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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과 적당히 타협하고 살다가 지하철 공짜로 타는 나이가 됐다. 더 늦기 전에 젊은 날의 로망이었던 세계일주를 해야겠다고 결심하고 출가하듯 비장한 각오로 한국을 떠났다. 무대뽀 정신으로 좌충우돌하며 627일간 5대양 6대주를 달팽이처럼 느리게 누비고 돌아왔다. 지금도 꿈을 꾸며 설레이며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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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 설맞이 요트투어

말타고 아프리카 달리기
글쓴이 : 안정훈 날짜 : 2022-02-16 (수) 19:02:43


말타고 아프리카 달리기

 

 

평생 처음으로 아프리카에서 설을 맞았다.

 

아침은 다이빙 샵 주인장과 몽골에서 온 킴 쉐프가 준비한 떡국과 여러가지 전으로 설 기분을 냈다.

 

식후에는 라이트 하우스 해변으로 나가 청춘들은 스노클링을 하고 할배들은 차담(茶啖)을 즐겼다.



 


다음 프로그램은 오늘의 하이 라이트인 요트 투어다.

하루 전 날에

벙개를 쳤는데도 27명의 한국인이 모였다.

아마 다합에 있는 한국인의 절반 이상이 참가한 것 같다.



 


4시에 다합 포트에서 출발해서 중간에 스노클링을 하고 라구나 비치 앞 바다에 정박한다. 멋진 썬셋을 감상하고 여흥과 이집트식 뷔페로 저녁 식사를 한다.

 

먹고 노는 것도 물릴 때쯤 누워서 하늘에 총총한 별 구경을 한다.

한쪽에서는 삼삼오오 모여 앉아 여행한 이야기, 다합에 오래 머물게 된 사연, 살아온 인생과 살아야 할 인생을 이야기 한다.



 


밤바다의 바람이 차지만 아무도 선실 안으로 들어가지 않는다.

9시에 다시 항구에 도착해서 대기하고 있는 차를 타고 다합으로 돌아오는데 모두가 그냥 헤어지기를 아쉬워 한다.

끼리끼리 뭉쳐서 카페나 펍으로 흩어진다.

 

아마도 오늘 밤 다합의 여행자 거리는 이역만리에서 명절(名節)을 맞는 한국인들로 오래 불을 밝힐것 같다.

 

좋은 만남과

뿌듯한 하루에 감사한다.

 

 

   딸들이 손주랑 설 차례 지냈다고 사진을 보내주었다 

 

말 타고 아프리카

 


 

이집트 다합에 오면 다이빙을 배우거나 블루 홀(멕시코의 세뇨떼와 같음. 씽크 홀에 물이 차서 코발트 색 아름다움을 보임) 투어를 하는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난 인터넷 보고 남 따라 하기는 영 질색이다.

 

색 다르고 새로운게 없을까 찾아 보았다.

마침 몽골에서 승마와 개 썰매를 운영하는 킴 쉐프가 있어서 다합에서도 승마 할 수 있는 곳을 찾아냈다.

 

같은 숙소에 있는 22살 대학생 두 명을 꼬셨다.

아버지 뻘 되는 나와 킴 쉐프를 큰형, 작은형이라고 부르는 제법 세상 살 줄 아는 발칙한 센스쟁이들도 의기투합(意氣投合) 했다.

 

내 나이 보다 더 오래 된듯 한 택시를 타고 우리 네 명은 라구나 비치로 달렸다.

모래 먼지 풀풀 날리는 비포장 길을 지나니 탁트인 황무지와 라구나가 펼쳐진다.

가슴이 뻥 뚫린다. 택시비 4,000원이니 착해도 넘 착하다.



 


말 주인을 만나 4 명이 총 6만원에 해질 때 까지 타기로 흥정을 마치고 각자 마음에 드는 말을 골라 탔다.

 

4명이서 마치 서부 영화, 황야의 무법자 주인공이라도 된듯 온갖 X폼을 다 잡았다.

 

그러나 사실은 즐기기보다도 고생을 더 많이 했다.

잘 조련된 승마용 말이 아니라 준야생이라 상당히 거칠었다.

 

고개를 치켜들고 히힝~거리는 건 그나마 약과(藥果)고 앞 발을 치켜들고 떨어뜨리기라도 할 것 처럼 위협적인 제스처로 김 쉐프를 제외한 세 사람을 겁먹게 했다.



 


킴 쉐프는 괜찮다면서 그 와중에 사진을 찍고 심지어 카톡으로 보내는 신공을 발휘하기까지한다.

킴 쉐프는 달리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겠지만 우리 초짜들을 위해 보조를 맞춰 주었다.

 

처음에는 약간 달려보려 했지만 다른 말들의 질주 본능을 자극하여 덩달아 뛰려고 하는 바람에 멈출수 밖에 없었다.

 

조마조마 했지만 별 탈 없이 모래길과 바닷길에서 말을 타며 아름답게 물드는 황홀한 순간까지 누렸다. 어두워지는 라구나를 벗어나 말을 타고 다합 시내 입구까지 왔다.

 

아스팔트 길을 지날 때는 네 마리의 말 발굽 소리가 타악기의 합주(合奏)라도 하는 것처럼 경쾌하게 울려 퍼져 묘한 박자감에 빠지기도 했다.



 


저녁은 다른 두 명의 청춘이 합류해 이집트 식당으로 갔다.

양고기와 닭고기가 먹을만 했다.

역시 청춘들인지라 저녁이 부족하다고해서 오는 길에 시리안 케밥을 사서 추가로 먹었다.

 

그래도 아쉬운 밤이다.

청춘들이 피자와 과일과 맥주를 사와서 해변으로 나갔다. 칠흑 같은 밤바다의 파도 소리를 들으며 이야기 꽃을 피웠다.

 

더 놀라운건 숙소로 돌아오자 배가 다 꺼져서 출출하다고 야식을 먹자고 외치는 것이다.

난 두손을 들었다.

기브업하고 먼저 자겠다고 방으로 도망쳤다.

 

뱁새가 황새 따라 가려다가 가랭이 찢어진다는 말이 떠올랐다.

할배는 청춘 따라 가려다 병나기 십상이다.

 

그래도 야밤에 먹는 매운 불닭면은 맛 날것 같아 침이 꼴깍 삼켜졌다.

야식의 후유증이 얼마나 큰지 잘 알기에 억지로 참고 잠을 청했다.

매운 맛의 포만감보다는 말을 타고 아프리카 대륙을 달리는 꿈을 꾸기로 했다.

 

 

글로벌웹진 NEWSROH 칼럼 안정훈의 세상사는 이야기

 

http://newsroh.com/bbs/board.php?bo_table=anj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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