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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정훈의 ‘혼자서 지구한바퀴’
세상과 적당히 타협하고 살다가 지하철 공짜로 타는 나이가 됐다. 더 늦기 전에 젊은 날의 로망이었던 세계일주를 해야겠다고 결심하고 출가하듯 비장한 각오로 한국을 떠났다. 무대뽀 정신으로 좌충우돌하며 627일간 5대양 6대주를 달팽이처럼 느리게 누비고 돌아왔다. 지금도 꿈을 꾸며 설레이며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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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드리드 한국대사관의 감동

사람대접 해준 30대 여직원
글쓴이 : 안정훈 날짜 : 2019-04-20 (토) 10:59:17

안정훈의 혼자서 지구 한바퀴 (18)

       

 

여권 (PASSPORT)을 스페인어로 빠스뽀르떼라고 발음 한다. 나는 여권을 세 번 씩이나 잃어 버렸다. 그러나 아픈 추억만 있었던 건 아니었다. 스페인 마드리드에서는 여권을 갱신하러 대사관에 갔다가 친절에 감동해서 눈물을 흘릴 뻔 했었다. 아르헨티나의 부에노스 아이레스에서는 여권을 잃어 버린줄도 모르고 있다가 착한 사람들 덕에 다시 찾기도 했었다.

 

내가 여권 때문에 사람 사는 인정을 느꼈던 두 나라 그리고 처음 빠스뽀르떼를 분실해서 멘붕에 빠졌던 쿠바도 스페인어를 사용했다. 그래서 빠스뽀르떼라는 단어가 영어 발음인 패스포드 보다 익숙하고 친근하게 느껴졌다. 빠스뽀르떼의 힘든 추억은 이미 풀어냈으니 이번에는 미소 짓게 했던 에피소드 두 가지를 소개 해 본다

 

해외 여행을 할 때 가지 말아야 할 곳이 3 군데가 있다. 병원, 경찰서, 대사관이다. 여행하는 동안 아프거나 다치지 말아야 하고, 사건이나 사고를 당하지 말아야 하고, 여권을 잃어버리지 말아야 한다는 말이다. 나는 20개월 동안 여행을 하면서 다행히 병원에는 한 번도 가지 않았지만 여권 때문에 현지 경찰서와 한국 대사관을 몇 번 찾아 갔었다.

 

여행 중에 맨 처음 한국 대사관을 찾아 갔던 것은 스페인의 마드리드에서 였다. 오랫동안 여행을 하다 보니 여권에 입출국 스탬프를 받을 공란이 없어서 다시 새 여권으로 바꾸기 위해 갔었기 때문에 심리적 부담감은 별로 없었다. 다만 한국으로 신청 서류를 보내서 새로운 여권을 다시 받아야 했기 때문에 일주일 정도를 현지에서 기다려야 하는 불편함이 있었다. 대신 세고비아나 똘레도 같은 마드리드 주변 도시들 그리고 레알 마드리드 경기장 등을 찾아가 보는 여유를 덤으로 얻었다.

 

대사관에 근무하는 30대의 여성 직원은 여권 갱신에 대해 자세한 설명을 해주었다.

 

"민원인이 DHL비용을 부담하면 근무일 기준으로 3-4일 정도면 여권을 수령 할 수 있어요. 주말이나 공휴일이 끼면 일주일 정도 걸리게 되니 외국에서 영사 업무가 있을 경우에는 가급적 월요일 날 방문하는게 좋습니다. 스탬프 찍는 페이지가 다 차기 전에 최소한 마주 보는 두 페이지를 공백으로 남겨서 대사관으로 가져 오면 비어 있는 면에 속지를 추가로 붙여 줍니다. 현지 대사관에서 무료로 해주고 신청한 당일 날 바로 받을 수 있습니다. 선생님 같이 한 페이지도 공란이 없는 경우에는 어쩔수 없이 재발급을 받아야 해요."

 

"나이도 많으신데 혼자서 오랫 동안 여행 하다니 대단하세요. 힘들지 않으세요?" 라고 따뜻한 관심과 위로까지 건넸다. 여행 중에 처음으로 사람 대접을 받으니 감사를 뛰어 넘어 감동 이었다.

 

이번에 계획도 없이 난 생 처음 가난한 홀로 배낭 여행자가 되어 러시아, 북 유럽 4개 나라 , 발트 3개 나라, 발칸 반도 12개 나라를 여행하는 동안 친절은커녕, 무시 당한 기억만 있었다. 평생 혼자서 잘난 줄 알고 우쭐대며 살았던 늙은 동양인 여행자는 낯선 나라에서 제대로 사람 대접을 받아 본 적이 한 번도 없었다. 현지의 이민국 직원 , 세관원, 경찰 같은 공무원들은 말 할 것도 없고 운전기사, 항공사 직원들 심지어는 길거리의 호객꾼들까지도 완장 질을 했었다. 그렇지만 "부자 여행자는 쾌락을 누리고 가난한 여행자는 깨달음을 얻는다 "라는 말을 위안 삼아 잘 버텨냈다.

 

 

부에노스 아이레스에서 여권 잃어 버린 줄도 모르고 포도주 파티

 

 

나는 부에노스 아이레스에 머무는 동안 교민들이 사는 모습이 궁금해 한인촌을 가보기로 했다.

 

오랫만에 한국 음식도 먹고 한국 식품도 구입할 생각이었다.

 

아르헨티나에 거주하는 한국인은 약 25천 명 정도라고 한다.

 

농업 이민의 역사가 50여년 정도 된다.

 

비록 규모는 작지만 한인 타운이 있다. 보통 백구촌이라고 부른다.

 

옛날 109번 버스 종점이 있던 자리에 있다.

 

까라보보 라는 정식 지명 보다 백구촌 이라고 더 많이 알려져 있다.

 

이주 초기의 한국인들은 형편이 어려워 버스 종점이 있던 변두리 지역에 자리를 잡고 살게 됐다.

 

백구촌은 지금도 우범 지역 이다.

 

얼마 전에도 한국인 여행자가 대낮에 지하철에서 내려 한인촌으로 걸어 가다가

 

권총 강도를 당해 순식간에 몽땅 털린 사건이 있었다

 

 

나도 잔뜩 긴장해서 택시로 다녀왔다.

 

평소 메고 다니던 휴대용 소형 여권 가방을 배낭 안에 잘 감춘다고 깊숙히 집어 넣었다.

 

이미 배낭 안에는 이것 저것 구입한 물건이 가득 들어 있었다.

 

 

돈을 꺼내기 위해서는 구입한 물건들을 다시 다 꺼내야 했었다.

 

쓸 돈을 얼마 정도 미리 꺼내서 준비해야 했는데 안전하게 지켜야 한다는 생각만 하고

 

깊숙히 집어 넣은 바람에 불편을 자초했던 것이다.

 

닭 대가리가 따로 없다.

 

현금이 든 소형 가방을 꺼내 계산을 하고 다시 배낭 안에 밀어 넣었다.

 

그렇게 한인촌 구경을 마치고 뿌듯한 마음으로 룰루랄라 돌아 왔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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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르셀로나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성 가족 성당). 옥수수 모양의 이 성당은 일년 내내 관광객이 넘친다. 시민들은 관광객 때문에 못 살겠다고 불평 불만이 대단하다. 조상 잘둔 덕에 배부른 투정하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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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르셀로나에 갔으니 F C BARCELONA 주경기장은 가봐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경기가 없는 날에도 방문자들이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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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드리드에서는 마침 숙소가 레알 마드리드 홈 구장 바로 앞이었다. 이 동네 사람들은 모두가 레알 마드리드 광팬 이었다. 저녁에 펍에 모여서 축구 중계를 보면서 열광했다. 여기서는 다른 팀 응원했다가는 쫓겨난다. 시에서 홈 경기장을 옮기는 대신 많은 인센티브를 주겠다고 해도 주민들이 무조건 반대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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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드리드 시내의 날씨 전광판에 41도 라고 쓰여있다. 내 평생에 직접 경험한 가장 높은 온도 같다. 돌로 된 길에서 달구어진 복사열이 올라오기 때문에 엄청나게 뜨겁다. 다행히 습기가 없고 건조해서 그늘에 들어가면 살 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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똘레도 시내 전경. 옛날 지어진 건축물과 도로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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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렌시아 투우 경기장 . 난생 처음 투우 경기를 보고 나서 다시는 관람하지 않으리라 다짐 했다. 잔인하고 비열한 경기 였다. 투우사와 소의 일대일 싸움이 아니었다. 여러명의 보조가 도와 줬다. 스페인에서도 너무 잔인한 경기라는 비난이 높아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고조 되고 있었다. 이 날도 공짜로 개방 했는데도 관객이 그리 많지 않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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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가 칼에 찔려 더 이상 싸울 수 없게 되면 팬스 밑으로 끌고가 여러 명이 달려 들어 죽을 때 까지 칼로 찔렀다. 그리고 완전히 죽은 소를 말에 매달아 질질 끌고 달려서 경기장 밖으로 나갔다. 스페인 정복자들이 식민지 영토에서 자행했던 만행이 떠올랐다. 최악의 공짜 구경 이었다.

 

 

 

글로벌웹진 NEWSROH 칼럼 안정훈의 혼자서 지구한바퀴

 

http://newsroh.com/bbs/board.php?bo_table=anjh

 


h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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