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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갈매기 뉴욕을 날다
부산대학교 환경대학원 환경공학과 졸업, 부산광역시청에서 24년간 전기기술자로 근무하다 2006년 2월 사무관으로 명예퇴직, 50세의 나이에 아내와 두 딸을 데리고 연고자 하나 없는 먼 이국땅, 미국에서 새로운 도전과 모험은 시작된다. "내 생의 화려하고 찬란했던 1막1장을 끝내고, 화려하지도 아름답지도 않지만 1막2장에서 땀과 눈물과 감동의 에너지를 쏟아 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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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혹한 미국의 직장문화(下) 한국인 Y씨의 해고

글쓴이 : 부산갈매기 날짜 : 2011-04-21 (목) 00:09:18
 
 



오전 8시 20분쯤 되자 HR(Human Resource: 人事部署) 직원이 출근했다. HR 직원은 우리 사무실 소속이 아닐뿐더러 상주하는 것이 아니라 미국 동부에 있는 여러 개의 지사를 관장(管掌)하며 신규직원(新規職員)을 채용하거나 기존직원(旣存職員)퇴직 시에 인터뷰를 위해서 출근하며, 연말 정기 업무실적 평가기간에 출근하기도 한다.



지사장 J씨는 영국지사와 우리 회사를 겸직 관리하고 있는데 2주는 영국에서 근무하고 1주는 미국에서 근무하고 있다. 이번 주는 미국에 근무하는 주기인지라 이미 출근해 있었다.



8시 30분쯤 되자 2번째 관리자로 있는 V씨가 한국인으로 Electrical Engineer Manager로 있는 Y씨를 불렀다. Y씨가 V씨 사무실로 들어가자 사무실 문이 닫기고 10분쯤 지나자 높은 언성이 들렸는데 무슨 말인지는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그리고 5분쯤 지나자 V씨 옆방에 있는 P씨가 우리 팀으로 급하게 왔다. 그리고는 V씨 방에서 흘러나오는 소리를 들었는데 분명한건 아니지만 아마도 한국인 Y씨가 해고당하는 것 같다는 내용을 전했다.

 

모두들 너무도 놀랐다. 작년 하반기부터 회사 사정이 별로 좋지도 않고 신규 사업도 수주하지 못하여 모든 직원들이 걱정을 하고는 있었지만 이렇게 빨리 현실로 돌아올 줄은 몰랐다. 몇 주 전 점심시간때 회사 인근 공원을 산책하면서 잠시 Y씨와 대화를 나눈 적이 있는데 자기 팀에서도 직원감축(職員減縮)을 걱정하고 있으며 아마도 우선 희생자(犧牲者)는 최근 입사 순으로 진행될 것 같으며 그렇다면 자기 부하직원으로 있는 Colombia 출신 전기기술자가 될 것이라고 했다.



9시쯤 되자 V씨와 Y씨가 나왔다. Y씨 얼굴을 얼른 살펴봤는데 벌겋게 상기되어 몹시 화가 난 상태였고 V씨 또한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Y씨는 나오자마자 자기 책상으로 가서 짐을 꾸리기 시작했으며 V씨는 짐꾸리는 작업을 쭈욱 감시하고 있었다. 사무실은 찬물을 끼얹은듯 조용했다. 모두들 작업에 열중하는 듯 보였으나 온통 관심은 Y씨 쪽을 향했고 나 역시 너무도 큰 충격에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20분쯤이 지났을까 두 사람이 밖으로 나갔다. V씨는 Y씨의 짐을 도와주고 있었던 것이었다. 순식간에 모든 것이 정리되고 끝나버렸다. 누구와도 작별의 인사를 나누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는 분위기였다. 난 재빨리 사무실 출입문이 아닌 현장 출입문을 통하여 몸을 감춘 채 주차장의 분위기를 주시했다. V씨는 들고 나온 짐박스를 Y씨 자동차에 싣고는 간단한 인사를 나눈 뒤 사무실 쪽으로 돌아갔다.



Y씨가 회사 주차장을 빠져 나갈 무렵 난 손을 흔들면서 Y씨 자동차를 향해 달려갔다. 얼른 Y씨 옆 좌석에 올라타자 “잠깐 얘기할 수 있겠느냐”고 묻는다. 회사주변 한적한 공원으로 가는 동안 Y씨는 날 더러 “누가 볼 수 없도록 몸을 낮추라”고 했다. 이 상황에 굳이 나한테까지 불이익을 주지 않겠다는 의도였던 것이다.



Y씨가 공원 옆에 주차를 하고서는 긴 한숨을 몰아쉬었다. “무슨 일이냐”고 물었다. 최근 들어 회사 상황이 좋지 않아서 제일 먼저 자기가 희생된 것이라고 했다. 물론 본인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었고 자기 밑에 있는 신참 직원을 늘 걱정해 오던 참이었다고 했다. 회사에서 2개월간의 Severance Pay(회사에서 해고하는 직원에게 일정기간 지급하는 급여)를 받으니 그동안 새 직업을 구할 것이라고 했다.



이민 온 지 23년이 넘었고 그동안 경험이 있으니 새 직업을 구하는데 별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고 했지만 난 내심 현재의 미국 경제사정으로 과연 쉽게 직업을 구할 수 있을까 걱정이 되었다. 긴 대화를  나눌 상황도 아니고 정작 뭐라 위로할 말도 생각이 나질 않아서 그냥 점심시간 때 전화연락 할 테니 술 한 잔 하면서 자세한 이야기를 하자며 행운을 빈다는 작별인사로 헤어졌다. 



사무실에 돌아오자 모두들 수근 거렸다. 첫째는 회사사정이 좋지 않아서이고 둘째는 그동안 본인에게 너무 많은 문제점이 있었다는 게 직원 대부분의 공통된 의견이었다. 난 여러 직원들에게 이것이 미국의 직장문화냐고 볼멘 목소리를 물었더니 모두들 그렇다고 대답하며 어떤 회사에서는 경찰입회하에 개인의 짐꾸리는 작업을 감시한다고도 했다.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직장문화이다.



9시 30분이 되자 V씨로부터 이메일이 왔다. 10시에 사무실 직원들 대상으로 회의소집 안내였다. 모두들 긴장된 표정으로 회의에 참석했고 V씨가 무슨 말을 할지 두려워하고 있었다. 최근 들어 회사사정이 좋지 않고 신규 사업을 수주하지 못하여 1차로 Y씨가 Lay-Off 되었고 조만간 1명이 더 Lay-Off 될 것이라고 했다.



모두들 겁에 질린 듯 각자의 자리에 돌아와서는 애써 담담한 표정을 지으려고 했다. 두 번째 희생자가 누군지 궁금하면서도 “설마 나는 아니겠지” 라는 안도의 표정과 “결국 두 번째 희생자로 결정된다 하더라도 어쩔 수 없지” 라는 묘한 표정을 지으며 결과에 따라 미련 없이 회사를 떠날 것이라고들 했고, 어떤 이는 조만간 우리 회사가 다른 먼 지역으로 이사할 것이라는 둥 별의별 소문이 나돌았다. 



점심시간이 되자 식사를 하는 둥 마는 둥 Y씨에게 전화를 했지만 받지 않았다. 가능하다면 오후 6시쯤 회사에서 30분 정도 떨어진 한국식당에서 소주 한잔 하자는 문자 메시지와 음성녹음을 남겼다. 아내에게 전화를 걸어 대충 상황을 알려주고 공원길을 걸으며 마음의 평온을 찾으려고 애썼다. 오후 4시쯤 되자 Y씨부터 전화가 왔다 “안 형! 영어를 사용하지마시고 한국어로 답변하세요, 6시에 그곳으로 가겠습니다” 하는 짤막한 내용을 남기고 전화를 끊었다.



6시10쯤 되자 그가 나타났다. “기분이 좀 안정 되었습니까” 라고 물었다.

 

“회사를 나가자마자 골프장으로 갔죠, 이런 분위기에는 운동이 최고라고 생각합니다. 지난 4년 동안 회사를 위하여 최선을 다했고 주말이면 집에서도 공부하고 자료 찾으며 일해 왔는데 오늘 이런 결과가 있었습니다. 결국 유색인종(有色人種)에 대한 차별(差別)이죠. 전 미국 이민 23년차인데 이런 상황이 네 번째입니다. 그때마다 새로운 다짐과 근무습관을 바꾸면서 노력했는데도 별다른 차이가 없었던 것 같았습니다. 그동안 안 형의 근무모습을 쭉 지켜봤는데 정말로 놀라웠습니다. 어떻게 일을 목숨 걸듯 합니까? 미국사람들, 특히 중남미 출신 사람들 절대로 그런 식으로 일하지 않습니다. 남들이 볼 때는 하는 척 하지만 추진력(推進力)은 상당히 낮은 편입니다. 안 형이 죽기 살기로 업무와 영어 매달리며 생존경쟁을 하고 있지만 결국 유색인종의 한계(限界)와 차별(差別)은 극복할 수 없으니 늘 조심해야 할 것입니다.”



11시가 되어서 술자리를 파하고 식당을 나왔는데 마음은 편치가 않았다. 집으로 돌아오자 가족 모두 걱정이 되어 기다리고 있었다. 대충의 하루일과를 전해주고 12시가 넘어서 잠자리에 들었지만 복잡한 생각으로 제대로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다음날 아침 식사하는 동안 아내는 아직까지 걱정스런 표정을 짓고 있었다. “출근해서 만약 V씨가 당신 이름을 부르면 바쁘다면서 도망가세요” 라는 농을 걸었다.  사무실에 들어서자 어제보다는 약간 밝은 분위기에서 일들을 하고 있었다. 오전 9시가 되자 지사장 J씨로부터 새로운 조직표(組織表)가 발표되었다.



 


민지영 2011-04-21 (목) 10:19:36
미국 기업들의 냉혹한 현실, 참으로 동감합니다.!
하지만. 어느곳에서든 내가 살기 위해선 남을 밟고 올라가야하는 지금의 이 자본주의가
모두 사라지는 세상이 되면 얼마나 좋을까요?
오랜만에 좋은 글 올려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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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삼석 2011-04-21 (목) 11:07:55
《Re》민지영 님 ,
감사합니다. 하루 하루 직장 생활이 거의 전쟁터라면 너무 심한 표현일지 몰라도 비슷한 상황입니다.
백인들 자기들끼리도 밥그릇 싸움이 장난 아닙니다. 다음편은 백인들 끼리 밥그릇 싸움판을 소개할 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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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원제 2011-05-24 (화) 08:39:29
벌써 미국에 가신지가 6년이 넘은것 같은데
아직도 주무님이 저의 곁에 계신듯 하군요..
아무튼 몸 건강하시고 하시는 일 모두 잘 이루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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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삼석 2011-05-24 (화) 10:49:04
《Re》진원제 님 ,
  서로 열심히 살다보면 언젠가 다시 만나는 날 올것이라 기대합니다.
  아름다운 만남을 늘 가슴에 품고 살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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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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