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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피라냐’와 진짜 피라냐

글쓴이 : 날짜 : 2010-11-23 (화) 05:16:07

 

얼마전에 새로 개봉한 영화 ‘피라냐’를 봤는데 그간 물고기를 소재로 삼아온 영화들이 많았지만 유독 시비걸 내용들이 눈에 띄어 이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도 재밌을 것 같다. 이런 류의 대표격인 ‘죠스’부터 ‘딥블루씨’ ‘니모를 찾아서’, ‘샤크’ 등 이 있는데 대부분 어류를 매우 흉폭(胸幅)하게 묘사한 공포영화나 의인화 시킨 아동용 영화들이다. 쉬리는 아무 상관없다.

 

이번에 감상한 ‘피라냐’ 역시 등장 어종을 매우 흉폭하게 그렸는데 보는 내내 고어(Gore) 영화인가 싶을 정도로 잔인함에 혀를 내둘렀다. 스토리나 영화 자체의 수준 보다도 얼마나 등장 어종을 잘 묘사했는지에 초점을 맞추게 되는데 이번 ‘피라냐’는 10점 만점에 5점 쯤 이다.

 

www.wikipedia.com

우선 주인공인 피라냐를 살펴보면 카라신과의 학명은 'Serrasalmus nattereri', 흔히 통칭 Piranha로 불리며 원주민 말로 이빨이 있는 물고기라는 뜻이다. 서식지는 남아메리카의 아마존강과 오리노코강으로 영화에 나온 녀석들은 이 현생 피라냐의 200만년전 조상들이다.

 

www.wikipedia.com 

말 없는 화석으로만 남은 물고기를 주인공으로 택한 영화인들에게 증거 없이 잘못 묘사했다고 우길 수도 없는 노릇이지만 현재의 후손들과 일반적 어류 특성으로 봤을 때 그 정도로 무지막지하게 흉폭스럽지는 않을 것이다.

우선 식인물고기라며 공포의 대상으로 상상되는 피라냐는 상당히 겁이 많다. 정확히 말하면 주변 환경에 매우 예민하다. 때는 고등학교 시절로 돌아가는데 당시 어렵게 레드 피라냐 4마리를 구입해 키울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사람의 뼈만 남긴다는 유명한 피라냐의 흉폭성을 눈 앞에서 늘 볼수 있을거란 기대감이 가득 했지만 실재로 이들은 수조에 입수 후 5일간 아무것도 먹지 않았다.

새로 들어간 수조 환경이 낯설어 구석에만 가만히 있는 것을 보고 보다 정확한 자료들을 찾기 시작했고 이들이 매우 예민한 성격의 소유자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안정시키기 위해 수초(水草)들을 부랴부랴 심어서 숨고 놀만한 장소를 마련해 주고 조명과 수질에도 신경을 써주자 드디어 활기차게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먹이로는 금붕어를 가끔 주었는데 물론 게걸스럽게 달려들어 먹기는 하지만 뭐랄까... 감동없는 사냥이라고 해야 하나? 키우다보니 생각보다 사납지도 않고 별 재미가 없어지자 아로와나와 같은 큰 물고기를 합사해서 키웠는데 오히려 매번 놀라며 도망가는 쪽은 피라냐들이었다.

물론 그들의 성격이 순하다고 하는 것은 아니다. 짧고 단단한 몸과 날카로운 이빨 등 형태로 보면 피라냐는 분명 능률적인 사냥꾼이고 군집(群集)해서 숫자로 밀어붙이기에 마릿 수가 늘어나면 막강하겠지만 이들이 전투력을 충분히 발휘하려면 여러 조건이 맞아야한다.

영화 ‘피라냐’에서는 강 바닥의 고립된 장소에서 200만년간 지내다가 지진으로 해방되면서 갑자기 인간과 공존하게 되는데 200만년간 뭘 먹고 살았냐 같은 질문은 하지 않더라도 고립된 환경에서 현재의 강으로 들어온 상황은 이들에겐 자연재앙 수준의 환경변화이다. 200만년간 암흑속에서 살다가 빛의 세계로 나왔을뿐만 아니라 양 쪽간 수질 차이가 매우 크기 때문인데 약간의 수질 변화로도 물고기는 떼죽음 한다

게다가 이들은 지진으로 인해 생성된 소용돌이를 뚫고 올라오자마자 낚시꾼 한명을 먹어치우는데 가정에서 물고기를 키우시는 분들은 실수로 어항을 퉁! 치면 물고기들이 얼마나 놀라는지 잘 알 것이다. 하물며 지진에 소용돌이까지...용(龍)의 승천(昇天)이 따로 없다.

 

또한 영화 초반 생포한 피라냐 한 마리를 두고 관찰하는데 잡아오는 내내 좁은 양철통속에서 요동치며 난리다. 어항속에서는 마구 헤엄치다가 사람들을 희번뜩이며 눈알을 굴리며 쳐다보는데 물고기는 변온동물(變溫動物)이다.

제 아무리 스태미나 좋은 놈이라도 변온동물인 물고기가 쉬지도 않고 그렇게 난리 치기 힘들다. 물론 청새치 같은 고기는 130km까지 아주 빠르게 헤엄치기는 하지만 먹이를 쫒는 순간속도이다.

 

다음으로 먹이반응인데 사육사가 가장 신경쓰는 부분이자 물고기 컨디션의 바로미터로 생존에 필요한 모든 조건이 맞을 때 먹이 반응이 가장 활발하다. 피라냐의 먹이반응에 관해서는 몇 번의 연구가 있었는데 환경적 요건을 제외한 조건은 첫째 진동, 둘째 피냄새, 세째 군집이다.

피라냐에 관심이 있었던 분들은 진동과 군집 조건에 다소 의아하실 것이다. 피라냐의 사냥과정을 보면

1. 사냥감이 될 목표의 격한 움직임을 파악해 위치 확인(진동)

2. 위치를 파악한 한 마리 피라냐의 공격으로 상처를 내고 피냄새가 퍼짐으로 무리 전체에

사냥중임을 알림(피냄새)

3. 무리 전체가 사냥을 시작. 순식간에 목표는 무력화 됨(군집)

1번에서 옆줄이라는 부위로 갑자기 놀랜 물고기의 지느러미나 물에 빠진 새 혹은 포유류(인간을 포함)의 격한 움직임을 진동으로 느끼는데 피라냐가 다른 어떤 것보다도 발달된 감각이다.

수백~수천마리의 군영(群泳)하는 피라냐 중 어느 한 마리가 진동을 느끼고 공격을 시작하면 날카로운 이빨에 사냥감에 상처가 나고 이 피냄새가 퍼져 무리 전체에 자신이 사냥중임을 알린다.

이제 피라냐의 전투력중 가장 무서운 부분이 발휘되는 순간이다. 한두번의 공격에서야 얼마든지 사냥감은 달아날 수 있겠지만 무리 전체가 공격을 시작하면 소나 말과 같은 큰 동물도 오래 지나지 않아 숨이 끊어진다.

쓰고보니 오해 말아달라 한건데 뭔가 더 무서운 것 같다. 어쨌거나 영화의 엔딩을 장식하는 장면인 점프해서 보트위의 사람을 덮치는 일 같은건 없다는 것이다.

 

B급 호러영화를 좋아하는 나로서는 이번 영화가 반갑기는 했는데 저 정도 묘사는 좀 더 사실적으로 해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아니, 사실적으로 하면 다큐멘터리가 되니 무리인가...?


h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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