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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주범의 ‘We are America
90년대 초에 이산가족 상봉을 위해 미국에 도미, 현재까지 뉴욕에서 살고있다. 그동안 여타 이민자들처럼 자영업, 회사생활 등으로 일용할 양식을 구하는 한편 94년부터 커뮤니티 단체에서 활동을 시작했다. 민권운동 활동가의 시각으로 본 미국과 한국의 다양한 문제를 다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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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디를 보내고 ‘나의 일기’

글쓴이 : 차주범 날짜 : 2012-11-01 (목) 01:06:54

 

2012년 10월 29일

 

그녀가 어젯밤에 나의 창문을 세차게 두드릴 때 살벌했다.

폭풍 때문에 집이 흔들릴 수 있는 사실을 처음 느꼈다.

그녀는 가까이 하기엔 너무 까칠한 여자였다.

 

 

농심과 함께 견딘 하루였다.

아침에 사발면, 점심에 짜파게티, 저녁에 너구리.

농심이 없었으면 나의 삶은 무척 외로웠으리라.

 

별일 없었겠지만 혹시 몰라 사무실에 나와봤다.

집에서부터 온 몸으로 바람을 맞으며 걸어왔다.

우리 고장 플러싱은 아직 고요하다.

 

태풍과 허리케인은 일부러 여자 이름을 짓는다고 한다.

덜 거칠고 부드럽길 바라는 의도해서 그리한다.

이 무슨 같잖은 민간신앙이냐. 거친 여자한테 안 당해봐서 그렇다.

 

미국 텔레비젼은 하루종일 폭풍소식을 전한다.

한결같이 어디가 얼마나 작살났는지 전하느라 바쁘다.

센세이셜널한 사건을 일용할 양식으로 삼는 미디어의 본색이다.

 

미국은 땅덩이가 넓다보니 자연재해도 가지가지다.

서부는 지진, 중부는 토네이도, 동부는 허리케인.

그 뿐이냐 남부는 폭염, 북부는 폭설. 아주 난리도 풍년이다.

 

자연재해가 발생할 때마다 미국의 본질이 드러난다.

너무나 허접한 사회간접자본의 실태가 가감없이 보여진다.

밖으로는 슈퍼파워 안으로는 허허실실인 그지같은 나라.

 

꼬박 36시간을 집에 갇혀있으며 돌아버리는 줄 알았다.

인간이 얼마나 나약한 존재인지 새삼 깨달았다.

내일은 정상출근이 가능할지 모르겠다. 그만 집에 있고 싶다.

 

 

 

2012년 10월 28일

 

 

폭풍전야..

 

아무래도 내일 밖으로 기어 나오는건 무리이지 싶다.

집구석에 쥐새끼가 먹고 뒤질 쌀 한톨도 없는 싱글남인 주제라 마켓에 다녀왔다.

폭풍도 짱나는데 하루종일 굶고 있으면 너무 서글프잖아 씨봉.

 

만약의 사태를 대비해 엄청나게 장을 보았다.

 

짜파게티 2봉지

마른 오징어 1봉지

땅콩 1봉지

맥주 대병으로 2병

생막걸리 1병

스타벅스 병커피 2병

삶은 옥수수 2개

계란 6개

 

누가보면 착한 여자랑 살림차린지 알겠다.

최근들어 수퍼에서 이렇게 많은 물건을 사 본 기억이 없다.

 

이제 허리케인 할아버지가 와도 두렵지 않다.

전국민의 영양식사 짜파게티(무려 2개) 끓여 처먹다가

중간중간에 옥수수 좀 씹어주고

그래도 배고프면 삶은 계란 몇 개 흡입하면 된다.

그리고 처연히 내리는 비를 보며 맥주와 오징어 땅콩.

탄수화물부터 단백질까지 환상의 라인업이다.

내일은 하루종일 처묵처묵.

 

근데 지하철이랑 버스는 왜 벌써 끊기고 지랄이야.

이런 때일수록 시민들을 최후의 순간까지 퍼 날라야지.

도대체가 여기 공무원 새끼들은 봉사정신이 없어 씨봉.

 

 

2012년 10월 27일

 

오욕의 역사를 만든 주체..

 

팰팍 위안부 기림비가 '말뚝테러'를 당했다.

극일의 목소리가 하늘을 찌른다.

일본’놈’들을 향한 분노가 정점을 향한다.

 

 

개념의 혼동은 흔히 벌어지는 오류다.

감정이 앞서면 전후좌우의 맥락을 놓친다.

일본을 통째로 비난하는 태도는 명백한 잘못이다.

 

일본도 다양한 개인으로 구성된 국가다.

말뚝테러를 감행한 자들은 극우 또라이들이다.

일본인 중엔 과거의 과오를 인정하는 양심세력도 있다.

 

한일전 축구 응원전같은 행동방식은 미욱한 자세다.

일본과 일본인을 싸잡아 증오할 순 없다.

비난의 진짜 표적은 일본 극우 제국주의자들이다.

 

일본 제국주의의 피해자는 비단 한국인만이 아니다.

일본의 보통 사람들도 전쟁에 동원되어 희생됐다.

분별력을 발휘해야 잘못의 본질이 파악된다.

 

일본 제국주의자들은 비난받아 마땅하다.

그들은 황국의 영광따위에 아직 목매며 난동을 부린다.

천황의 군대가 저지른 ‘살인의 추억’에 사로잡혀 있다.

 

그렇다면 오늘의 모든 사태가 그들로부터만 비롯된 것인가.

일본 제국주의 못지않게 비난받아야 되는 놈들이 있다.

한국 현대사를 오욕(汚辱)의 역사로 만든 역대 위정자들이다.

 

일본 제국주의자와 한국의 위정자들은 이란성 쌍생아다.

대한민국은 식민지 역사 청산에서 완전히 실패했다.

오늘의 사태를 놓고 일본에게만 뭐라하기 힘든 이유다.

 

이승만은 친일파들에게 면죄부를 발부했다.

자신의 권력기반을 다지기 위해 그들을 등용했다.

친일파들은 해방후 기득권 세력으로 굳건히 살아남았다.

 

박정희는 일제 관동군 소속 다카키 마사오 중위였다.

쿠데타 후 푼돈 몇 푼(차관)과 민족의 존엄성을 엿바꿔 먹었다.

궁정동 안가 술자리에서 일본 군가를 부르던 인간 말종이다.

 

이후의 위정자들도 역사를 제대로 세우지 못했다.

위안부 할머니들의 고통을 한국정부는 철저히 무시했다.

한줌의 생존자들은 지금도 눈물의 수요집회를 진행 중이다.

 

극일을 부르짖기 전에 우리를 먼저 돌아보라.

오욕의 역사를 만든 주체는 우리 안에도 있다.

자기성찰이 결여된 반일은 지양해야 한다.

 

2012년 10월 25일

 

대통령 아들 또 검찰 출석..

 

결국 이명박의 아들도 검찰(특검)에 출석했다.

임기 말년마다 되풀이되는 푸닥거리다.

역대 대통령의 아들들은 거의 예외가 없었다.

검찰청 포토라인에서 전 국민에게 몽타쥬를 알렸다.

 

 


 

이명박의 아들은 다소 황당한 경우다.

이전 대통령 아들들은 본인이 부정의 주체였다.

아버지 빽믿고 월권행위를 저질렀던 사건들이다.

그들은 봉건시대 황태자의 흉내를 냈었다.

 

 

이시형은 이명박 때문에 저러고 있다.

내곡동 사저 사건은 무지 단순한 경제범죄다.

특검이니 어쩌니 요란을 떨 이유가 없다.

한국 정치권은 늘 쉬운 일을 어렵게 만든다.

 

 

내곡동 사저 사건은 한 마디로 정리된다.

“현직 대통령이 부동산 투기했다.” 이다.

특검팀은 번뇌에 휩싸여 있다.

명징한 사실을 복잡한 의혹처럼 다루고 있다.

 

이시형도 죄가 없지는 않다.

아버지의 부정을 알고도 가담한 죄다.

불법증여의 수혜자로 이재용과 비슷한 죄질이다.

부의 탈법 세습(世襲)은 대한민국 가진자들의 절대 사명이다.

 

이명박은 너무너무너무 솔직한 중생이다.

돈을 향한 욕망과 집착을 절대 숨기지 않는다.

BBK를 설립했다고 자랑하던 동영상이 떠 오른다.

그는 정말 돈을 사랑한다.

 

퇴임후 거처할 사저(私邸)를 투기의 도구로 이용했다.

현직 대통령으로 쉽지 않은 행동이다.

그 정도 위치에선 쪽팔려서라도 그렇게 못한다.

이명박의 놀라운 정신력은 부자가 된 비결이다.

 

 


 

 

이시형 너 참 많이 컸다.

네 아버지가 서울시장이던 시절이 생각난다.

히딩크옆에서 순진하게 웃던 소년이 너였지?

어느덧 늠름하게 자라 이젠 패밀리 비지니스(부정)에도 가담하는구나.

 

아비를 대통령으로 둔 아들의 숙명이다.

면책특권없는 네가 고생해야지 어쩌겠나.

“젊어서 고생은 돈을 주고 사서도 한다”

청년실업 문제에 대해 네 아버지가 한 말이다.

 

 


 

 

2012년 10월 23일

 

 

대선은 스포츠 게임이 아니다..

 

미 대선 TV 토론이 종결됐다.

후보들간에 말로써 치열한 난타전을 벌이는 쇼다.

시민들은 알리와 프레이저 권투경기 관람하듯이 후보토론을 지켜본다.

 

1회전에서 롬니에게 강펀치를 맞은 오바마가

2회전에서 카운터 펀지를 날리고

3회전에서 마무리 펀치를 적중해 판정승을 거두었다는게 대게의 관전평이다.

 

토론회가 끝날 때마다 미 주요 언론은 일제히 여론조사를 실시한다.

누가 토론회를 잘 했느냐는 질문을 시민들에게 던진다.

정말 쓰잘데기없는 질문이다.

이 질문은 수정돼야 한다.

누구의 정책이 더 옳다고 생각하냐는 질문이어야 한다.

토론은 누가 이겼는가의 문제가 아니라 누가 옳은가의 문제다.

 

 

중요한건 토론의 ‘기술’이 아니다.

토론의 ‘내용’이 진짜 핵심이다.

텔레비젼은 정말 바보상자다.

 

 

지금 미국에 필요한 대통령은 말을 잘하는 후보가 아니다.

국정을 옳은 방향으로 이끌 후보다.

전에없는 위기상황을 올바른 방향으로 돌파할 후보가 필요하다.

 

미디어가 주도하는 토론 게임은 한계가 뻔하다.

결코 후보의 자질을 전부 설명하지 못한다.

선거를 싸움의 기술에 촛점을 맞추는 행태가 반복되고 있다.

 

선관위가 선거운동에도 적극 개입해

폭 넓은 정보를 유권자에게 제공하는

‘선거 공영제’가 부재한 미국적 풍경이다.

 

선거 시스템만 놓고 보면 이 나라는 정말 한심하다.

민주주의 국가가 맞는지 심각한 의문이 든다.

미국선거를 민주주의의 모범으로 약을 파는 놈들도 한심하다.

 

이미지가 좌우하는 미국 최대의 정치쇼는 오늘도 계속된다.

추가로 떠 오르는 질문 한 가지

미디어는 대체 무엇을 보여주기 위해 존재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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