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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과 적당히 타협하고 살다가 지하철 공짜로 타는 나이가 됐다. 더 늦기 전에 젊은 날의 로망이었던 세계일주를 해야겠다고 결심하고 출가하듯 비장한 각오로 한국을 떠났다. 무대뽀 정신으로 좌충우돌하며 627일간 5대양 6대주를 달팽이처럼 느리게 누비고 돌아왔다. 지금도 꿈을 꾸며 설레이며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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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절 인연

글쓴이 : 안정훈 날짜 : 2022-04-11 (월) 23:01:33


 

모든 인연에는 오고가는 시기가 있다.

굳이 애쓰지 않아도 만날 사람은 만나게된다.

아무리 애를 쓰고 노력해도 인연이 닿지 않으면 만나지 못한다.

서울에서 8400여km 떨어진 이집트의 다합에서 공군 학사 장교 134기 출신에다 병과까지 같은 까마득한 후배를 만났다.

방공 무기 통제사로 근무하고 작년에 전역한 캡틴 따거다.

그는 제대하자 마자 세계 여행을 시작했다.

연조는 짧지만 구독자가 4만명을 넘어선 유명한 유투버다.

캡틴은 대위로 전역(轉役)했기에 따왔다.

따거(大兄, 빅브라더)는 학교를 중국에서 나왔고 스케일이 커서 군대에서 부터 불리웠던 별명이다.

캡틴 따거는 겸손하고 유쾌하고 친화력이 좋다.

특히 "사람이 좋아서 여행한다"는 그가 여행을 하는 이유와 방식이 맘에 든다.

나도 그렇다.



 


캡틴 따거는 다이빙을 하다가 만났다면서 후배 하나를 데려왔다.

학군 45기 정보 통신 병과 출신 후배였다.

우린 한국식으로 먹고 마시고 떠들고 얼싸안고 난리 블루스를 추었다.

머나먼 타국에서 이렇게 만나는건 시절 인연이다.

행복한 만남이다.

캡틴 따거가 떠난다고 인사를 하러 왔다.

나장배(나 홀로 장기 배낭여행자)들은 만났다가 때가 되면 각자의 길로 헤어지는데 익숙하다.

그런데 예비역 대위 문 신호와 헤어지는건 많이 아쉽고 서운했다.

건강하고 멋진 여행하라고 등 두드려주어 보냈다.

'캡틴 따거의 세계 여행' 유투브가 대한민국 최고가 되기를 빈다.

지구별 어디에선가 인연 따라 우연히 또 다시 만나게 될 것 같은 예감이 든다.

 

 

이사 자랑



 


내가 소원했던 마당이 넓은 집으로 이사를 했다.

한국에서 오랫동안 아파트에서 살았다.

우리에 갇힌 짐승이 된 것 같아 답답했다.

나이 들면서 점점 더 아파트가 싫어졌다.

흙이 있는 마당을 그리워했다.

가장 맘에 드는건 마당의 나무 그늘이다.

흠이라면 파란 잎새가 낙엽 처럼 떨어져서 매일 쓸어줘야하지만 그래도 좋다.

비록 플라스틱 의자지만 시건방진 폼으로 느긋하게 앉아 여유를 누릴수 있다.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마냥 게으름에 빠질수 있다.

낮은 담장 너머로 가끔씩 오가는 사람들이 들여다 보기도 하지만 그런건 상관이 없다.

여기는 나만의 영토니까.



 


거실과 주방은 넓고 햇살이 잘 든다.

방이 두개인데 화장실도 두개다.

널찍한 킹 사이즈 침대가 있는 방을 혼자서 쓰게되다니~ 갑자기 돌쇠가 대감 된 것 같은 기분이다.

쉐어 하우스에 있을 땐 화장실 하나를 여러 사람들이 같이 사용했다.

샤워도 빈 시간을 노려 적당히 눈치 봐가면서 했었다.

화장실도 러쉬 아워가 있다. 해우소(解憂所)의 느긋함 대신 시장의 공중 화장실의 촉박감에 불편했다.

난 어떤 환경에도 잘 적응하고 어떤 불편함도 잘 이겨내는 체질이라고 생각했었다.

심지어 난 타고난 유목민이라고 자뻑하기까지 했다.

그런데 이사하고 어린애처럼 좋아라 하는걸 보니 그게 아닌것 같다.

속으로는 편안함과 안락함을 쫓는 범생이였던 거디였다.

단지 피할수 없으면 즐기자는 맘이었던 거다.

누가 들으면 내가 엄청 비싸고 좋은 집으로 옮긴 걸로 오해 할 것 같다.

전혀 아니다.

초가집 살다가 슬라브 집으로 이사를 가면 처음엔 궁전 같은 기분이 드는 법이다.

지금 내가 그렇다. 모지리가 남이 웃는것도 모르고 자랑질하는거다.

집 떠난지 4개월 정도가 되간다. 유랑이 길어지니 몸과 마음이 편안하게 쉴 수 있는 환경이 필요했다.



 


새 집을 찾아 보았다.

여러 집을 보았지만 여러 이유로 계약을 하지 못했다.

오가며 영국인이 살다가 귀국해서 대문에 열쇠가 채워진 비어있는 집이 눈에 들었다.

며칠을 돌아 다니다가 다른 중개인이 소개한 집이 딱 그 집이었다.

오메 우연이 아니고 인연 이가벼.

바로 돈 지불하고 당일로 이사를 마쳤다.

사막을 건너는 대상들에게 오아시스는 생명수다.

떠도는 늙은 유랑자에게는 마당이 구원이다.

감사한다.

 

마당 음악회

 

이사를 마치고 조촐하게 집들이를 했다.

김쉐프가 아는 이집션에게서 선물로 받은 귀한 문어를 숙회로 요리해서 내놨다.

계란말이, 미역국, 깍두기, 럼주와 애플 쥬스의 칵테일로 차려진 조촐한 밥상이다.




중요한건 이집트에 와서 처음으로 마당 잔치를 했다는 사실이다.

분위기가 무르익자 성악을 전공한 프리 다이빙 인스트럭터 선영 쌤이 축하의 노래를 불러주었다.

참 아름다운 밤이다.



 


안녕! 잘가! 빠니 보틀

 

최고의 여행은 좋은 사람과 만나서 소통하고 배우고 성장하는 여행이다.

빠니보틀과의 만남은 행운이었다.

나이는 내가 2배나 많지만

배울점은 빠니보틀이 2배도 더 많았다.

이역만리 아프리카 땅에서 일면식도 없는 사람들끼리 두번 만나서 얼싸안고 형님 동생이 된다는게 말이나 되는거냐고~

아마도 전생에 무슨 인연이라도 있었나보다.

아니면 같은 유랑종족의 후예일지도 모르겠다.

빠니보틀은 우리나라 여행 유투버 중에서 최고의 구독자를 자랑하는 유명 인사다.

내가 한국에 있었다면 절대로 만나지 못했을꺼다.

떠나왔기에 만난거다.

난 코시국에 박차고 나온 것에 약간은 부담감이 있었다.

그런데 빠니를 만나서 소통하며 또 새로운걸 배웠으니

이게 성장 여행인거다. 떠나오길 잘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의 무모함에 감사한다.

빠니는 인도 말로 물이라는 뜻이다.

보틀은 영어의 병이다.

그러니까 물병인거다.

물도 담고 술도 담고 간장도 마다않고 담는 물병이다.

솔직히 말해 그는 유투브 보다 인간성이 더 훌륭하다.

물병이 떠났다.

남미에서 장비가 든 가방을 도둑맞고 맨붕에 빠져 여행을 접을 생각까지 했었단다.

오래 여행을 하다보니 감동과 감흥도 느끼지 못할 정도로 지쳤다고 했다.

다행히 아프리카 한 구석에 와서 치유와 회복을 이루었다.

다시 힘차게 여행을 시작하는 물병에게 힘찬 성원의 물개 박수를 보낸다.

아직까지 빠니 보틀 영상을 안보신 분은 꼭 한번 볼것을 강추한다.

중독 장담~~

 


 

글로벌웹진 NEWSROH 칼럼 ‘안정훈의 세상사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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