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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정훈의 ‘세상사는 이야기’
세상과 적당히 타협하고 살다가 지하철 공짜로 타는 나이가 됐다. 더 늦기 전에 젊은 날의 로망이었던 세계일주를 해야겠다고 결심하고 출가하듯 비장한 각오로 한국을 떠났다. 무대뽀 정신으로 좌충우돌하며 627일간 5대양 6대주를 달팽이처럼 느리게 누비고 돌아왔다. 지금도 꿈을 꾸며 설레이며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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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메드의 추석은 🐫 Camel rides

글쓴이 : 안정훈 날짜 : 2022-09-17 (토) 18:29:47

노메드의 추석은 🐫 Camel rides



 


난 은퇴 후에는 추석을 집에서 보낸 적이 거의 없다.

여행을 했다.

이번 추석은 아프리카 남서부에 붙어있는 나미비아의 대서양 연안 도시인 스와콥프문트에서 맞았다.

과거 독일의 식민지(植民地)였는데 도시만 보면 아프리카가 아니라 유럽의 작은 도시에 온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로 예쁘고 깨끗하다.

마음에 꼭 든다.

도착 다음날 바닷가와 시내를 돌아보고 와서 바로 숙소를 일주일 연장했다.

추석날 아침에는 숙소 식당에서 나온 브렉파스트를 놓고 묵상으로 차례를 대신했다.



 


그리고나서 나미브 사막과 대서양이 만나는 환상적인 풍경을 보러 나섰다.

즉석에서 낙타(駱駝)를 타기로 했다.

말보다 훨씬 높다.

천천히 걷고 많이 흔들리지만

멀리 보인다.

엑티비티에 확 끌렸다.

낙타를 타고 와서 그 자리에서

스카이 다이브, 쿼드 드라이브,

나미브 사막 어드벤쳐를 예약했다.



 


예전에는 엑티비티를 하지 않았었다.

이젠 더 나이 먹기 전에 해보자로 바뀌었다.

모든게 새롭고 흥미롭다.

나의 추석도 한해 한해 더 새로워지기를 바란다.


 


**************************

 

<사막에서 꺼진 열정을 살려내다>

 

오래 전, 쿠웨이트에 갔을 때 낙타를 타고 사진을 찍어본 적은 있지만 실제로 사막을 건너는 경험을 해본건 이번이 처음이다.

요거 해보니 엄청 신이 난다.

사막을 달려보고 싶어졌다.



 


바로 다음 날 가서 쿼드 바이크를 탔다.

나미비아 청춘들 5명과 한 팀이 되니 더 에너지가 넘쳤다.

함성을 지르는 청춘들과 함께 사막을 흠뻑 즐겼다.

꺼져 버린줄 알았던 열정이 되살아나는 느낌이 들었다.

젊은 시절에는 일에만 몰두했었다.

 

은퇴하고는 여행에만 미쳤다.

다른건 관심도 흥미도 없었다.

작년 연말에 와이프가 먼저 세상을 떠나자 나는 바로 한국을 떠나버렸다.

한국에서는 살 자신도 없고 살고 싶지도 않았다.

노메드가 되어 유랑하다가 생을 마감하겠다는 각오로 삼엄한 코로나를 뚫고 나섰다.

여행이 아니라 만행이었다.

 

첫번째 나라 터키에서 덜컥 코로나에 걸렸다.

병원에도 가지 않고 한국 떠날 때 가져온 상비약만 먹으며 버텼다.

죽음 같은 겨울의 연말과 연시가 고비였다.

남보다 훨씬 오래 앓았다.

열이 좀 떨어지고 햇살이 따뜻한 날은 꽁꽁 싸매고 안탈리아의 아름다운 대서양 바닷길을 산책했다.

지나간 시절들이 주마등(走馬燈)처럼 떠올랐다.

이대로 죽어도 여한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혼자서 뜨거운 눈물도 여러번 흘렸다.

마음이 홀가분해지고 편해졌다.

그리고 코로나는 물러갔다.

 

그러나 후유증이 심했다.

겨울철에도 따뜻한 이집트의 다합에서 석달 넘게 쉬면서 회복의 시간을 보냈다.

다합은 스쿠버 다이빙의 명소다.

배낭자 여행자들의 블랙홀이기도하다.

다합에 오면 모두가 다이빙을 배우고 즐겼다.

하지만 나는 물에는 한번도 들어가지 않았다.

심지어는 발 조차도 담그지 않았다.

남들은 내가 나이가 많아서 겁내는거라 생각했을거 같다.

사실 나는 싸이판과 필리핀에서 스쿠버 다이빙을 했었다.

아무에게도 이유를 설명하거나 변명하지 않았다.

코로나에 걸린 이후 부터 머리가 멍해지고 엄청 추위를 탔다.

차가운 겨울 바다의 수온을 이겨낼수 없는 상태였다.

대신 천천히 쉬지 않고 걸었다.

걷다가 힘들면 홍해 바닷가의 카페에 들어가 쉬면서 매일 일기 같은 글을 써서 포스팅했다.

체력도 딸리고 의욕도 없었다.

엑티비티 따위는 아예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마치 구도자의 여행 같았다.



 


다행히 유랑길에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났다.

좋은 인연도 맺었다.

세상 사는 재미가 전혀 없었는데 점점 느껴지기 시작했다.

의욕도 생겼다.

치유와 회복의 여행에 진심으로 감사하게됐다.

용기와 도전 의식이 되살아났다.

해보고 싶은건 물론이고

안해보거나 못해본것들을 다해보기로 마음을 정했다.

항상 어두운 그늘이 드리워졌던 내 얼굴이 밝아졌다.

전에는 살만큼 오래 잘 살았는데 내 스타일대로 살다가 죽으면 그만이지라는 생각을 했었다.

이제는 나를 믿고 사랑하는 사람들을 생각해서 오래 잘 살아야겠다는 생각이든다.

몸도 젊게,

마음도 젊게,

감사, 열정, 순수, 초심, 용기, 도전, 사랑의 마음으로 살리라 스스로에게 다짐한다.

 


 

글로벌웹진 NEWSROH 칼럼 ‘안정훈의 세상사는 이야기’

 

http://newsroh.com/bbs/board.php?bo_table=anj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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