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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주범의 ‘We are America
90년대 초에 이산가족 상봉을 위해 미국에 도미, 현재까지 뉴욕에서 살고있다. 그동안 여타 이민자들처럼 자영업, 회사생활 등으로 일용할 양식을 구하는 한편 94년부터 커뮤니티 단체에서 활동을 시작했다. 민권운동 활동가의 시각으로 본 미국과 한국의 다양한 문제를 다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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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없는 '맞고', 미국 선거와 정치

글쓴이 : 차주범 날짜 : 2010-07-16 (금) 13:37:17
 


명절 때면 한국인들에게 특별히 사랑받는 국민게임 고스톱. 성별, 연령, 체급에 상관없이 모두가 같은 경기의 선수로 출전하는 고스톱은 재미있다. 고스톱은 또한 매우 지적인 게임이기도 하다. 단순한 그림 맞추기라 생각하면 오산이다. 고스톱을 인생의 축소판이라 말한 사람도 있다. 그 사람이 나다. 고스톱엔 집념, 음모, 배신, 협력, 반전 등등 인생의 주요 구성요소가 오롯이 담겨 있다.


여기까지는 일반 고스톱에 해당되는 얘기다. 최소 3인에서 최대 6인까지 출전해 광을 판 사람을 뺀 나머지 세 명이 치는 정규 고스톱 말이다. 고스톱에 ‘맞고’란게 있다. 수 년전 부터 인터넷을 중심으로 엄청 떠버린 맞고는 성격이 매우 다른 게임이다. 맞고를 쳐 본 사람은 안다. 이 게임은 정신줄을 반 쯤 놓고 쳐야 한다. 전략이고 나발이고 필요없다. 눈에 보이는 알짜 화투장을 닥치는 대로 마구 걷어와야 한다. 두 명의 맞짱뜨기로 진행되는 맞고는 ‘뻘밭의 게 싸움’이다.

미국 선거와 정치가 바로 이 맞고와 닮았다. 일단 선수 구성. 천년만년 두 명의 선수만 계속 출전한다. 민주당과 공화당이다. 권투로 치면 장내 아나운서 격인 언론이 아무리 떠들어도 관객들은 심드렁하다. 누가 집권하고 있느냐에 따라 홍코너와 청코너만 다를 뿐 선수가 그 밥에 그 나물인 까닭이다.

 

상상해 보라. 세기의 매치인 알리 대 포먼의 경기가 끝없이 반복되는 장면을. 아마 한 세 번째 정도까진 그럭저럭 흥미를 끌 것이다. 하지만 네 번째 부터는 하품이 나온다. 차라리 동네 애들 싸움이 더 볼만하다고 생각할 것이다.

미국 정치는 출법 초기부터 양당 독점체제였다. 양당체제가 그 자체로 비판받을 이유는 없다. 양당제건 다당제건 민의만 정확히 반영되면 그만이다. 민주주의의 최고가치인 민본주의가 실현되면 된다. 문제는 미국의 양당체제는 그렇지 않다는 점이다. 현재 미국의 양당체제는 숱한 문제점을 노정한다. 특히 최근들어 이런 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미국의 양당체제가 가진 결함의 하나는 분별점의 부재다. 민주, 공화 양당의 계급 기반과 정치 지향이 별반 차이가 없다. 물론 지지층에 있어서는 다소 차이를 보인다. 민주당은 아프리칸아메리칸, 이민자, 노조 집단에서 우위를 점한다. 그렇지만 이들 지지층의 핵심 아젠다가 민주당을 통해 그대로 투영되진 않는다. 이 점이 문제다.


아프리칸아메리칸 커뮤니티가 해결을 원하는 최고의 정책 사안은 무엇인가? 빈부격차 해소를 목표로 한 경제정의다. 이민자는? 이민개혁을 비롯한 이민자 권리다. 노조는? 노동자 권리다. 민주당이 이들 이해집단의 중차대한 아젠다를 정치행위에서 대두하고 해결에 전념하는가? 천만의 말씀이다. 지금까지 목격한 바로는 선거에서 ‘우리가 남이가’ 해 놓고 막상 집권하면 입 싹 닭는 행태를 반복했다.


민주당의 화장실 갈 때와 나올 때가 다른 행태에 기존의 지지층은 분노하고 있다. 오는 11월 중간선거에서 이 분노가 결과로 표출될 위험도 상존한다. 분노하지도 못한 채 민주당에 기댈 수 밖에 없는 지지자들은 처지가 매우 옹색하다. 기쁜 마음으로 투표소에 가질 못한다. 막연한 기대로 어쩔 수 없이 민주당에 한 표 던지는 고역을 감내한다. 최선이 아닌 차악을 뽑아야 하는 선거는 짜증이다. 미국 선거가 투표율이 낮은데는 이런 이유도 한 몫 한다고 추론된다.


이런 꿀꿀한 상황의 반복은 대안정당의 부재에서 기인한다. 진보적 아젠다를 바탕으로 두 보수정당을 위협할 만한 대안정당이 없다. 미국에도 각종 군소정당은 존재한다. 보수당, 녹색당, 사회당, 독립당 등이 간판을 내걸고 영업 중이다. 그러나 실상을 들여다 보면 이들 군소정당 들은 거의 개점휴업 상태나 마찬가지다.

정당의 1차 목표는 집권이다. 아니면 최소한 의회진출이다. 그런데 미국정치는 민주, 공화 양당을 제외한 제 3의 정당이 유의미한 의회세력을 형성하기가 불가능한 구조다. 대부분의 군소정당들은 선거에서 허울뿐인 정책연합의 미명하에 민주,공화 양당에 투항해 버린다. 자체 후보를 내세우지 못하고 민주,공화당 후보들에게 지지표명(endorsement)을 한다.

이런 현실이다 보니 투표용지의 후보자 명단을 보면 웃기지도 않는다. 민주, 공화 후보가 지지표명을 받은 각 군소정당의 후보로도 이름이 올라있다. 심할 경우 민주,공화당 후보가 각기 다른 세 개 정당의 후보로 표기되어 있기도 한다. 얼핏 보기에 여러 정당을 대표하려면 후보가 무지 바쁠것 같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군소정당의 지지표명은 페이퍼 상에서만 존재의의를 갖는다.

뉴욕주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일하는가정당(Working Families Party)이 실제 영향력을 갖춘 유일무이한 제 3당이다. 노조,사회 단체를 기반으로 한 이 정당은 뉴욕 지역에서 만만찮은 세를 과시하고 있다. 선거에 출마한 민주당 후보들이 일하는가정당의 지지표명을 받기위해 서로 경쟁하곤 한다. 이런 일하는가정당조차 독자 정치세력화 보다는 민주당과의 연합에 더 치중한다.

미국에서 제 3당이 출현하기 힘든 첫 번째 원인은 불공평하기 짝이 없는 선거제도다. 선거제도만 놓고보면 미국을 민주주의 국가라 하기 힘들다. 아직도 한국에선 미국 선거를 민주주의의 모범사례로 소개하며 뻥을 치곤 한다. 실상을 제대로 모르니 그런 용감한 발언을 태연히 남발하는 것이다.

미국에서 제 3당이 후보를 내세워 당선시킬 확율은 로또당첨에 비견된다. 왜 그런가. 일단 현직에 무지막지하게 유리한 선거법 탓이다. 여기서 기회균등의 법칙따윈 존재하지 않는다. 새로운 인물이 선거에 도전하려면 유권자 서명부터 시작해 선거법이 규정하는 온갖 장애에 부닥친다. 심지어 민주, 공화당의 참신한 후보들도 같은 당의 현직 의원을 제끼고 예비선거에서 당선되기 힘든 실정이다.

이런 구조는 당내 민주주의의 실현을 가로막는 폐해를 불러온다. 개혁 성향을 가진 참신한 후보들의 정치진출이 원천 봉쇄된다. 대신에 로열티로 표현되는 충성경쟁으로 권력자의 낙점을 받아야 정치적 출세를 보장받는다. 보스에 충성경쟁하고 음모가 난무하는 조폭세계와 다름없다.

미국 선거제도의 치명적인 문제는 비례대표제의 부재다. 미국은 각급 선거에서 뽑는 선출직 공직자를 전부 지역구 선거로 결판낸다. 현직에 절대 유리한 선거법이 규정하는 지역선거로만 의원을 선출해 의회를 구성하는 것이다. 비례대표제는 왠만한 민주주의 국가는 모두가 보유한 합리적인 제도다. 정치후진국 한국조차도 비록 제한된 수준이나마 비례대표제를 운영하고 있다.

비례대표제 없인 대안 정치세력의 의회진출이 힘들다. 예를 들어보자. 어느 한 정당 후보들이 선거에 출마해 평균 30%가량의 득표를 했다고 치자. 그럼에도 지역구 선거에서 한 명의 당선자도 내지 못하면 말짱 꽝이다. 30%의 지지를 획득한 정당이 의회에서 한 석도 보유하지 못한 정치결사체에 머무른다. 아울러 이 정당의 후보들을 지지했던 30%에 달하는 유권자의 의견은 의사진행에서 배제된다. 최소한의 소수의견까지 취합하는 것이 민주주의 정신이다. 미국의 선거제도는 그야말로 승자 독식주의(Winner Takes all) 그 자체다.

 

비례대표제의 모범은 독일식 모델이다. 독일은 지역구와 비례대표 당선자의 비율이 정확히 1:1이다. 독일은 정당별 득표율에 맞게 일단 의석을 나눈다. 그후 지역구 당선 의원이 초과될 경우 초과의석으로 인정하고, 모자라면 비례의원으로 채우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이 방식으로는 비록 지역구 당선자를 적게 배출해도 정당득표율에 따라 제 1당이 될 수도 있다. 게다가 지역구 당선자가 한 명도 없이 역시 정당득표율에 근거해 의석을 배정받는다. 이것이 바로 민주주의다. 독일에서 녹색당 등이 활발하게 의정활동을 하고 때론 연립정부에도 참여하는 비결이 여기에 있다.


독일같은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는 정치의 순기능을 창출한다. 서민, 여성, 이민자, 유색 인종 등 사회적 약자들의 이해를 대변하는 정당의 존재를 담보한다. 정치의 균형발전을 위해서도 미국에 꼭 필요한 제도이다. 어떤 사람들은 다당제가 양당제에 비해 의사진행 절차가 복잡하다고 우려한다. 이놈 저놈 다 끼어들어 정책 논의과정 자체를 개판으로 만들지 않을까하는 염려다.

이는 단순한 생각이다. 양당제인 미국에서 지금 벌어지고 있는 꼬라지야 말로 완전히 개판 5분 후다. 오바마 정권 아니 이전의 부시 시절부터 미국정치는 극심한 당파싸움의 형태로 변한지 오래다. 미국의 미래가 아닌 자당의 미래만 걱정하는 정치행위로 점철되어 있다. 상대방의 말은 콩으로 메주를 쑨대도 무시한다. 오로지 반대만을 주둥이에 달고 산다.

공화당의 태도는 오바마 행정부가 하는 일은 다 안된다는 초지일관이다. 민주당도 초록이 동색이다. 국민 전체를 상대하는 통 큰 정치를 포기하고 공화당과의 투쟁에만 골몰한다. 그래놓고 선거에 임박해서는 민주,공화당이 서로를 비난하며 책임을 전가한다. 두 놈 다 다음 선거에서 최대 공약수의 지지를 얻기위한 꼼수만 생각한다. 여기서 전략은 오로지 상대방 까대기다. 가히 막장드라마의 모습이다. 조선시대에 보약과 색깔이 같은 약물을 서로 권하며 죽기살기로 당파싸움을 벌이던 벼슬아치들도 놀랄 정도의 수준이다.

이 대목에서 고스톱을 한번 더 인용하자. 맞고엔 없고 정규 고스톱엔 있는 ‘쇼당’이라는 독특한 규칙이 있다. 쇼당은 ‘Show Down’의 일본식 용어로 짐작된다. 두 명의 선수가 누가 먼저 이길지 우열을 가리기 힘든 상황에서 제 3자가 유용하게 사용하는 규칙이 쇼당이다. 만약 제 3가 다른 두 명의 선수에게 필요한 화투장을 모두 보유하고 있다면 쇼당을 부를 수 있다. 이 경우 쇼당을 수용하는 선수의 화투장을 내주고 제 3자는 판돈을 지불할 필요가 없다. 아니면 둘 다 쇼당을 수용해 아무도 승자가 없는 상태로 판이 마감되고 다시 시작할 수도 있다. 전문용어로 나가리다.

쇼당을 정치로 치환하면 ‘캐스팅 보트’쯤 되겠다. 캐스팅 보트의 역할은 흥미롭다. 양쪽이 팽팽하게 균형을 이룰 때 한 쪽에 힘을 실어주어 논의를 종결한다. 때론 자신의 의견을 끝까지 고수해 최대한 반영시킬 수도 있다. 이런 시나리오라면 캐스팅 보트를 쥔 제 3당의 존재가 오히려 도움이 될 수도 있다. 오로지 대립만으로 점철된 양당체재는 정치혐오증과 피로만을 불러온다.

지금까지 나열한 문제가 해결되려면 제도가 바뀌어야 한다. 민주당과 공화당이 자신들의 기득권을 축소할 제도개혁를 찬성할 확율은 물론 없다. 따라서 진정 미국의 정치개혁을 원한다면 선거법부터 바꾸는 제도개혁 캠페인이 우선이다. 이에 덧붙여 개혁을 가능하게 할 과감한 사고와 행동이 필요하다.

두 가지 방식이 있다. 하나는 선수교체로 경기의 흐름을 바꾸는 것이다. 참신한 후보를 내세워 맘에 들지 않는 현직 정치인을 예비선거에서 보내버리는 단기전술이다. 골통 보수주의자들의 집합체인 이른바 ‘티 파티’가 이 종목의 선두주자다. 그 보다 화끈한 방법도 있다. 아예 팀을 새로 창단해 경기에 출전시키는 섹시한 장기전략이다. 대안정당 키우기 운동이다. 첫 번째 방안에 비해 고비용과 오랜 노력이 요구되는 방법이다. 반면에 비용대비 효과만점의 결과를 도출할 기회도 생긴다. 사회변화를 근본부터 추동할 수 있다.


선거 때마다 계륵에 불과한 양당에 몰빵해 봤자 돌아오는건 허탈감일 때가 많다. 주식회사 민주,공화당이 공약이랍시고 발부한 증권이 휴지쪼가리로 전락해 투자자들을 열받게 하는 일도 부지기수다. 의료개혁이 애초에 생각한 방식이 아니어서 고혈압 증세를 호소하는 시민들, 이민개혁이 지지부진해 심근경색에 걸려 고통받는 이민자들, 금융개혁을 기조로 한 경제개혁의 약발이 신통찮아 중풍걸린 사람처럼 경직된 서민들. 이 모든 사람들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바로 미국정치의 근본을 바꾸는 상상력이다.

보통 사람들이 양당정치의 덫을 벗어나 새로운 정치적 꿈을 꾸기 시작해야 미국정치는 개혁된다. 프랑스의 68세대는 이렇게 말했다. “상상력은 힘이다.” 담대한 상상력이 세상을 바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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