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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과 적당히 타협하고 살다가 지하철 공짜로 타는 나이가 됐다. 더 늦기 전에 젊은 날의 로망이었던 세계일주를 해야겠다고 결심하고 출가하듯 비장한 각오로 한국을 떠났다. 무대뽀 정신으로 좌충우돌하며 627일간 5대양 6대주를 달팽이처럼 느리게 누비고 돌아왔다. 지금도 꿈을 꾸며 설레이며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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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지바르 능귀 비치 가는길

예쁘고 친절한 하우스키퍼
글쓴이 : 안정훈 날짜 : 2022-06-22 (수) 14:00:58

 

 

유랑 157일 째.

잔지바르의 최북단에 있는 능귀(Nungui)는 부드러운 백사장과 에메랄드 빛 바다로 유명하다.

인터넷으로 검색해보니 후기(後記)가 몇 개 올라와 있다.

내용들이 빈약하다.

그냥 형용사와 감탄사로 진하게 화장 해놓은듯 하다.

별로 공감이 안된다.

기대하고 가면 실망 하겠구나라는 느낌이 들었다.

 

나를 끌어 당긴 건 능귀의 불편한 환경이었다.

간선도로 한 군데 빼곤 마을 전체가 비포장 도로다.

밤이면 가로등이 없어 암흑 천지가 된다.

길을 잃고 헤매기 위해 떠나는게 여행이다.

낯선 풍경과 사람을 기쁘게 마주하는게 여행이다.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쏟아지는 별들을 품어 안는게 여행이다.

불편함과 어려움을 피하지 않고 모험과 도전을 즐기는게 여행이다.

캄캄한 골목길을 겁먹은 눈으로 두리번 거리면서도 씩씩하게 헤쳐 나가는게 여행이다.

나는 홀로 배낭 여행자다.

럭셔리를 누리는 관광객이 아니다.

결론은 가즈아!!



 


스톤 타운에서 능귀는 56km 거리다.

버스도 있지만 택시를 타기로 했다.

날씨도 더운데 캐리어 끌고 가서 비좁은 버스 타고 가야한다.

내려서 또 비포장길을 캐리어 끌고 가기가 싫었다.

후진국의 택시 기사들에게 외국인 여행자는 맛난 호갱님이다. 무조건 바가지를 씌운다.

처음 요금을 물어보니 50달러를 부른다.

ㅋㅋ 내가 스톤 타운 체류가 어언 열흘이 되어 간다 이 아찌야 ㅋㅋ

쌩 무시한다.

다음 기사는 인심 쓰듯 40달러만 내란다. 콧방구 쎄게 뀌어주고 쌩 소리 나게 돌아선다.

숙소 근처의 택시 기사에게 물으니 30달러 내란다.

버스 타고 갈란다 했더니 25달러 달라고 한다.

내가 돌아 서려는데 다른 기사가 20달러에 가겠다고 나선다.

오케이바리!

다음날 아침 10시에 숙소 앞에서 출발하기로 했다.

시간 잘 지키라고 당부하니 걱정 말라고 큰 소리 친다.

경험상 호언장담(豪言壯談) 하는게 미덥지 않다

 

아침 10시에 나와보니 택시가 안보인다.

두리번 거리니 택시 기사들이 몰려온다.

'살레' 드라이버가 오기로했다고 설명하고 전화를 걸어봤다.

안받는다.

다른 기사가 자기 폰으로 거니 받는다

가는중 이란다.

5분 후면 도착한단다.

옆에서 다른 기사가 친절하게 설명 해준다.

여기서 5분 후라고 하면 30분 잡으면 된단다.

나 능귀까지 20달러에 가기로 했다. 오케이면 손 들어라 했더니 의리도 없이 모두가 손을 번쩍 쳐든다.



 


그 중에 제일 신형인 일제 미니밴을 골랐다.

타자 마자 팁 어쩌구 한다.

단호하게 ""라고 짤라버렸다.

팁은 내가 알아서 주는거다.

기사가 팁을 달라는건 요금을 더 내라는 말이다.

딴소리하려면 여기 세워라.

그냥 내리겠다.

깨개갱하더니 조용해졌다.

능귀에 도착해서 숙소를 찾는데 햇갈려서 딴 길로 간다.

내 이럴줄 알고 구글 맵을 켜고 써치하고 있었다.

차를 돌리라고 했더니 이 길로 가도 된다고 뿌득뿌득 우긴다.

반대쪽의 더 험한 비포장길을 계속 달린다.

이 아자씨 진짜 말 안듣네.

구글 맵을 보여주며 여기 표시된데로 가라고했다.

기사 아자씨 왈 구글 맵이 정확하지 않다는거다.

뭔 개 풀 뜯어 먹는 소리 하셔! 맵은 정확해! 아자씨가 정확하지 않아!

한참 실갱이 하다 결국 차를 돌려 숙소를 찾아 내려준다.

요금을 주니 딴 소리 대신 플라스틱 재질의 디자인도 화려한 명함을 건네준다.

스톤 타운 돌아 갈 때 자기 불러 달란다.

제법 영리하다.



 


차가 정차하자 예쁜 여자 애가 달려 오더니 내 캐리어를 번쩍들어서 2층 방까지 옮겨준다.

17살이고 영어는 전혀 못하는데 눈치 빠르고 친절하고 예절이 바른 애다.

방은 깔끔하다.

에어컨은 없지만 천정 팬이 잘 돌아가서 전혀 덥지 않다.

욕실도 깨끗하고 더운 물도 잘나온다. 아침 식사 포함 하루 2만원 짜리 방이라 별 기대를 않했는데 아주 만족이다.

 

짐을 풀고 잠시 쉬다가 느지막히 해변 산책을 나갔다.

첫날은 우측의 조용한 알루나 비치를 걸었다.

왠지 필리핀의 세부섬이랑 비슷하다.

해가 지고 어두워져서 돌아오는데 진짜 깜깜하다.

낮하고는 전혀 다르다.

어디가 어딘지 분간하기가 어렵다.

숙소를 못찾아 좀 헤맸다.

가게 불 빛을 보고 숙소의 위치를 물었다.

청년 하나가 맨발로 뛰어나와 숙소 앞까지 데려다 주고 총총히 사라진다.

기대하고 가면 실망하고

기대하지 않고 가면 만족한다는 내 여행의 법칙이 맞았다.

기대를 내려 놓고 왔더니

바다도 해변도 숙소도 식사도 사람도 다 좋구나.

 

 

새벽 어촌 풍경 - Nungwei. Zanzibar Island. Tanzania. Africa

 


 

새벽 바다를 보러 나갔다.

낮에는 적막하던 원주민 마을이 부산하다.

밤에 나가 고기를 잡아

새벽 시장에 넘기면 일과가 끝난다는걸 이제사 알았다.

낮에 해변을 돌아 다니는건 거의가 호객꾼 뿐이었다.

태양이 기울어지기 시작하면 해변은 축구장으로 변한다.

마실 나온 아녀자들이 옹기종기 모여 수다를 떤다.



 


관광객들에게는 고운 산호 모래와 쪽빛 바다가 힐링 포인트다.

원주민들에게는 바다가 생업의 터전이고 삶의 현장이다.

돌아오는 길에 싱싱한 참치 한마리를 샀다.

열심히 땀 흘리는 원주민들을 그냥 지나칠수가 없었다.

숙소 직원들 먹으라고 선물했다.

진심 좋아하는게 보인다.

나도 기쁘다.

덕분에 조식에 참치 스튜를 먹었다.

아프리카 천연 향료를 듬뿍 투입한 스튜 국물이 끝내주었다.

 


 

 

한잔 500원 짜리 사탕수수 쥬스




사탕수수를 직접 분쇄해서 쥬스로 만들어 판다

 


 


비가 조금 내렸는데도 흙길에 작은 호수들이 생겨난다

 


 

로얄 앤 캔두와 비치 - 능귀. 잔지바르섬. 탄자니아. 이스트 아프리카

- 마스크 벗고 유랑 171일 째

 





 

글로벌웹진 NEWSROH 칼럼 안정훈의 세상사는 이야기

 

http://newsroh.com/bbs/board.php?bo_table=anj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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