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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과 적당히 타협하고 살다가 지하철 공짜로 타는 나이가 됐다. 더 늦기 전에 젊은 날의 로망이었던 세계일주를 해야겠다고 결심하고 출가하듯 비장한 각오로 한국을 떠났다. 무대뽀 정신으로 좌충우돌하며 627일간 5대양 6대주를 달팽이처럼 느리게 누비고 돌아왔다. 지금도 꿈을 꾸며 설레이며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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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자의 눈에 비친 트빌리시

조지아에 오다
글쓴이 : 안정훈 날짜 : 2022-01-24 (월) 21:40:53

조지아에 오다

 


 

조지아의 수도 트빌리시에 온지 벌써 나흘이 됐다. 이상하게 적응(適應)이 잘 안되서 아직도 어리버리 지내고 있다.

 

바로 전에 있었던 터키에서는 빨리 적응이 됐었는데 이번에는 낯가림 하듯 서먹서먹하다.

며칠 더 지내보고 흑해 연안의 바투미로 가서 환경을 바꿔볼까 생각 중이다.


 


요즘 내가 좀 산만하다. 집중도 잘 안된다 감흥도 덜하다. 긴장감도 떨어졌다.그렇다고 여행 슬럼프에 빠진건 아니다.

 

그래도 여행기는 미룰수가 없어 자료 정리한다 생각하고 그냥 사진과 설명으로 대신했다.

강한척하지 않고 사실대로 말하자면 심란하다.뒤돌아보지 않고 오늘을 열심히 즐겁게 살겠다고 다짐했는데도 생각은 자꾸 뒤를 돌아다 본다.



 


문득 문득~

나더러 코시국에 팔자 좋게 해외 여행을 한다고 말하는 사람도있다. 하지만 좋은걸 봐도 맛 있는 음식을 먹어도 그리움과 미안함에 무겁다.

 

하루 종일 걷고 오면 몸은 피곤하지만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한다.

글을 써도 문장이 되지 못하고 파편처럼 깨져버린다.

 

하지만 시간이 더 흘러야 낫는 병이기에 담담하게 멈추지 않고 나갈 것이다.



내가 좋아하는 구절을 다시 떠올린다.

 

"I am a slow walker, but I never go back.“

 

 

 

 

조지아를 처음 알게 된 건 5년 전 쯤인 2017년이다. 베가본드로 729일간 세계일주를 할때 몰도바의 호스텔에서 만난 나혼배(나홀로 장기배낭 여행족)들이 이구동성(異口同聲)으로 꼭 가보라고 권했다. 그들이 추천한 가장 큰 이유는 딱 두가지다. 무비자로 360일을 지낼수 있고 포도주와 집세 등 각종 물가가 엄청 싸다는 것이다. 가난한 나혼배가 한번 가면 떠나기 싫어지는 꿀무덤 같은 곳이라 했다.


 


세월이 한참 지나서 그것도 코로나 시국에 마침내 나장배들의 샹글릴라에 왔다.

그러나 나는 이미 기대를 내려 놓고왔다. 왜냐하면 솔직히 말해서 나는 진정한 나장배가 아니라는 걸 스스로 잘 알기 때문이다.

 

젊지도 건강하지도 가난하지도 않다. 여러 명이 함께 쓰는 호스텔이나 게하(게스트 하우스)의 도미토리에서 잠을 자지도 못한다. 빵과 우유로 식사 할 자신도 없다.

 

게다가 2017년 부터 한국의 매스컴에 대대적으로 소개되면서 코로나로 발이 묶인 2020년까지 약 3년 동안 한국인 관광객들이 엄청나게 방문했다. 그전에는 없던 한국 식당이 4개로 늘어났을 정도다. (지금은 서울 식당 하나만 남았다)



 


아무래도 관광객이 늘어나면 순수한 매력은 사라지고 만다.

그래서 기대를 낮추었다. 2년 동안 세계일주를하면서 터득한게 있다. 뭐냐하면 기대를 크게 하고 가면 실망하는 경우가 많고, 반대로 기대를 안하고 간 경우에 의외로 만족도가 높다는 경험 법칙이다.

 

그렇지만 트빌리시에 도착해서 빨리 적응하지 못했다. 원인은 직전 여행지인 터키와 자꾸 비교가 됐기 때문이다. 이스탄불의 다양함과 역동성, 안탈리아의 여유로움과 평화스러운 분위기가 너무 좋았던거다. 만약 조지아를 먼저 여행하고 나서 터키로 갔더라면 아마도 만족도가 최상으로 높았을것 같다.

 

인생도 그렇고 여행도 그렇고 다 케바케다.

이젠 자꾸 좋았던 시절과 비교하는 바보짓은 그만 하기로 했다. 이제야 초심(初心)으로 돌아왔다.


 


여행자의 눈에 비친 트빌리시의 모습을 이야기해 본다.

 

1. 트빌리시의 말뜻이 '따뜻하다'라고 한다. 분지형 도시이고 지금도 온천이 많다. 겨울인데도

트빌리시는 조지아의 다른 지역과는 딴판으로 춥지 않다.

밤과 새벽에만 쌀쌀한 정도다. 수은주가 0도 이하로 내려가는 경우는 거의 없다. 반면에 지금 조지아 북부 산간 지역은 눈에 고립되거나 결빙으로 이동 자체가 불가능한 곳이 많다.

 

2.우리 기준으로 볼때 트빌리시는 작은 도시다.

트빌리시 인구는 110만명 정도다. 그 중에서도 관광객들이 주로 찾는 지역은 도시의 가운데를 흘러서 가는 쿠라강의 양쪽에 있는 올드 타운 지역이다. 걸어서 하루만 돌아다니면 다 볼 수가 있다. 식당 카페 호텔들이 몰려있다.

구 소련 시대에 만들어진 2개의 지하철 노선이 여전히 유용한 교통수단이다.

전국의 유명지역을 다 다녀도 일주일에서 열흘 정도면 된다.



 


3.서민 물가는 싸지만 관광지 물가는 싸지 않다.

버스와 메트로는 200. 식사용빵은 300원 정도다.

반면에 관광지 레스토랑의 식사비는 보통 12,000원 정도 한다. 터키 식당과 비교해서 거의 두배 수준이다. 시내에 있는 괜찮은 조지아 식당 음식값이나 트빌리시에 한군데 밖에 없는 한국 식당 가격이나 비슷하다.

숙소비는 터키와 비슷하다.

 

4. 식대에 세금과 봉사료가 붙는데 기준이 들쭉날쭉이다.

계산서에는 10%의 세금이 추가된다. 황당한건 어떤 식당은 18%를 붙인다. 게다가 봉사료까지 추가로 붙이는 식당도 있다. 이해가 잘 안되지만 엿장수 젓가락 장단은 맘대로다. 묻고 따져봐야 소용 없다. 기분만 구겨질 뿐이다.




5. 걷기에 아주 불편한 도시다. 자동차 우선으로 되어 있다.

나는 제주도 올레길 걷듯 여행하면서도 걷기를 좋아한다.

하지만 차량 우선이라 횡단보도 찾기가 힘들다. 띄엄띄엄 있는 지하도를 찾아서 건너야 한다. 차들은 질주 수준이라 길 건너기가 두려울 정도다. 밤에는 중심가는 아직도 크리스마스나 연말의 서울처럼 휘황찬란(輝煌燦爛) 하지만 골목길이나 변두리는 가로등이 드물어 어둡고 침침해서 걷기가 꺼려진다.

 

6. 도시에 들어서는 순간 러시아의 블라디보스톡과 많이 비슷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우중충한 건물과 무표정한 사람들의 모습이 많이 비슷하다.

번화가는 화려한데 조금만 골목으로 들어가면 낡고 낙서 투성인 건물들이 많다.

빈부격차도 심하지만 이 문제는 세계 어디를 가도 마찬가지라서 생략한다.


 


7.조지아는 도시나 유적이 여행의 주테마가 아니다. 저렴한 스위스라고 불리울만큼 아름다운 산과 자연경관이 여행의 포인트다. 그러나 겨울에는 이동하기도 힘들고 트래킹은 아예 불가하다.

 

8. 운전석이 좌측이 아니라 우측에 있는 자동차들이 제법 많이 다닌다.

 

9. 레스토랑과 카페가 다양하지 않아 아쉽다.

 

10. 환율은 1라리에 390원 정도다. 비교적 안정적이지만 예전에 비해서는 하향추세다. 라리는 약세고 원화는 강세 유지다.

 

11. 장기보다 오히려 단기 여행자들이 여행하기에는 좋은 곳이다. 겨울을 제외하고는 스위스를 닮은 아름다운 자연풍광(風光)을 누리며 짧은 시간에 돌아볼 수 있다. 조지아 면적은 한반도의 70%, 전체 인구는 400만명 정도다.

더구나 한국과 비교하면 중간 정도의 가격에 우아한 식사와 숙박을 즐길수 있다.

 


 

글로벌웹진 NEWSROH 칼럼 안정훈의 세상사는 이야기

 

http://newsroh.com/bbs/board.php?bo_table=anj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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