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정훈의 세상사는 이야기

새벽 5시 반
저절로 눈이 떠진다.
6시 반에 딸이 운전하는 차를 타고 출발.
공항길이 막히지 않는다.
7시반, 인천공항 도착.
출국자들이 바글바글하다. 일본행 승객들과 시간대가 겹쳐서 더 복잡하다.
셀프 체크인 후
수화물 보내고나서
미역국 아침 식사.
통신사 데스크로 가서 핸드폰 정지 신청을 한다.
본인이 직접 인터넷이나 전화로 신청하란다.
여기는 유심과 로밍 업무만 가능 하단다.
2년 전에 출국할 때 여기서 해줬는데?
그 땐 코로나 시절이라 바쁘지 않아서 서비스 해준거란다.
전화로 신청하니 티켓을 찍어서 보내란다.
시간이 꽤나 걸린다.
돈이 되는건 직접 해주고
돈이 안되는건 가입자가 알아서 하라는거 같다.
이번에 한국 와서 새 핸드폰으로 바꿨다.
대리점 직원이 통신사를 바꾸면 혜택이 많다고 권유했었다.
무슨 충신이라고 가격 할인을 마다했다.
고게 쬐끔 억울하다.
역시 나는 올드 보이다.
한편으로는 내가 웃기는 인간이라는 생각이 든다.
외국에서 이런 경우 일 때 나는 투덜투덜하지 않았었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불평불만을 갖는다.
자기모순(自己矛盾)이다.
모드를 바꿔야한다.
딸과 작별의 포옹을 하고
출국장으로 들어간다.
50대 아재가 여권과 티켓을 검사한다.
"몇 년 생이세요?"
잠시 벙찐다.
이런 질문은 처음이다.
"5××××× "
주민등록 앞자리 6개를 댔다.
내 대답을 무시하고 다시 묻는다
"몇년 생이냐구요"
다시 당혹이다.
"××년 생 인데요"
"생일은 몇 월이지요?"
우쒸 이건 뭔 시츄에이션이야?
다시 잠깐 버벅버벅 한다.
혹시 노땅이 혼자 여행을 하니 치매는 아닌지 테스트를 하는거야 뭐야.
웃음이 났다.
"선생님 넘 걱정하지 마세요. 아직은 괜찮아요. 주민등록 번호 앞자리 무려 6개를 술술 댔잖아요."
더 이상 아무 말 하지않고 티켓과 여권을 돌려준다.
씁쓸했다.
티켓 가격이 국적기의 반 땡인 변방 브랜드 뱅기다.
기내식 따위는 없다.
비빔밥은 만원, 생수는 이천원이다.
구름 위에서 먹는 식사인데 시중 음식점 가격 보다 저렴하다.
승객이 요청하면 맹물 한 잔은 무료로 준다.
공짜 생수는 맛나다.
가난한 여행자는 뱅기 타고 떠난다는 사실 그 자체만으로도 배부르고 갈증이 풀린다.
속으로 눈누난나 ~
만석이다.
그런데 나는 3열 좌석에 2명만 앉아서 왔다.
므흣하다.
예정 시간보다 30분 연착(延着). 울란바토르 징기스칸 공항에 도착했다.
오늘은 난기류가 심했다. 뱅기가 흔들릴 때 마다 쫄았다.
맘 속으로 차카게 살겠노라 다짐을 여러번 했다.
내리니 적당히 서늘하다.

맑은 하늘.
초가을 같은 분위기다.
오 예!
신이 날수 밖에 없는 날씨구만 ㅎㅎㅎ
이미그레션을 나서자 넥타이를 단정하게 맨 몽골 청년이 내 이름을 적은 피켓을 들고 서있다.
아이고 쑥스러워라.
남사시러버라.
내가 뭐 그리 대단한 사람이라고 ㅠㅠ (드라마 대사 컨닝구 했음)
직원 통로로 안내한다.
VIP 라운지로 바로 연결된다.
이집트 다합에서 4개월 동안 동고동락 했던 여친(여행 친구) 김쉐프의 모습이 보인다.
소파에 파묻친 채 손을 흔든다.
딱 카지노의 주인공 최민식 폼이다.
음메 멋져부러.
아참 여기선 김 쉐프가 아니라 김대표님이다.

커피 한잔 나누며 환담(歡談) 후
바로 검은색 의전용(?) SUV 차량에 탑승한다.
아이쉬, 이런 그림인줄 알았으면 찐한 썬글라스를 끼고와야 하는건데 ~ 아쉽다.
차를 타고 가며 주변의 초원 풍경을 보니 서울에서의 갑갑함이 사라진다.
가슴이 트이는것 같다.
얼마전 티브에서 본 '나 홀로 산다 몽골편'의 풍경을 직관한다.
시내의 선진 호텔에 있는 파라오 코리안 레스토랑에서 늦은 점심을 먹는다.
메뉴는 묵-은지 김치찌게. 반찬으로 낙지젓갈과 오징어채, 샐러드. 시금치 나물 등등 성찬이다.
김대표의 집으로 올 때는 시내가 얼마나 막히는지 주차장을 방불케한다.
몽골 인구가 300만이다.
울란바토르에 160만 명이 몰려서 산다.
우리나라 수원시 인구랑 비슷하다.
교통체증이 생길수 밖에 없다.
밤 잠을 설치고 새벽 부터 움직였더니 상당히 피곤하다.
투어도 좋지만 며칠은 아무것도 안하고 그냥 푹 쉬어야겠다.
리턴 티켓은 안끊고 왔다.
몽골은 무비자로 3개월 까지 체류가 가능하다.
한 달 살이가 될지
석 달 살이가 될지
아직은 모르겠다.
암튼 즐겁게 살아보자.
짧은 여행은 설램이 좋다.
살아 보기 여행은 여유가 좋다.
게으름도 피우며
천천히
몽골이랑 놀멍쉬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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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테를지 국립공원>
몽골 둘째날

김쉐프가 골프를 치러간다고한다.
올타구나 잘 됐다.
나는 아직 여독이 풀리지 않았다.
제대로 쉴수 있는 찬스다.
띵까띵까~ 뒹구리뒹구리~ 를 즐겨보자.
그런데 징기스칸 골프장이 테를지 국립공원 내에 있다는거다.
이건 뭐임? 테를지라고?
몽골 오면 필수 코스다.
무조건 가야하는 명소(名所)다.
떡 본김에 제사 지내자.
원님 덕에 나발 불어보자.
울란바토르에서 차로 1시간 반 거리다.
공짜 기회를 놓칠수 없다.
기회는 찬스다 ㅎㅎ
후다닥 고양이 세수만 하고 얼른 따라 나섰다.
눈꼽만 땟다.

테를지 국립공원에 들어서자 풍경이 바뀐다.
야트막한 언덕과 들판은온통 초록빛 물결이 바람따라 출렁인다.
초록초록에 산들산들~
내 가슴도 일렁인다.
파란 하늘과 하얀 뭉개 구름이 왈츠를 춘다.
내 맘도 덩달아 빙글빙글돈다.
서울에서 한 달여를 지내며 답답했던 숨통이 뻥 뚫린다.
후련 시원하다.
오길 잘 했어.
몽골은 이 맛이야!
이래서 사람들이 몽골몽골 하는거구나.
한 번 온 사람이 또 오는 이유를 알것같다.
와우~ 와우~
감탄사가 방언처럼 절로터져 나온다.
729일과 500일을 여행하면서 무디어진 감성이 되살아난다.
아무리 유명하고 멋진걸 봐도 무덤덤했다.
화석화 된 감성의 부활이 신기하다.
김쉐프가 골프를 치는 동안 나는 따로 놀았다.
언덕과 들판과 게르 캠프를 누볐다.
🐎 🐄 🐫 🐐 떼와 눈을 맞추고 인사를 나누었다.
심장이 방망이질을 친다.
맥박이 힘차게 뛴다.
핏줄까지 덩달아 요동질이다.
흥분을 느낀다.
문명 보다는 자연이 나를 소생 시킨다.
여행은 설레임이고 호기심이고 감동이다.
비로소 원하던 여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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