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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과 적당히 타협하고 살다가 지하철 공짜로 타는 나이가 됐다. 더 늦기 전에 젊은 날의 로망이었던 세계일주를 해야겠다고 결심하고 출가하듯 비장한 각오로 한국을 떠났다. 무대뽀 정신으로 좌충우돌하며 627일간 5대양 6대주를 달팽이처럼 느리게 누비고 돌아왔다. 지금도 꿈을 꾸며 설레이며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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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치민 워킹스트리트

발리행 뱅기를 놓치다
글쓴이 : 안정훈 날짜 : 2023-03-24 (금) 18:26:57

발리행 뱅기를 놓치다

 


 

나트랑에서 밤 버스를 타고 호치민으로 왔다.

9시에 나트랑을 출발했다.

다음날 새벽 5시에 호치민의 여행자 거리에 내려준다.

이젠 슬리핑 버스에도 제법 익숙해졌다.

8시간 동안 425km의 거리를 버스에서 잘 자고 왔다.



3열 2층 슬리핑 버스나름 안락하다요금도 착하다. 2만원 정도.


호치민은 3번째다.

호기심 같은건 없다.

인도네시아의 발리로 직접 가는 뱅기 가격이 제일 저렴한 곳이 호치민이다.

그냥 경유하는 도시다.

첫날은 그냥 자고 먹고 차 마시고 보냈다.

환전한 베트남 동이 남을것 같다.

베트남은 여행자의 프리 비자 기간이 15일로 짧다.

혼자서 여행 할 때는 술을 마시지 않는다.

돈 쓸 일이 별로 없다.

호텔을 좋은 곳으로 옮겼다.

그런데 위치가 워킹 스트리트 바로 옆이다.

새벽 까지 요란한 음악 소리가 들려온다.




낮에는 30도가 넘는다.

아침과 해질녁에 나갔다.

어쩔수없이 워킹 스트리트를 매일 지났다.

필리핀의 앙헬레스, 태국의 파타야 워킹 스트리트와 분위기가 똑같다.

유흥과 환락이 넘친다.

피할수 없으면 즐기는거다.

워킹스트리트를 산책로(散策路)라 생각하고 걸었다.

나중엔 호객꾼들과 인사를 나눌만큼 낯이 익었다.

어쩌다보니 호치민 여행이 워킹 스트리트 투어가 되어버렸다.

이런 여행도 나쁘지 않다.

두번째 가는 발리섬 우붓의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조미료 없는 밋밋한 밥상 같다고나할까.

우붓에 가서 보낼 심심한 열흘이 기대된다.

 


 

************************************

 

<발리행 뱅기는 8시에 떠났네>

 

뱅기를 놓쳤다.

출국 수속과 검색대를 통과 하는데만 2시간이 넘게 걸렸다.

줄이 엄청 길어서 마음이 급했다.

줄어들지 않는 줄을 보면서 체념했다.




포기하니 오히려 마음이 편해졌다.

못가면 말고~

뛰지않고 사부작사부작 걸어서 갔다.

팁승 게이트에 도착하니 이미 문이 궅게 닫혀있다.

발리행 뱅기는 8시에 칼 같이 떠나버렸다.

비엣젯 에어 직원을 찾아 사정을 설명했다.

9시 반에 출발하는 다음 뱅기를 탈 수 있단다.

추가로 7만원을 내고 발권했다.

이미 보낸 수화물은 어떡하느냐고 물었다.

자기네가 알아서 빼줄꺼니까 걱정 말라고한다.

실제로 발리 공항에서 이상없이 캐리어를 찾았다.

이런 경우가 많은가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젊은 서양 여성은 울고 불고 난리다.

그래봐야 아무 소용 없단다.

직원 붙잡고 억울한 사정을 백날 하소연한들 어쩌겠어?

한국인 젊은 여성 두 명도 지켜보다가 빨리 결심한다.

추가금액을 카드로 결재한다.

탑승하고 보니 바로 내 옆 좌석이다.

서로 눈이 마주치자 그냥 웃었다.

기내를 둘러보니 좌석이 절반쯤 비어서 간다.

예약 싸이트에서는 매진(賣盡)이었다.

그럼 절반이나 되는 승객이 원래 타려던 뱅기를 놓친거야?

그렇지만 항공사는 별로 신경을 안쓰더라.

왜냐하면 뱅기를 못 탄 승객들이 추가 비용을 내고 다음 비행기를 타기 때문이다.

손해 볼게 없다. 아니 남는 장사다.




베트남은 여전히 공산주의 국가다.

한국에서라면 메스콤에서 난리가 났을것이다.

하루 이틀 일도 아니다.

시스템의 문제나 개인의 불편 혹은 불만 따위는 참아야한다.

당이 정하면 따르는거다.

줄을 서서 하염없이 기다릴 때 보니까 손팻말 들고 다니며 미탑승객을 찾는 모습이 보였다.

한국과 일본의 메이저 항공사들 뿐이다.

저가 항공 이용자가 비애를 느끼는 순간이다.

그래서 모처럼 여행이라면 메이저 항공사를 이용하는게 맞다.

462일째 여행하면서 뱅기를 30번 정도 탔다.

그런데 뱅기를 놓친건 처음이다.

완벽한것 보다는 다양한 경험을 하는게 진짜 여행이라고 까불대다가 싸대기 한대 쎄게 맞았다.

이상하게 완벽하게 해보겠다고 평소 안하던 짓을 하면 일이 터진다.

이번에는 평소와는 달리 호텔과 공항 픽업 택시를 예약했다.

그랬더니 역시나 문제가 생긴다.

묘한 징크스다.

그냥 내 방식대로 여행해야 할랑가보다. ㅠㅠ

여행이 길어지면 긴장감이 풀어져서 방심하게된다.

남미에서 배낭을 도난 당한것도 비슷한 시기와 상황이었다.

여행이 끝날 때 까지 초심 유지를 되새겼다.

암튼 호치민 공항을 이용한다면 3시간 이상 여유있게 도착하는게 안전하다.

남아공의 요하네스버그 공항 보다 더 악명(惡名)이 높다.

여행 후기를 보면 대부분 좋은 얘기만 하더라.

멋진 호텔, 맛집, 포토존, 핫플 등등

그들이 간 곳이 최고이고 가장 우아하게 여행한것 같다.

나 처럼 사서 고생하고 헛발질하는 사람들은 별로 없다.

그래도 나는 운명적(?)인 좌충우돌 유랑 여행에 만족한다.

뜬금없이 송창식의 노래 <피리부는 사나이>가 떠오른다.

"나는 피리 부는 사나이

바람 따라가는 떠돌이

멋진 피리 하나 들고 다닌다.

모진 비바람이 불어도

거센 눈보라가 닥쳐도

은빛 피리 하나 물고서

언제나 웃고 다닌다"

웃음이 난다.

모든건 내 탓이요. 내 탓이요. 내 탓이로소이다.

지금은 인도네시아랑은 분위기가 완전 다른 발리네시아에서 헤헤거리며 지낸다.

발리 발리한 느낌이 좋다.

 

 

글로벌웹진 NEWSROH 칼럼 안정훈의 세상사는 이야기

 

http://newsroh.com/bbs/board.php?bo_table=anj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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