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 파리 : 서울 :   시작페이지로 설정 즐겨찾기 추가하기
 
 
 
꼬리뉴스 l 뉴욕필진 l 미국필진 l 한국필진 l 세계필진 l 사진필진 l Kor-Eng    
 
뉴욕필진
·Obi Lee's NYHOTPOINT (103)
·강우성의 오!필승코리아 (40)
·김경락의 한반도중립화 (14)
·김기화의 Shall we dance (16)
·김성아의 NY 다이어리 (16)
·김은주의 마음의 편지 (45)
·김치김의 그림이 있는 풍경 (107)
·등촌의 사랑방이야기 (173)
·로창현의 뉴욕 편지 (495)
·마라토너 에반엄마 (5)
·백영현의 아리랑별곡 (26)
·부산갈매기 뉴욕을 날다 (9)
·서영민의 재미있는인류학 (42)
·신기장의 세상사는 이야기 (17)
·신재영의 쓴소리 단소리 (13)
·안치용의 시크릿오브코리아 (38)
·앤드류 임의 뒷골목 뉴욕 (34)
·제이V.배의 코리안데이 (22)
·조성모의 Along the Road (48)
·차주범의 ‘We are America (36)
·최윤희의 미국속의 한국인 (15)
·폴김의 한민족 참역사 (289)
·한동신의 사람이 있었네 (37)
·황길재의 길에서 본 세상 (242)
·훈이네의 미국살이 (113)
·韓泰格의 架橋세상 (96)
차주범의 ‘We are America
90년대 초에 이산가족 상봉을 위해 미국에 도미, 현재까지 뉴욕에서 살고있다. 그동안 여타 이민자들처럼 자영업, 회사생활 등으로 일용할 양식을 구하는 한편 94년부터 커뮤니티 단체에서 활동을 시작했다. 민권운동 활동가의 시각으로 본 미국과 한국의 다양한 문제를 다룬다.
총 게시물 36건, 최근 0 건 안내
이전글  다음글  목록 수정 삭제

천국행 티켓인가 판도라의 상자인가

글쓴이 : 차주범 날짜 : 2011-11-29 (화) 06:29:02

분기탱천(憤氣撐天)한 어느 국회의원이 던진 최루탄이 국회의장석을 초토화(焦土化)시켰다. 그리고는 본인도 최루탄 분말을 흠뻑 뒤집어 쓴 채 발언석 단상앞에 처연히 서 있었다. 이를 두고 여당은 ‘자폭’이라 빈정거렸고 그 국회의원의 소속 정당은 안중근 의사까지 들먹이며 매국노를 응징한 ‘의거’라고 칭송했다.

   

그렇게 한미 FTA는 막장 드라마의 모습으로 한국 국회를 통과했다. 미디어법과 예산안 처리 등에서 익히 보아 온 또 한편의 날치기 소동극이다. 자폭과 의거의 차이만큼이나 여당과 야당의 입장차이는 태평양 바다처럼 넓었다. 대통령까지 나서 합의도출의 시늉을 했지만 어차피 될 일이 아니었다. 양쪽의 본심엔 통과와 폐기만이 적힌 선택지만 존재했다. 모아니면 도식의 정치적 운명을 걸고 벌인 싸움판에서 합의가 낄 자리는 애초에 쥐똥만큼도 없었다.

한미 FTA를 둘러싼 한나라당과 민주당을 막론한 한국 정치인들의 추태는 다시 한번 그들이 천한 직종에 종사하고 있음을 증명했다. 허위의 명분을 쌓기위한 고귀한 말을 남발(濫發)하며 욕망을 성취하고자 하는 천박한 행동을 일삼는 정치인 말이다. 정책구현을 위한 수단으로서의 집권이 아니라 집권 자체가 목적이 되어버린, 수단과 목적이 경도(傾倒)된 정치구도에 갇혀 금뱃지를 유지하고 있는 한 그들은 언제나 그런 주접을 연출할 준비가 되어 있다.

정부여당은 국민들에게 한미 FTA 통과의 당위성을 설명하고자 기획재정부의 이름으로 낸 TV광고에서 이렇게 설파했다. “노무현 대통령이 시작한 한미 FTA, 이젠 이명박 대통령이 마무리하겠습니다.”. 이 말이 동원된 전후좌우의 맥락은 치졸하기 그지없지만 말 자체로는 강렬한 진실을 내포하고 있다. 한미 FTA는 전임 노무현 정부가 정권의 사활(死活)을 걸고 강력하게 추진하던 사안이다. 참여정부 잔당들은 노무현의 FTA와 이명박의 FTA는 다르다는 식의 개 풀뜯어 먹는 소리로 응대했다.

그보다 더 어이없는 광경은 황당한 고해성사(告解聖事)다. 정동영과 유시민은 그 때는 한미 FTA가 얼마나 나쁜지 ‘몰랐다’며 뒤늦은 반성문을 제출했다. 왜 이렇게 정치인들은 중요한 국면에선 기억이 안나거나 모르는 것 투성인지 참 특이한 종족들이다. 그들의 말을 액면 그대로 믿기도 힘들거니와 설혹 그들의 입방정에 진실성이 있어도 문제다. 정부여당의 핵심 인사였던 인간들이 한 국가의 운명을 좌지우지할 수도 있는 중차대한 사안에 대해 완전히 무지했다는 자기고백이나 다름없지 않은가.

이런 염치없는 인간들이 대통령이 되겠다고 나섰으니 한국 국민들이 불쌍할 따름이다. 그들은 모른 것이 아니라 무시한 것이었다. ‘삼성 공화국’을 떠받치는 한 축으로서 한미 FTA의 부작용 따윈 그들에게 심각한 고려사항이 아니었다. 그들도 한미FTA교를 신봉하는 열혈신자였다. 만약 이명박이 집권하지 않았으면 그들이야말로 한미 FTA 통과의 주역이 되었을 인종들이다.

여당측 인사들도 꼴사납긴 마찬가지다. 야당시절엔 한미 FTA가 국가의 법률적 주권를 팔아먹는 매국행위라고 핏대를 올렸던 홍준표 대표 역시 그 때는 ‘몰랐다’고 입 싹 닦는 행태(行態)를 보였다. 아무리 말로서 먹고사는 정치인들이지만 절찬리에 상영 중인 사극 속의 세종의 말을 빌리자면 “지랄하게 있네.”다. 노무현식으로 표현하면 “이쯤되면 막가자는 거지요?”다. 이런 한심한 풍경은 결국 한국의 여당이나 야당이나 초록(草綠)이 동색(同色)이라는 진실을 보여줄 뿐이다. 한국선거의 투표율이 괜히 낮은게 아니다.

그러니 한미 FTA의 통과에 직면해 정치인들에게 책임을 묻는 것은 허망하고 부질없는 짓이다. 이제 그들은 당분간 서로 잡아먹을 듯한 냉전무드로 돌입하겠지만 그것도 잠깐이다. 원래 그들의 지고지순한 절대 목표인 정권유지 또는 탈취의 소망을 담아 총선과 대선국면을 향해 잰걸음을 옮길 것이다. 거기에 정치계를 밀어주고 끌어주며 지루박, 차차차, 블루스를 능수능란하게 추는 언론계가 현란한 스탭을 밟으며 분위기 조성에 한 몫 거들 것이다. 여기엔 보수와 진보(라기 보다는 진보를 가장한 보수 2중대)가 따로 없다.

허위의 언어와 행동으로 점철된 정치권의 공방과는 별개로 여전히 한미 FTA의 유용성은 중요한 질문이다. 한미 FTA 는 양국간의 무역에 관한 협정만을 규정한 단순 협약에 그치지 않는다. 그렇다고 경제전반에 영향을 끼치는 사안에만 머물지도 않는다. 한미 FTA는 모든 사람들의 삶에 엄청난 충격을 가할 가능성이 농후한 폭탄의 뇌관(雷管)이다.

나는 한미 FTA가 가져올 정확한 경제적 산출을 계산할 능력이 없다. 이 글을 쓰는 이유는 비전문가 주제인 내가 찬성이냐 반대냐를 주제로 한 마디 보태겠다는 가소로운 짓을 하려는게 아니다. 이미 찬성 또는 반대를 부르짖는 언설(言舌)은 경제정책 입안자들과 학자들에 의해 차고 넘친다. 나는 다만 한미 FTA의 필요성을 역설하는 화려한 언설(言說)에 가려진 진실의 단면을 지적하고자 한다. 수출증대니 일자리 창출이니 하는 숫자의 마술로 표현되는 경제지표가 절대 다 담아내지 못하는 이면(裏面)의 문제를 말하고자 한다.

한미 FTA 통과를 주장하는 쪽의 논리는 한 마디로 집약된다. 바로 ‘국익’이다. 나라의 이익이란 뜻의 이 국익이란 말은 절대선의 주술(呪術)로 한국사회를 지배한다. 국익에 반하는 모든 발언과 행동은 불경죄에 해당한다. 그러나 따지고 보면 국익은 추상과 관념의 언어다. 국익은 경제생산과 무역수지의 총량 등으로 표현될 뿐 개별 인간의 구체적인 삶까지 정확하게 설명하지 못한다.

국민 모두를 골고루 이롭게 한다는 높은 이상은 고조선 건국신화(홍익인간)에나 등장할 뿐 역사속에서 단 한번도 제대로 실현되지 못했다. 굳이 거창한 역사를 들먹이지 않고 한국의 현대사만 보더라도 국익과 모든 개인의 이익이 평등하게 일치하는 경우는 없었다. 박정희 개발독재 시대부터 국가의 경제생산 총량은 가파르게 상승했지만 경제발전의 고비마다 국익을 위해 희생된 계층이 양산됐다.

이들은 처음에 공돌이, 공순이로 불렸다가 지금은 비정규직 노동자로 일컬어지는 사람들이다. 이들에게 부여된 수출역군의 호칭은 허망한 말장난이다. 거기에 아직도 떠나지 못해 고향을 지키고 연명하는 농민들, 도시의 그림자속에 묻혀 연명하는 도시빈민들, 차별과 억압체계에서 발생하는 폭력의 첫 번째 희생자들인 대다수 여성 노동자들. 바로 이들이 지난 수 십년 동안 국익이 증가와 반비례하는 삶의 추락을 경험한 계층들이다. 결국 오늘날 한국사회는 그 어느때 보다 심각한 사회 양극화 현상을 목도(目睹)하고 있다.

국익을 논할 때 국가 경제생산으로 얻어진 이익이 어떻게 분배되느냐는 질문은 언제나 생략되어 왔다. 간단하게 말해 누구를 위한 국익이냐는 것이다. 한미 FTA의 효과로 자동차 수출이 증가한다고 한다. 그런데 그렇게 얻어진 정몽구 회장의 이익과 국민들의 삶의 질 향상은 아무런 상관관계가 없다. 정작 현대자동차는 정당한 몫을 요구하는 노동자들에게 식칼테러까지 가했던 역사를 갖고 있으며 현재도 일부 정규직을 제외한 비정규직과 하청업체 노동자들은 힘겹게 살아가고 있다.

정치권력을 능가하는 제왕의 위치에서 한국사회를 호령하는 삼성이 거둔 천문학적인 이익과 국민들의 삶도 눈꼽만큼의 연관성이 없다. 이건희 회장이 프랑스 휴양지에서 스키 슬로프 한 구획을 통째로 빌려 통 큰 휴가를 즐기려고까지 하는 동안 수출의 총아(寵兒) 삼성 반도체 공장의 노동자들은 백혈병에 걸려 쓰러졌다.

이건희씨는 한국식 경제정책의 최대 수혜자이면서 자식에게 재산을 물려주는 과정에서 엄청난 액수의 탈세까지 저질렀다. 국익과 모든 국민의 이익은 절대 동의어가 아니다. 국익추구의 결과로 얻어진 이익은 지나치게 편중된 분배의 결과로 나타났다.

한미 FTA로 인해 예상되는 최대 피해계층의 하나는 농민이다. 농업을 일정 부분 포기하더라도 다른 산업 분야의 수출증대로 얻어진 이익이 결국 농민을 포함한 모든 계층에게 골고루 퍼진다는 학설은 그간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현행 WTO(세계무역기구)체재 이전의 세계 경제질서를 지배하던 협약인 GATT(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체재 시절부터 한국에서 농업은 애물단지 취급을 받았다.

GATT시절 추진됐던 다자간 무역협정(우루과이 라운드)에서 가장 큰 논란이 된 분야가 바로 농산물협상이다. 당시 한국 농민들은 쌀시장 개장을 예고하는 우루과이 라운드를 사형선고로 받아들이며 반발했다. 한국의 농촌은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농민은 죽어서 빚을 남긴다.”는 말이 여전히 유효한 상태로 악전고투(惡戰苦鬪)하고 있다.

지금 한국 농촌은 산업화 시대를 거치며 사람들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떠난 자리에 노인들만 남아 명맥을 유지하는 민속촌에 다름 아니다. 인간의 숨결이 거세(去勢)된 외양만 존재하는 상태다. 작가이자 언론인인 김훈은 그의 산문에서 이런 한국 농촌의 풍경을 적절하게 묘사했다. “여기는 더 이상 인간의 마을이 아니다. 마야나, 잉카처럼 인간의 유적지이다.”

한국정부는 농민들의 한숨섞인 염려에 간단한 해결책을 제시하고 있다. 농업도 경쟁력을 높이면 된다고 한다. 너무 명쾌한 설명이라 오히려 공허하게 들리는 말씀이시다. 한미 FTA의 긍정적 효과를 강조하는 경제논리가 정교함의 외양을 갖출수록 이면의 진실은 더 무겁게 가슴을 짓누른다. 이제 한미 FTA는 돌이킬 수 없는 현실이 되었다. 한 쪽에선 글로벌리제이션 시대의 불가피한 선택이라 하고 또 한 쪽에선 경제종속을 심화시키는 매국행위라고 분개하는 한미 FTA가 어떤 결과를 초래할 지는 현재로선 가늠하기 힘들다.

향후에 한미 FTA의 성공 여부를 판단할 때 자동차 수출 몇 대, 경제 총생산 증가 비율, 무역수지 총량 등등의 경제지표가 동원될 것이다. 거듭 말하거니와 경제지표는 개별 인간의 삶을 모두 포괄해 설명하지 못한다. 숫자로 표시되는 사실 이면에 자리잡은 진실만이 한미 FTA 성공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리트머스 시험지다. 그 진실은 바로 인간의 삶이다. 한미 FTA의 결과로 모든 한국 국민들의 삶이 골고루 행복해지지 않는다면 한미 FTA는 잘못된 선택의 운명을 벗어나지 못한다.

한미 FTA는 천국행 티켓인가 아니면 판도라의 상자인가. 그 해답은 몇 년 뒤에 경제지표가 아닌 인간의 삶이 증명한다.


이전글  다음글  목록 수정 삭제

뉴스로를말한다 l 뉴스로 주인되기 l뉴스로회원약관  l광고문의 기사제보 : newsroh@gmail.com l제호 : 뉴스로 l발행인 : 延義順 l편집인 : 閔丙玉 l청소년보호책임자 : 閔丙玉
정기간행물 등록번호 : 경기아50133 l창간일 : 2010.06.05. l미국 : 6 Brookside Trail Monroe NY 11950  한국 : 경기 고양시 일산동구 산두로 210 / 전화 : 031)918-1942
뉴스로 세상의 창을 연다! 칼럼을 읽으면 뉴스가 보인다!
Copyright(c) 2010 www.newsroh.com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