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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과 적당히 타협하고 살다가 지하철 공짜로 타는 나이가 됐다. 더 늦기 전에 젊은 날의 로망이었던 세계일주를 해야겠다고 결심하고 출가하듯 비장한 각오로 한국을 떠났다. 무대뽀 정신으로 좌충우돌하며 627일간 5대양 6대주를 달팽이처럼 느리게 누비고 돌아왔다. 지금도 꿈을 꾸며 설레이며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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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인과 우크라인의 이집트동거

글쓴이 : 안정훈 날짜 : 2022-03-30 (수) 23:55:32


 

러시아인과 우크라이나인이 사이 좋게 한 지붕 아래 살고 있다니~~>

어제 저녁 아는 이집트인이 집세 받으러 가는데 함께 가보겠느냐?고 물었다.

당근이지. 집 구경도 할겸 따라 나섰다.

번듯한 2층 양옥이다.

아래층에는 거실 겸 식당과 주방 그리고 화장실이 있다.

이층에는 3개의 침실이 있다.

높은 담장 안에 있는 마당도 넉넉하다.

한달 집세가 130만원 정도다.

이집트에선 진짜 후덜덜한 가격이다.

도대체 누가 이런 집에서 사는지 궁금했다.

 

대문을 열고 나온건 서양 사람이다.

돈 많은 미국인이나 유러피안이 사는가보다 생각했다.

안내를 받아 집안으로 들어가자 오잉~

무슨 파티라도 하는지 거실 한가득 사람들이 앉아있다.

아이들은 소파 위를 신나게 뛰어 다니며 논다.

대충 집안을 돌아보고 나서 나오려하자 2미터10센치나 되는 거한이 붙잡는다.

 

약간 쫄았다. 뭔 일이래?

자기가 손님들을 위해 공연을 할테니 감상하고 가라는 것이었다.

공짜! 그거 조오치~

우뢰와 같은 박수를 날려주고 자리에 앉았다.

듣다보니 이건 러시아 노래 아닌겨벼?

암튼 열심히 노래하니 일단 진지한 자세로 감상했다.

한 곡이 끝났다.

뜨거운 박수 쳐주고 일어나서 나오려는데 아직 끝난게 아니라고한다.

다시 자리에 앉았다.

다음 노래를 시작하기 전에 주방에 있던

슬라브계 여성이 나와서 멘트를 한다.

"노래하는 사람은 러시안이고

나는 우크라인이다.

이 집에는 지금 13명이 산다.

전쟁으로 귀국길이 막힌 러시아인과 우크라이나인들이 경비를 절약하기 위해 큰 집을 쉐어해서 함께 모여 살고 있다.

지금 두 나라가 전쟁하고 있지만 우리는 서로 미워하지 않는다.

우리는 예전에도 지금도 서로 친구다.

우리는 전쟁을 반대하고 미워한다."



 


갑자기 분위기가 숙연해진다.

거한의 애조 띤 보이스가 왠지 슬프게 들린다.

감정이입(感情移入)이 되고나니 노래도 연주도 멋지게 들린다.

처음에는 어색해서 사진도 못찍었다.

나올 때는 악수하고 포옹하고 등 두드려주고 사진 찍고 엄지 척하고 분위기가 뜨거웠다.

빨리 전쟁이 끝나기를 빈다.

21세기에 나쁘노므스키 푸틴이 땜에 선량한 사람들이 수도없이 죽어나가는 현실이 통탄스럽다.

그래도 착한 사람들의 프렌드쉽을 보니 조금은 위안이 되었다.

 

 

이집트 생파



 


Birthday party in Egypt.

어제는 다합의 왕고참인 명쌤의 생일.

이 곳에 산지 10년이 넘었다.

5천회 이상의 다이빙 경력을 자랑하는 최고의 강사이고

따조 다이빙과 쉐어 하우스의 주인장이기도하다.



 


김 쉐프가 차린 토종 한식 메뉴의 생일상은 참석자들을 감동의 도가니에 빠뜨리고 말았다.

아프리카 땅에서는 구경 조차도 하기 힘든 미역국, 짜장밥, 잡채, 계란말이, 김치, 깍두기에 쌀밥이라니 이건 완죤 미쳤다 미쳤어.

해마가 새겨진 스탠드 선물 전달과 점등 세레머니는 화룡점정이다.



 


오늘은 몽골의 초원에서 말 달리다 온 김쉐프의 생일.

늘 게하 식구들의 삼시 세끼를 챙겨주는 고마운 분의 귀 빠진 날이니 절대 소홀히 할수가 없징~

특별 메뉴는 여기서는 대단히 귀하고 귀한 🍣 초밥이다.

원님 덕에 나발 분다고 참석자 모두가 호사를 누렸다.



 


선물은 모자와 두건이 달린 판쵸인데 역시나 멋지게 잘 어울린다.

생일인 사람 보다 축하객들이 휠씬 더 신나 신나하면서 먹방을 즐겼다.

덕분에 나도 잘 먹고 띵가띵가 잘 지냈으니 그저 그저 감사하고 행복할 뿐~

두 분 진심 축하해요.

 

 

이사를 했다. 장배를 시작했다



 


한국을 떠난지 딱 100일이 됐다.

오늘 김쉐프와 함께 거의 두 달을 머물렀던 게하에서 나왔다.

번잡한 시내를 살짝 벗어난 곳에 있는 하우스를 렌트했다.

방 두개에 침대 4개, 거실과 주방, 샤워장과 화장실이 있는 아파트먼트의 1층이다.

식탁과 소파, 가스렌지와 세탁기, 주방용품 등이 모두 갖추어진 풀 퍼니쳐 하우스다.

 

시장에 가서 우선 새 이불과 벼개를 샀다.

방 하나는 김쉐프와 내가 같이 쓴다.

나머지 방 하나는 다이빙하러 온 청년들이 쉐어하기로 했다.

조건이 좋은 탓에 이사 첫 날 바로 룸 쉐어가 끝났다.

여기서 몇 달 더 있기로했다.

매일 바닷길을 걷고, 카페에서 글 쓰고, 한식으로 맛나게 묵고, 피곤해서 곯아 떨어지는 단조롭고 단순한 일상이 좋다.



 


여기서 내 영혼은 자유로워졌다.

머리와 가슴을 비웠다.

얼굴은 아프리카노 처럼 타버렸지만 몸은 확실히 건강해졌다.

정치와 이념은 참 부질없고 쓰잘데기가 전혀 없다.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서 듣는것 만으로도 배우고 성장한다.

하루 하루가 소풍이다.

말로만 생각으로만 카르페 디엠이 아니라 실천으로 아모르 파티다.

물가도 싼 편인데다가 사는게 단순해지니 크게 돈 들어갈 일도 없다.

경제적인 안도감은 심신의 여유(餘裕)를 갖게한다.

코로나가 어떤건지 모르고 산다.

그리움과 사랑 때문에 울지 않는다.

바보들 때문에 짜증내거나 상처 받지 않는다.

미움 받을 일도 미워 할 일도 없다.

나에겐 참 편한 쉘터다.



 

터키에서 한 달, 조지아에서 2주를 보내고 이집트로 왔다.

딸이 와서 함께 카이로, 후루가다, 룩소르, 아스완, 아부 심벨을 열흘 동안 여행했다.

나머지 날들은 홀로 다합에서 보냈다.

남 따라하기 여행은 싫다.

블랙홀에도 빠져보고 타임 머신도 타보고 정신줄 놓고 멍때리기도 하면서 나만이 누리는 시간을 갖으려한다.

비울수록 채워지는 나만의 여행에서 비로소 충만감과 평화를 얻는다.

이제 제대로 장기 배낭 여행자의 삶을 시작한다.

죽는 날 까지 노매드로 살고 싶은 나의 꿈을 본격적으로 펼치려한다.

 

 


글로벌웹진 NEWSROH 칼럼 ‘안정훈의 세상사는 이야기’

 

http://newsroh.com/bbs/board.php?bo_table=anj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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