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아에서 이집트, 험난한 여정
조지아의 바투미에서 이집트 다합으로 오는 여정(旅程)이 순탄치 않았다.
다합에 오자마자 The longest day story를 포스팅하려했는데 마지막 단계에서 글이 다 날아가 버렸다. 이번 여행 중에 두 번째다. 멘붕이 와서 재작성을 포기하려했다. 다행히 시간이 지나니 다시 써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글이란게 나중에 기억을 더듬어서 쓰면 아무래도 날 것 그대로의 생생함이 약해진다. 바로 바로 써야만 그 때의 느낌과 현장의 상황이 선명하다.
다행스럽게도 다합의 밤에 나는 딱히 할 일이 없다.
글 쓰기에 좋은 조건이다.
심기일전하여 간당간당하게 넘긴 여정을 다시 써 본다.
조지아의 겨울은 춥고 눈이 많이 온다. 여행하기 힘들다. 원래는 코카서스 3국을 다 돌아볼 생각이었는데 접었다. 일단 익숙한 터키로 가서 일주일 쯤 지내다 이집트로 가는 걸로 계획을 바꿨다. 그런데 첫 걸음부터 삐끗 거렸다.

1. 터키의 숙소를 예약했다.
출발 전 날 연락이 왔다. "손님 중에 코로나 양성 확진자가 나왔다. 며칠 동안 영업을 못한다. 다른 숙소를 알아봐라" 다른 숙소를 알아봐도 되지만 왠지 꺼림찍 했다.
그래서 일정을 바꿨다. 터키에서 머물지 않고 바로 환승해서 이집트로 가기로하고 티켓을 예매했다.
2. 조지아 출발 전날과 출발 당일에도 눈이 계속 내렸다.
하늘을 보니 쉽게 갤 것 같지가 않다. 만약 비행기가 제대로 뜨지 못하면 연결연결해서 많이 꼬일텐데 어쩌나하고 걱정이 됐다. 인샬라~ 알라의 뜻대로 하소서 ㅠㅠ. 우버를 불러서 3시간이나 일찍 바투미 공항으로 갔다.
다행히 정상적으로 티켓팅을 한다. 직원이 터키 hes code를 요구한다. 한국에서 터키 입국할 때 받은걸 내밀었다.
"안된다. 다시 새로 받아야 한다. 항공사 사무실에 가서 발급 받아와라"
사무실로 가서 얘기하니 발급 대행비 12,000원을 내라고 한다. 인터넷으로 가능한데 무슨 소리?
내가 직접 인터넷으로 받기로 했다. 그런데 마지막 단계에서 계속 튕긴다. 서울에서 단잠을 잘 시간이지만 딸에게 도움을 청했다. 한참 지나서 연락이 왔다. 역시 튕긴다는 것이다. 이제 시간이 얼마 없다. 창구로 가서 돈을 내고 종이로 추력한 hes code를 받았다. 한국 말로 혼자서 씨부렁 거렸다. 잘 먹고 잘 살아라.
그래도 뱅기를 탈수 있다는 것에 감사했다.

3.이스탄불 사비아 쾍첸 공항에 도착했다.
7시간 후에 자가 환승해서 이집트 샤름 엘 쉐이크로 가는 터키쉬 항공을 타면 된다.
여유를 부리다가 문득 생각보니 오늘은 일진이 하수상하다. 미리미리 확인해봐야겠다 싶었다.
출발 안내 전광판을 찾아 보았지만 내가 탈 항공편 정보가 없다.
터키쉬 항공사 사무실로 가서 확인했다. 맙소사! 이 공항이 아니라 이동해서 차로 1시간 이상 걸리는 다른 공항으로 기야한단다. 물어 물어 하비스트 버스를 탔다. 초조한 마음에 계속 시간을 봤다. 다행히 9시가 넘은 저녁 시간이라 차가 막히지 않아 2시간 전에 도착했다.
이건 전적으로 내 부주의로 생긴 실수니 누굴 탓할게 아니다.
4. 티켓팅을 하는데 내 예약이 안되있다는 것이다.
한참 확인해 보더니 답을 찾았다. 내가 인터넷에서 예약은 했지만 결제가 안된 것이다. 오 마이 갓 !
결제 버튼을 누르고 예약증도 받았는데 이게 뭡니?
오호라 그렇다 이거지~ 하지만 이건 큰 문제가 아니다. 사무실로 가서 현장 구매하면 되니까. 그런데 94 달러를 내라고 한다. 인터넷 예매 가격은 69 달러였다. 괜찮아 증말 증말 괜찮아.
쪼금 더내는게 아깝긴하지만 뱅기 못타는거 보다야 백배 천배 낫지 뭐야~
5. 뱅기를 탔는데 스튜어디스가 와서 영어를 할 수 있느냐?고 묻는다.
바로 감 잡고 엄청 잘 하는 척 했다. 심지어 엑스 에어포스 오피서라고 호랑이 담배 피던 시절 커리어도 들먹였다. 비상구쪽 3열 좌석에 혼자 앉아서 왔다. 새벽 두시 반에 기내식도 준다. 정신없이 헤매느라 저녁도 제대로 못먹었다.
맛나게 폭풍 흡입 하고나니 행복감이 밀려온다. 이건 완전 비즈니스석이다. 오호라 요거이가 바로 고진감래(苦盡甘來)구나. 시작은 험난했으나 끝은 풍요롭구나.

조마조마 간당간당 아슬아슬 했던 길고 긴 하루가 지나고 다합에 잘 도착했다.
지나고 나니 밋밋한 여정보다 훨씬 흥미진진하다. 알콩달콩한 재미가 있다.
자유 여행자만이 누릴수 있는 스릴과 서스펜스 넘치는 경험이다.
여행의 신은 내가 이겨 낼 만큼만의 시련을 주었다.
감사하다.

다합의 홍해 바다는 찍으면 다 그림엽서다
글로벌웹진 NEWSROH 칼럼 ‘안정훈의 세상사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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