 장면은 정부기관의 효용성에 대해 깊은 회의(懷疑)를 불러온다. 건보개혁을 둘러싼 지겨운 공방은 전국민 의료보험이 상식이 되지 못하는 개삼류 복지국가 미국의 한심스런 단면이다.





3. 연방정부 채무 불이행





또 지랄이네. 아마도 연방정부 채무 불이행(디폴트) 위기를 맞은 대다수 미국인들의 심정이지 싶다. 수입적은 가정이 카드 돌려막기와 사채대출 해가며 지출을 감당하는 모양새인 연방정부의 푸닥거리에 미국인들은 짜증내고 있다. 그런데 어쩌랴. 이 문제는 아직 완전히 해결된게 아니라서 논란은 계속된다. 이제 더 이상 경제논리에 기반한 정책토론은 무의미하고 정치적 승부만이 남았다. 민주당이 생각하는 정부지출 확대를 감수한 경기부양 정책의 지속이냐 공화당이 천년만년 떠드는 ‘작은정부’의 실현이냐를 놓고 유권자의 선택이 남았다. 내년 중간선거가 미국인들의 심중을 알아보는 시험대다.





4. 뉴욕시 선거





리버럴의 화려한 귀환인가. 근로가족당(WFP) 출신 블라지오가 얼떨결에 시장으로 당선되고 시의회는 민주당 독판이 더욱 심화됐다. 민주당은 시정부 빅 쓰리(시장, 공익옹호관, 감사원장)에 시의회까지 완전 접수하면서 최소 4년간 시정을 홀로 책임지게 되었다. 이들의 향후 행보엔 기대와 우려가 교차한다. 블라지오는 각종 친서민 공약이행을 호기롭게 장담하지만 문제는 돈이다. 여전한 경기침체로 세입이 충분치 않은 상황에서 자동 지출예산(Year Mark Budget)을 빼면 시장이 재량으로 시의회와 협의해 운용할 수 있는 예산 규모는 전체(약 73억 달러)의 40% (약 25~30억 달러)미만이다. 블라지오는 쥐꼬리만한 돈을 쪼개 배고품에 아우성치는 새끼들을 건사해야 하는 가장의 처지다. 시장 임기는 시작도 안됐지만 그의 해골에서 지진(地震)나는 소리가 벌써 들린다.





5. 만델라



 


 photo by 최경자


 

 

한 시대가 저문다. 최근 몇년간 평화와 인권을 온몸으로 구현하며 많은 사람들에게 영감을 주던 인사들이 앞서거니 뒷서거니 세상을 등졌다. 만델라의 영면(永眠)엔 명암이 뚜렷히 각인되어 있다. 그는 남아프리카의 강고한 인종차별 정책을 철폐시킨 투사지만 동시에 실패한 정치인이기도 하다. 만델라는 정치의 민주화를 이루며 최초의 흑인 대통령에 당선되었지만 그의 집권후 남아프리카의 경제불평등과 사회불안은 더욱 가중됐다. 전 세계가 만델라의 죽음을 애도하는 가운데 그 나라의 대다수 흑인들은 여전히 열악한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 사투중이다. 영웅은 갔고 고통은 남았다.





6. 박근혜




 phoyo by 뉴시스 

 

 

안녕들 하십니까? 어느 대학생의 격정토로에 각계각층 심지어 고딩 애들도 본인들 역시 안녕(安寧)들 못하다고 화답하고 있다. 박근혜 정권 출범 1년 동안 복지공약은 증발(蒸發)했고 정치불안은 깊어졌으며 남북관계는 흐릿한 상태로 남았다. 혹시 내 살림 좀 피게 해 줄까 지푸라기 잡는 심정으로 이명박에게 몰표를 던졌던 서민대중은 박근혜에게도 뒤통수를 얻어맞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권력투쟁용 정당정치엔 능하지만 국정운영엔 예상을 뛰어넘는 무능력을 노출한 박근혜 정권은 지금 하겠다는 일은 안하고 쌩까면서 안하겠다고 맹세한 일은 과격하게 추진하고 있다. 철도와 의료 민영화를 염려하는 한숨이 깊다.





7. 안철수





너 누구냐? 안철수는 정치계에 출사표(出師表)를 던진 순간부터 지금까지 도대체 뭐하자는 영장류인지 누이도 모르고 매부도 모른다. 확신에 가까운 의심인데 아마 본인도 잘 모르지 않을까. 안철수의 복심은 “오빤 내가 왜 화났는지 몰라?”와 함께 한국인들이 죽을때까지 풀지못할 미스터리다. 현재 그가 야심차게 추진하는 안철수 신당의 면모는 이렇다. 이념이 모호하다. 정책지향이 모호하다. 창당 로드맵이 모호하다. 성격이 모호하다. 구성원이 모호하다. 대안세력인지 모호하다. 몇년이나 갈지 모호하다. 안철수의 정체가 모호하다. 안철수의 정치력이 모호하다. 현재 스코어 좆도 아니다.





8. 국가정보원





세금이 썩어문드러졌다. 그러니까 국정원 대선개입 사태는 한심한 댓글로 만인에게 쌍욕세례를 받던 찌질이들이 알고보니 명문대를 졸업하고 극심한 취업전쟁 끝에 국가기관에 정식 직원으로 채용된 나라의 동량(棟梁)이었다는 눈물나는 스토리다. 동네 PC방에서 악다구니를 쓰며 게임에 열중하는 중딩들과 비릿한 눈으로 야동을 감상하던 백수들 틈바구니에서 사발면 씹어가며 ‘국가 중대사’를 처리하고 퇴근하던 그들도 나름 존재의 허망함에 괴로웠으리라. “내가 이럴려구 스펙쌓았나 씨발”이러면서. 국정원은 민주화 추세엔 아랑곳없이 중정과 안기부 시절에서 한 걸음도 나아가지 못했다. 댓글질이 대북 심리전의 일환이라고 강변하던데 그럼 대한민국 국민들은 전부 조선민주주의공화국 소속이라는 거냐?





9. 장성택


 



 



종간나 새끼들 다 죽여버리갔서. 장성택 사태는 조선민주주의민민공화국이 민주주의도 아니고 인민공화국도 아닌 아직 조선 왕조국가에 머물러 있음을 증명했다. 다만 이씨에서 김씨로 왕족이 교체됐을 뿐이다. 최고 지도자의 의중에 따라 사람을 단 며칠만에 대역죄(大逆罪)인(人)을 만들어 죽여버리는 행태는 근대국가의 모습이 아니다. 대한민국은 현 대통령의 아버지가 독재를 일삼던 시절에 가끔 그런 일(인혁당 사건 등)이 발생했다. 장석택 숙청은 김정은 정권의 무자비한 권력을 상징하기도 하지만 한편으론 그의 집권체계가 가상 내부의 적을 걱정해야할 만큼 튼튼하지 못하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10. 인간의 신격화





북쪽은 예전부터 위대한 수령이 범인을 훌쩍 뛰어넘는 초인적 존재임을 마르고 닳도록 홍보해 왔다. 이에 뒤질세라 요샌 남쪽도 가관이다. 남유진 경북 구미 시장 왈: “박정희 전 대통령은 ‘반신반인(半神半人)’으로 하늘이 내렸다는 말밖에 할 말이 없다. 오늘날 성공은 박대통령에서 시작됐다.” –박정희 탄생 96주년 탄신제 축사-. 무슨 아수라 백작도 아니고 두 개의 존재가 한 몸에 통합되었다는 주장이다. 반신반인. 반은 신, 반은 인간이란 뜻이렸다. 그럼 박정희가 환웅이냐? 육영수 아줌마는 곰이겠네? ‘백두혈통’ 김정은은 태백산 환웅과 그 딸에 비견하면 좆밥이네. 윗동네나 아랫동네나 아주 주접이 풍년이다.

 

 

내 대굴빡에 떠 오르는대로 10대 현안(사건)을 정리해보니 온통 우울모드다. 2013년을 빛낸 좋은 소식들도 분명히 있을텐데 나쁜 일을 더 오래, 많이 기억하는 나의 그지같은 습성탓일게다.

 

 

세상은 흐리지만 송구영신(送舊迎新)과 근하신년(謹賀新年)을 전한다. 그 어떤 정치, 사회, 경제, 문화적 사건보다 훨씬 위대한 인간의 삶은 갑오년 새해에도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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